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염치’. 이즈음 사람들의 행태를 콕 짚어내는 말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거리에서, 전철이나 버스 안에서, 직장에서, 이웃들 사이에서…. 나만 있고 너는 없습니다. 나만 있고 우리는 없습니다. 몰염치 행태를 지적이라도 하면 무슨 봉변을 당할지 몰라 다들 애써 눈을 감고 있습니다. 침묵하는 사이 몰염치는 더욱 내재화되고 깊어가는 것 같습니다. 극단적 이기주의가 아무런 죄의식 없이 일상에서 비일비재하게 나타나고 있으니 말입니다. 몇 년 전 작고하신 소설가 박경리 선생은 생전에 몰염치를 자주 비판하시곤 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너무 염치가 없다!” 물질주의가 가파른 속도로 이뤄지다보니 자연스레 물신주의가 우리 사회를 지배한 때문일 것입니다. 몰염치가 판을 친다면 우리 사회는 그만큼 살 만한 사회에서 거리가 있다는 것으로 이해됩니다. 인간을 한자 그대로 ‘사람 사이’로 풀이한다면 지금 우리 사회에서 사람 사이는 커다란 위기를 맞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오죽하면 한국방송 개그콘서트의 가루샹(박성호 분)이 내뱉는 “사람이 아니무니다!”가 유행어가 됐겠습니까? 그 어느 때보다 ‘개인’이 우세한 사회입니다. 그러나 그 개인은 그 어느 때보다 위태롭습니다. 공동체와 엇나간 관계 속에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의미에서 염치없는 개인은 곧 고립의 다른 이름입니다. 그래서 고독이 이 시대의 얼굴일것입니다. 고독에서 벗어나는 길은 어렵기만한 일일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타자의 눈을 지긋이 바라보는 것으로 가능하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남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들여다 보려고 하는 것은 곧 공감의 시작이니까요. 거기에 몰염치는 당연히 자리 잡을 틈이 없을 겁니다. 문화칼럼 이건행 I 문화평론가 저서로는 임권택 감독의 <창>의 원작이 된 장편소설 <세상 끝에 선 여자>가 있다.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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