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진다는 것, 어떤 상황에서도 슬프고 두려운 일이다. 그 상실과 상처로 마음을 닫고 제 안으로 숨거나 독하고 공격적으로 변할 수도 있다. 그런 마음을 가만히 어루만 지는 ‘모란동물병원’ 김상현(51·중원구 성남동·사진) 원장은 봄날처럼 부드럽고 따뜻한 사람이다. 1988년 7월 동물병원 개원 당시, 소동물 병원과 모란시장의 동물문화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과 편견을 조금이라도 바꿔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주저 없이 모란시장 맞은편에 개원했다. “꼭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했고 과거보다 사람들 인식도 많이 달라졌다”는 그는 ‘MBC 와우 동물천하, 아주 특별한 아침(동물병원 24시)’, ‘SBS 세상에 이런 일이, TV동물농장’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출연 할 만큼 동물에 대한 사랑이 깊다. 생명체는 소중하고 가치가 있다는 그는 사람들의 필요에 의해 취했다, 필요에 의해 다시 버려지는, 유기동물에 대한 마음이 애틋하다. “반려동물 분양 시, 즉흥적이 아니라 신중하게 판단해서 주거환경 조건과 동물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은 물론, 성장 후 크기도 고려하지 않으면 감당하지 못해 결국 유기의 발생 원인이 된다”며 “분양받는 사람들이 동물에 대한 애정과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으로 끝까지 책임질 수 있으면 좋겠다”는 김 원장은 감성이 따뜻하고 성품이 온화한, 존경하는 아버지를 닮았다. 그는 아버지가 번역해 준 의학서적을 읽으며 생명의 소중함을 알았고 ‘폴 오스터’의 『달의 궁전』을 좋아한다. 야생 동물 보호를 위해 성남시가 지정한 ‘부상 조수 치료기관’이며 ‘천연기념물 동물치료소’를 운영하는 김 원장은 겨울철, 동물 먹이주기 운동을 한다. “자연적 생태계가 사람들에 의해 변화돼서 야생동물이 반애완동물화 됐다”는 그는 “내가 가진 능력으로 이 분야와 관련해 사회에 보탬이 되고 도움이 된다면 무척 좋은 일”이라며 웃는 표정이 사뭇 진지하다. 한 달 평균 백여 건 이상 유기동물 보호소에 접수되는 유기동물, “유기동물사업은 주인의식으로 시민이 주인이 돼 투명하게 관리하고 무료분양해서 활성화시켜야 한다”는 김 원장에게 동물은 가장 가까이 자신이 도움을 줄 수 있고 또 위로받을 수 있는 평생 친구다. 어디 김 원장뿐일까. 많은 사람들이 반려동물을 통해 위로를 받고 함께 생활한다. 모든 사람들이 동물을 사랑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반려동물과 동반 외출 시 꼭 목에 줄을 매거나 운반용 장을 사용하고 대소변 또한 깨끗하게 처리해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것도 동물사랑이라는 김 원장. 계절상 늦봄인데도 대기의 온도는 한 여름이다. 풋감의 떫은맛을 억지로 우려낸 것처럼 봄을 여름으로 우려낸 것 같다. 그러나 분명 김 원장을 닮은 부드럽고 은은한 봄이다. 이 봄, 길거리에 버려져 방치돼 쓰레기통을 뒤지고 전염병을 유발하고 공격적으로 달려들어 사람들을 위협하는 유기동물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동물사랑의 방법이 아닐까. 조민자 기자 dudlfdk@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