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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이야기 속으로] 쌍화점(雙花店)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4/07/29 [15:0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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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쌍화점(2008)> 포스터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쌍화1)점(雙花店)>은 남녀 간의 애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우물가, 사찰, 식당 등 당시 고려인들이 즐겨 찾던 일상 공간 속 자유연애를 그리고 있다. 그런데 사실 이 <쌍화점>에는 또 하나의 배경이 있으니, ‘외국인인 회회(回回)2)아비가 운영하는 쌍화가게’가 그것이다. 노래 제목도 그에서 연유하는데, 왜 하필 ‘외국인이 운영하는 가게’를 배경으로 삼았을까?

 

고려 정부가 백성들이 친숙하게 불러온 <삼장(三藏)>이라는 고려의 전통 속요를 <쌍화점>으로 가공한 시점은 1270년대다. 이때는 30여 년에 걸친 몽골의 침공이 끝나고 고려와 몽골 원제국 간에 공식적인 외교관계가 형성된 때로, 여러 외국인과 제국문물의 유입으로 고려인들이 불안을 느끼던 때다.

 

송나라 시절부터 이미 중국인들의 한반도 방문에 익숙했던 고려인들이지만, 몽골 원제국의 오르탁(Ortaq)무역 붐에 힘입어 중국과 서역을 주름잡던 회회(回回)상인들의 위세는 때론 위협적이기도 했다.

 

이때 재위했던 고려 충렬왕(1274-1308)은 여러 새로운 상황에 불안해하던 고려인들의 마음을 편하게 해 주고 싶었다. 게다가 앞으로 닥칠 상황, 즉 계속될 제국 문물의 도래, 제국인들의 중장기 체류에 백성들을 대비시키고자 했다. 이에 전통 멜로디<삼장>에 당시 현실(쌍화가게)을 표현한 새 연을 추가, 고려 전통 속요를 시의에 맞는 내용으로 업그레이드한 것이었다.

 

우리가 흔히 ‘남녀상열지사’라고만 알던 <쌍화점>의 탄생 배경에 몽골의 침공, 제국의 위협, 그에 대응하는 국왕의 배려, 그리고 다문화적 성격이 한층 강해진 고려 사회의 변동이 자리하고 있었음을 기억한다면, 고려시대의 역사가 달리 보일 것이다.

 

1) 쌍화 (雙花): 만두, 떡 또는 귀금속 추정

2) 회회(回回): 무슬림을 신봉하는 중앙아시아 출신 상인

 

특별기고 이강한 교수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학대학원 한국사학 전공

한국학중앙연구원 ( https://www.aks.ac.kr )

성남시 분당구 하오개로 323 소재

 

▲ 고려가요 <쌍화점> 악보 (≪대악후보(국립국악원 소장)≫ 수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