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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칼럼 - 사람들 사이의 ‘섬’, 보이차!

  • 관리자 | 기사입력 2012/04/23 [21:4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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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_보이차가 있는 풍경. 차일룡 사진작가>

보이차는 인문학적 상상력의 보고 
타자와의 공감 그 자체


‘사람들 사이에 섬이 있다 
그 섬에 가고 싶다’

시인 정현종 님의 <섬>이라는 시 전문입니다. 단 두 줄 밖에 되지 않는 이 시는 강렬해서  이따금씩 떠오릅니다. 직장생활이 팍팍하거나, 집이 편안하지 않거나, 아파트 숲이 사막으로 느껴질 때 아리게 다가옵니다. 

누구나 타자와 불편함을 느끼며 살아갈 겁니다. 타자가 야속하기도 하고, 밉기도 하고,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기도 합니다. 오죽했으면 스피노자 같은 위대한 철학자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인파 속을 거닐며 “타자와의 소통은 불가능하다”고 선언했을까요? 

나이 들수록 더욱 고립돼 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타자와의 관계가 메마르고 거칠어집니다. 아내가 어제의 그녀가 아닌 것처럼 느껴집니다. 사춘기를 겪는 아들이 영화에나 나오는 불량소년 같습니다. 오랫동안 우정을 나눴던 친구, 선후배가 낯선 사람처럼 보입니다. 

아마 저만 이렇게 느끼지는 않으리라 믿습니다. 우리네 삶은 내가 믿었던 관계가 일그러지는 과정의 연속이 아닐까합니다. 그래서 주점에 가서 술을 마시고 주말마다 뒷산이라도 오르고 있는지 모릅니다. 음악이나 그림에 빠져드는 것도 마찬가지일 겁니다. 

저는 보이차를 마시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약리효과를 기대해서 마셨으나 어느덧 그것은  ‘섬’이 되었습니다. 타자와 삐걱거릴 때마다 마시면 보이차는 섬처럼 완충지대가 됩니다. 타자가 야속하지도 않고, 밉지 않은 상태로 되는, 뭔가 이해할 수 있을 것도 같은, 그리하여  타자에게 다시 다가갈 수 있는 힘이 되는….  

저에게 보이차는 공감의 매개체 같습니다. 차분하게 타자를 다시 생각하게 해주는, 그래서 나 자신을 되돌아보게 하는!(일찍이 프랑스 의학기관에서는 보이차에 신경자율 계통을 완화해주는 물질이 있어서 사람의 마음을 이완시켜준다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분명 우리는 타자 속에서 살아갑니다. 어쩌면 타자는 곧 나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타자와의 관계가 흔들릴 때마다 섬으로 갑니다. 저에게 보이차는 섬입니다.    

이건행보이차 전문점 <티마켓>(서현동) 대표. 한양대 국문과를 나와 일간지와 시사주간지 등에서 미술·사건·증권기자로 일했다. 저서로는 임권택 감독의 <창>의 원작이 된 장편소설 <세상 끝에 선 여자>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