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대학교식물원(원장 전정일) 갤러리 우촌에서 사진전 ‘신선의 손바닥- 仙人掌’이 4월 4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선인장의 출현과 진화, 번성을 소개하는 전시는 환경부 지원으로 서식지 외 보전기관 종보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는 기획전이다. 국립생태원 주광영 박사가 제공한 사진 총 95점이 전시 중이다.
쌍떡잎식물, 선인장목 선인장과에 속하는 선인장(仙人掌)은 '신선의 손바닥'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식물이다. 일반 식물과는 달리 오랫동안 살아 '신선'이라는 말이 붙었다고 한다.
강인한 생명력과 끝없는 진화를 거듭한 선인장은 악조건에서 불굴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사막의 아이콘이자 인내의 상징이다. 일본에서는 사보텐(Saboten), 중국에서는 패왕수(覇王樹)로도 불린다. 선인장의 영어 이름은 Cactus인데 그리스어로 ‘가시가 있는 식물’을 뜻한다.
가시투성이인 선인장은 자체 조직 내에 수분이 많으므로 사막의 초식 동물들에게 좋은 표적이 된다. 가시들은 이 짐승들이 함부로 공격할 수 없도록 돕는 선인장의 무기다. 또한 선인장은 잎을 가시로 변화시키거나 퇴화시킴으로써 강렬한 태양광선을 잘 견디게 하고 수분 증발을 억제한다.
선인장에 있는 주름들도 뜨거운 햇볕에 열을 최대한 식힐 수 있도록 진화한 구조로, 표면적을 최대한 넓혀서 열 발산을 높인 라디에이터 구조와 같다. 척박한 자연환경에 대한 선인장의 적응 능력은 놀랍기만 하다.
실제 많은 선인장은 물이 거의 없는 사막에 자생하다 보니 선인장의 원산지는 아프리카라는 오해를 받기 쉽다. 선인장의 고향은 미국 남부지역과 멕시코, 칠레, 아르헨티나 등의 남미 국가들이다.
선인장은 약 3만5천만 년 전에 처음 출현했지만 1500만 년~500만 년 전 사이에 종이 급격히 늘어났다. 곤드와나 대륙에서 남미 대륙이 떨어져 나간 후 지금의 안데스 산맥 중앙 부근에서 선인장이 처음 출현했다.
한편 유럽에서 떨어져 나온 북미 대륙이 남미 대륙에 가까워지자 남미 대륙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미국 등 북미대륙의 건조한 지역으로 퍼지게 됐다.
선인장은 영상 50℃의 폭염 속 사막에서만 자라는 것이 아니라 종류에 따라 해발 4천m가 넘는 높은 산악에서도 찾아 볼 수 있고 혹한에서도 죽지 않고 견뎌내 강인한 생명력을 자랑한다.
극한의 환경에서 진화한 결과 특이한 모습을 가진 선인장은 신대륙발견과 더불어 앞다퉈 수집하고 채집한 대상이 됐다.
신대륙에서 수집한 선인장은 대항해 시대 항로를 따라 여기저기로 전파됐다. 이번 사진전에서 만날 수 있는 오푼티아(Opuntia)가 신대륙 발견과 함께 유럽으로 처음 도입된 선인장 중 하나다. 선인장은 지구 정반대 편인 우리나라에도 전해져 백년초와 천년초가 됐다.
멕시코의 국기와 국장에 선인장이 등장하는데 아메리카대륙 여러 나라에선 뾰족한 선인장의 가시가 나쁜 기운을 막아주고 소원을 들어준다는 믿음을 가지며 신성시했다.
고대 마야 제국의 시대에는 가시를 바늘 대용으로 해 의복을 만드는 데 이용하기도 하고 수술용 바늘 대용으로 봉합하는 데 사용하기도 했다. 가시가 강하고 많은 것을 울타리에 심어 방범용으로 사용했다.
선인장은 관상용만이 아니다. 원산지 남미지역에서는 열매를 따서 감자처럼 요리해 먹기도 한다. 코코넛처럼 열매 속에 들어있는 물을 마시는 경우도 있다.
어떤 선인장의 열매에는 환각 성분인 메스칼린이 들어 있어 여행 중 기진할 때 먹으면 잠시 기분이 좋아진다고 한다. 또 어떤 선인장의 열매에는 해열제 성분이 들어 있다.
그래서 일사(日射)에 시달릴 때 먹으면 열을 가시게 할 수 있다.
가시로 뒤덮인 선인장의 몸매는 가까이 할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로 호감이 가지 않지만 선인장의 꽃은 정말 화려하고 아름답다.
선인장의 성장 과정과 척박한 환경을 생각하면 선인장 꽃은 더 특별하다. 다양한 색깔로 화려하고 광택이 나는 선인장 꽃은 얇은 비단 옷감을 겹겹이 모아놓은 듯 화사하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아름다운 선인장 꽃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에키노세레우스(Echinicereus)는 미국 중남부와 멕시코의 태양이 작렬하는 바위지대에서 널리 분포하는데 크고 화려한 꽃에도 가시가 달려 있다.
기둥 선인장류는 박쥐의 도움으로 꽃가루받이를 하며 밤에만 꽃을 피우며 아침이 되면 시들어버린다. 열대와 아열대기후 지역에서 벌새만 꽃가루받이가 가능하도록 독특한 구조로 진화한 선인장도 있는데 이번 사진전에서 소개됐다.
그런데 불굴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사막의 아이콘이자 인내의 상징인 선인장도 생존의 위협을 받는 시대가 됐다. 극한의 환경에서 산다는 것은 그만큼 치열한 투쟁을 벌인다는 의미이며 작은 충격에도 쉽게 무너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인간의 과도한 채취와 불법거래가 선인장을 멸종위기로 몰아갔는데 심화되는 기후변화와 서식지 파괴는 한계에 놓인 선인장의 생존을 더 위협하고 있다. 지금 추세라면 금세기가 반 지나기도 전에 지구상 선인장의 반 이상이 사라질 것이라고 한다.
IUCN(세계자연보전연맹)에 따르면 전 세게 1만 종이 넘는 다육식물 가운데 2천여 종이 야생상태에서 멸종위기에 처해 있음을 경고하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선인장이다.
몇 년 전 칠레 북부 아타카마사막에서 자라는 희귀선인장이 이탈리아에서 회수돼 칠레로 돌려보내졌다. 오늘날 생물 보전의 문제는 전 지구적 문제다.
이에 국제적 멸종위기에 처한 3만6천여 생물 종의 불법 수집과 국가 간 불법거래를 막기 위해 CITES를 결성했다. 우리나라도 이 협약에 가입돼 있다.
전정일 신구대학교식물원 원장은 "이번 전시는 선인장의 출현과 진화, 번성을 보여주고 다양한 선인장의 모습과 삶에 얽힌 이야기를 통해 전 지구적 식물보전에 대한 관심을 불러 모으고자 기획됐다"고 한다. 이번 전시는 5월 6일 월요일까지 진행된다.
문의: 신구대식물원 031-724-1600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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