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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가운 대화가 풍경이 되는 마을
거대 도시 성남 속 숨겨진 고향… ‘깊은 골’ 심곡동
“우리 동네는요, 순흥 안씨와 성주 이씨의 집성촌인데다 동네주민의 사십 퍼센트 이상이 원주민이어서 명절이 되면 부모를 찾아 이곳으로 오는 자손이 많은 고향 같은 동네지요.”
심곡동 노인회 안평길(72) 회장의 설명이다.
서울공항이 들어서기 전에는 아름드리 오리나무 가로수에 가려 외지 사람들은 그 길 사이에 마을이 있었는지조차 몰랐다는 인능산이 품고 있는 깊은 골, 그곳이 수정구 심곡동이다.
도시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마을 곳곳에 멋진 새 건물이 하루가 다르게 들어서고 있지만 마을사람들은 여전히 ‘심곡동’보다는 ‘깊은 골’이란 옛 이름으로 동네를 소개한다.
마을사람 모두가 귀히 여기는 거북바위가 마을 입구를 지키고 있고, 매년 음력 7월 1일이면 마을사람들의 안녕을 위해 대동제를 지내는 ‘우두물’과 300년 된 느티나무가 있는 마을.원주민인 안씨네는 불교, 이씨네는 기독교로 종교가 달라서, 마을 안에 절(안국사)과 교회(심곡교회)가 사이좋게 자리하고 있는 마을.
지은 지 100년도 더 된 집에서 아직도 안방엔 나무로 불을 지피며 산다는 마을 주민 이상신(57) 씨는 “안씨, 이씨 서로 종교가 다르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건 아무것도 없어요. 오랜 세월 친척 이상으로 정을 나누며 어울려 살다보면 서로를 이해하게 되지요. 그러다보면 서로 자연스럽게 닮아가기도 하구요. 하하하~”라며 훈훈한 웃음을 웃는다.
‘무엇을 하든 동네 주민 모두가 함께’를 기본으로 생각한다는 이화복(66) 부녀회장은 “외지에서 들어온 주민이 많아 주민 간의 단합을 위해 마을주민 전체가 참여하는 야유회를 준비하고 있다”며 “10월 13일 삼척 야유회를 통해 한 솥에 밥해 먹으며 같이 뛰고 놀다보면 서먹했던 관계도 정겨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웃는 모습으로 찾는 이를 반기고, 소박하지만 정감 있고 넉넉한 인심이 살아 숨 쉬는 곳. “어디 갔다 와?” “오늘이 모란장날이어서 장에 갔다 와요.” 텃밭에서 고추 따던 아주머니와 이웃집 새댁의 살가운 대화가 풍경이 되는 마을.
햇살이 내려앉은 낮은 지붕과 낮은 돌담길이 있고, 3대가 함께 사는 가족이 흔하며, 아직도 상여가 존재하는 마을. 그곳에 가면 옛이야기 안주 삼으니 오늘 처음 만난 외지 사람도 정다운 이웃 같은, 거대 도시 성남 속에 숨겨진 고향을 만날 수 있다.
정경숙 기자 chung0901@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