성탄절이 다가오면 어디를 가나 가장 많이 들리는 음악으로 크리스마스 캐럴을 꼽을 수 있다.

    

▲ 크리스마스트리     © 비전성남

흰 눈이 내리는 크리스마스를 기원하고(‘화이트 크리스마스’), 종소리와 함께 신나게 썰매를 타고(‘징글벨’), 아기 예수 탄생의 경건한 밤을 기리고(‘고요한 밤 거룩한 밤’), 기쁜 성탄절을 노래하는(‘벨리스 나비다’) 크리스마스 캐럴들 가운데 ‘노엘’이라는 곡도 빠질 수 없다.

    

▲ ‘노엘 Noel‘     © 비전성남

▲ 아기 예수의 탄생     © 비전성남

‘노엘 Noel’은 아기 예수가 탄생한 날인 ‘크리스마스’를 뜻한다. 크리스마스 캐럴 ‘노엘(The First Noel)’에서 목자, 별, 천사가 등장하는 것은 모두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기 위해서다.

    

▲ 천사     © 비전성남

크리스마스 캐럴 ‘노엘’처럼 많은 사람이 알지는 못하지만, 이 작품만큼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의미를 깊게 담고 있는 곡이 또 있을까 싶은 클래식 음악이 있다. 바로 20세기 프랑스 작곡가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이다.

    

▲ 29세의 올리비에 메시앙(1908~1992)     © 비전성남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Vingt Regards sur l’Enfant-Jésus’은 ‘구원’을 위해 이 땅에 태어난 예수 그리스도를 향한 ‘시선(또는 명상)’을 주제로 한 20개의 피아노 모음곡이다.

20개의 작품 속에는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하나님, 별과 십자가, 동정녀 마리아, 하늘, 시간, 천사, 동방박사, 사랑의 교회 등의 시선이 들어있다. 그 내용은 모두 가톨릭의 전례, 문헌, 복음서 그리고 미술작품 등을 바탕으로 한다.

    

▲ 가톨릭교회     © 비전성남

그중 13번째 곡인 ‘노엘 Noël’은 아기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종소리로 가득한 곡으로, 악보에는 ‘탄일종이 우리와 더불어 예수, 마리아, 요셉의 존귀한 이름을 노래한다’는 메시앙의 글이 적혀 있다.

    

▲ 종     © 비전성남

메시앙은 친절하게도 음표 아래에 ‘comme des cloches’라는 지시어를 적어 넣어 연주자에게 화음들을 ‘종소리처럼’ 들리게 연주하기를 요구한다.(선율 악기이자 동시에 타악기의 성격을 지닌 피아노 작품이기에 가능한 요구다.)

음악을 들으면 세 종류의 ‘탄일종’을 구분할 수 있다. 고음의 작은 종, 중간 종, 그리고 낮은 음을 내는 큰 종.

1944년에 완성된 이 작품의 초연은 메시앙의 제자이자 두 번째 아내가 될 이본 로리오에 의해 1945년에 이뤄졌다.(이본 로리오는 1959년 메시앙의 아내가 지병으로 사망하자 2년 후 그의 두 번째 아내가 된다.)

유튜브에서 이본 로리오의 ‘노엘’ 연주 영상을 찾아보길 권한다. 아내의 연주를 듣는 메시앙의 모습이 함께 담긴 영상이다.

메시앙 피아노 작품의 주인이자, 14세에 이미 바흐의 ‘평균율 곡집’, 베토벤의 32개 소나타,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전부를 연주할 수 있었던 피아니스트의 라이브 연주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음악칼럼 메시앙’을 입력하면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중 제13곡 ‘노엘 Noël’(4~5분)과 전곡(2시간 정도) 및 일부 연주 영상을 찾을 수 있다.

1996년 명동대성당에서 메시앙의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전곡을 연주해 많은 사람을 설레게 했던 피아니스트 백건우의 2008년 서울 예술의전당 연주도 들어보길 권한다. 아쉽게도 전곡 영상은 없지만 ‘아기 예수를 바라보는 20개의 시선’ 첫 번째 곡 연주 영상을 통해서라도 ‘건반 위의 구도자’의 묵직한 울림을 느껴보길 바란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