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나무에서 틔워낸 겨울눈에 눈길이 갔다. 지난해부터 준비해 겨울을 지낸 겨울눈이 살짝 솟은 듯 보였다. 나뭇가지에 물이 오르고, 기지개를 켜는 봄이다. 나무는 땅속에서 물을 끌어 올리고 햇살에 몸을 데운다. 이제 우리도 봄 안으로 걸어 들어가 보자.
판교도서관 뒤 판교공원은 새소리로 가득했다. 딱따구리의 드러밍, 박새의 경쾌한 노랫소리, 어치의 조금 거친 소리가 공원을 채운다. 까치는 둥지 짓기에 여념이 없다. 알 낳을 준비를 해야 한다. 개구리는 어떻게 봄을 알아챘을까. 묵논습지에 개구리알이 보인다.
바람에 흔들리는 빈 나뭇가지가 봄을 느끼는 모습, 공기에 섞여 있는 포근함을 사진으로 담을 수 없음이 아쉽다. 고마리, 애기나리, 산마루, 뫼루니, 들바람…. 곳곳에 있는 쉼터의 이름이 예쁘다. 이름도 예쁘지만, 쉼터도 많다. 쓱쓱 빠르게 지나지 말고 공원에 맘껏 머물다, 눈여겨보며 자연을 느끼고 가라고 하는 것 같다.
마당바위 쪽으로 방향을 잡고 걸음을 옮겼다. 새해가 되면 해마다 해맞이 행사를 하는 곳인 마당바위는 과거 초등학교 소풍 명소이기도 했다.
숲속에 있는 넓은 바위에 왁자지껄 모여 앉아 도시락을 먹고, 장기자랑을 선보이고 보물찾기를 했을 아이들의 모습이 그려진다. 앞이 탁 트여 성남시내를 시원하게 내려다볼 수 있는 곳, 이곳에서 사진 촬영은 진리 중 진리다.
마당바위를 뒤로하고 내려오는데 신선바위 이정표가 보였다. 왜? 어떻게 생겼길래 신선바위일까?란 물음표가 달리니 발끝이 저절로 이정표 방향으로 옮겨졌다. 널찍하니 반듯반듯한 바위가 여러 개 놓여 있었다.
자연 그대로라고 보기엔 칼로 자른 것처럼 평평한 단면이 신기했다. 동화에서처럼 신선이 터 좋은 곳에 쉼터를 만들어 놓고 삼삼오오 모여 앉아 바둑을 뒀을 거라고 이야기를 꾸며봤다.
지난밤에도 신선이 다녀갔을까. 신선이 그곳에 봄을 꽂아 놓았는지 찾아도 보이지 않던 새순이 살짝 얼굴을 내밀고 있었다. 동화의 줄거리는 그렇게 이어졌다.
야트막한 산길이지만 1시간이 넘게 걸으니 시장기가 돌았다. 도서관 아래는 상가 밀집 지역으로 카페와 식당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도서관 근처 짬뽕 맛집으로 들어갔다. 짬뽕도 볶음밥도 다 맛있다. 주문한 음식이 맛있었으면 좋겠다는 기자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기분 좋게 식당을 나서 판교 인공암벽장으로 향했다. 인공암벽장은 시민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시설이다. 암벽장에 가서 이용 신청서를 작성하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찬 기운이 남아있는 탓에 아직은 이용자가 없다.
날이 더 포근해지는 4월이면 암벽 등반가들이 이곳을 찾고, 성수기로 접어든다. 암벽 등반에 도전해 보고 싶다. 시민들이 암벽 등반을 가까이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어 배울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본다.
눈을 살짝 돌리니 예상에 없던 판교유물 유적지가 보였다. 판교 택지조성사업 때 발굴된 백제시대 돌방무덤, 집터와 부뚜막에서부터 고려시대의 널무덤, 조선시대 숯가마, 담장 건물지 등 먼 옛날부터 판교에 사람들이 터를 잡고 살았었다는 흔적이 보존돼 있었다.
판교동은 돌아볼 곳이 많다. 도서관, 판교공원, 어린이공원, 박물관,역사터에 맛집까지 동네만 돌아도 즐거운 하루를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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