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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이야기] 배고픔을 달래주던 소중한 나무, 조팝나무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3/23 [23:4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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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는 휘둘러 무엇인가를 타격하는 도구라서 방망이란 말은 듣는 사람에게 위협감을 느끼게 한다. 그런데 꽃방망이라 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4월이 되면 길게 자란 줄기에 꽃들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아래로 휘어질 정도로 많은 꽃을 피운 모습이 마치 나무에 꽃방망이가 달린 것 같은 식물이 있다. 조팝나무다.

 

장미목 장미과의 낙엽관목인 조팝나무는 키가 1.5~2m 정도밖에 되지 않는 키 작은 나무다.

 

가지들이 포기를 이루며 자라는 떨기나무인 조팝나무는 정원이나 공원에 식재해 몇 해만 지나면 가는 줄기가 많이 생겨서 수형이 자유스러우면서도 균형이 잡혀 아름다운 꽃과 함께 훌륭한 조경적 가치가 있는 나무다.

 

그뿐 아니다.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쬐는 4월 고속도로나 국도 주변에 핀 꽃이 있다면 대부분 조팝나무다. 도로변에 조팝나무를 많이 심는 이유 중 하나는 오염에도 강하고 꽃이 진 후 잎이 나와 상대편 차선의 빛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어서라고 한다.

 

조팝나무 종류는 20여 종인데 그중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이 조팝나무다. 진분홍색 꽃이 피는 꼬리조팝나무와 잎이 둥글고 흰 쌀밥을 수북이 그릇에 담아 놓은 것처럼 많은 꽃을 피우는 산조팝나무가 가끔 눈에 띄나 나머지 종류는 주변에서 그리 쉽게 볼 수가 없다.

 

이름의 유래를 살펴보면, 한창 꽃이 피어 있을 때 좁쌀로 지은 조밥을 흩뜨려 놓은 것 같다고 해 조밥나무로 불리다가 조팝나무가 된 것이다. 또는 좁쌀을 튀겨놓은 것 같아서 조팝이라고도 했다.

 

이름의 유래가 어느 쪽이든 냄새는 약간 고약하지만 꽃이 4~6개씩 하얗게 모여 핀 조팝나무의 꽃은 지난해 수확한 곡식이 떨어져 밥이 귀해지는 봄에 배고픔을 달래주며 꽃을 보는 사람들에게 활기를 불어넣었을 것이다.

 

조팝나무는 한약재로도 다양하게 쓰였다. 뿌리는 상산 혹은 촉칠근이라 하는데, 『동의보감』에서 맛은 쓰며 맵고 독이 있으나 학질을 낫게 하고 가래를 토하게 할 뿐 아니라 열이 심하게 오르내릴 때 신속하게 치료할 수 있다고 했다.

 

북아메리카의 토착 인디언들도 민간 치료 약으로 이 조팝나무 뿌리나 줄기를 썼다고 한다.

 

현대에서 조팝나무는 버드나무와 함께 해열제의 대명사라 할 수 있는 아스피린 원료를 추출함으로써 조팝나무 학명(Spiraea prunifolia var. simpliciflora)의 일부분이 약 이름에 들어가 있기도 한 중요한 식물이기도 하다.

 

전 세계 인구가 하루에 1억 개 넘게 먹는 아스피린의 원료를 조팝나무에서 추출한다고 하니 지금을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참 소중한 가치를 가진 식물임에 틀림없다.

 

주변 숲과 공원, 도로변에서 쉽게 만나는 조팝나무처럼 가까이 있지만 그 소중한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지나치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