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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칼럼 l 부모와 장인·장모를 위한 모임 위빙계(爲氷契)

  • 관리자 | 기사입력 2013/01/23 [16:0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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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한 말이지만, 단란한 가정의 첫째 조건은 부부 사이가 좋아야 하지요. 결혼 생활을 시작해 아이를 낳아 기르다보면 부부 두 사람의 문제가 아닌 시가와 친정, 본가와 처가의 사이에 인간적 혹은 금전적인 문제로 심각한 사단이 벌어지는 경우가 종종있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손 놓고 두고만 보았을까요? 위빙계는 이 같은 문제에 대한 처방전이었습니다.
 
사돈 사이, 동서와 형제 남매 사이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장인 장모를 위하는 계를 이름해 위빙계, 혹은 위친계(爲親契)라고 했습니다.

쉽게 말해 사위가 주도해 처남과 동서들을 계원으로 해 운영한 계가 위빙계였는데요. 여기서 ‘위(爲)’는 위한다는 뜻이고, 얼음 ‘빙(氷)’자는 빙부(聘父) 빙모(聘母)에서 ‘빙(聘)’자의 음만을 따와서 ‘위빙계(爲氷契)’라 했습니다. 

위친계는 부모님을 위해 자녀들이 만든 계인데, 친부모뿐만 아니라 장인 장모도 부모라 여겼기 때문에 처가 부모를 위한 계의 명칭에도 위친계라는 말을 썼습니다.

그러면 왜 우리 조상들은 위빙계와 위친계를 만들어 운영했을까요? 물론 그 목적은 친부모와 처가 장인 장모를 위한 계였지만 구체적 목적은 다름 아닌 경제적 부조(扶助), 혹은 그 원조에 있었습니다. 

어른들이 나이가 들어 경제적 주권이 자녀들에게 넘어가면 돈의 씀씀이에 있어 자녀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예전이나 지금이나 노인이 돼도 돈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집안의 경조사 등 큰일은 물론이거니와 손자 손녀를 비롯한 자손들에게도 꼭 필요한 것이 용돈이었습니다. 

따라서 자식들이 그 부모, 즉 노인들에게 금전적 뒷받침을 해주지 않는다면 어른으로서 최소한의 권위를 지키거나 존재감을 유지할 수없었던 것입니다. 이처럼 노인들의 존엄과 경제적 수요를 충당하기 위해 자식들이 그 기금의 조성과 운용을 위해 만든 계가 위빙계입니다.

그러면 위빙계의 구체적 운영 모습을 살펴볼까요? 계의 구성은 아들과 사위(딸) 전원이 계원입니다. 

물론 자녀가 결혼하면 계원이 그만큼 불어나지요. 이때 계의 대표자, 즉 계장(契長)은 맏사위였습니다. 

이들은 1년에 봄(3월), 가을(10월)의 특정일을 계회 날짜로 잡아 전원 참석하도록 하고, 결석자는 벌금을 부과합니다. 

거두어들인 계금은 적립하는 한편 이식을 위해 최선의 방법을 찾아 투자합니다.

한편 계회 날에는 모여서 노는 것 외에 부모를 즐겁게 하는 일을 하는데 주로 부모와 함께 여행(從遊)을 가는 일이었습니다.

요컨대, 국민연금과 같은 노후 보장이 되어있지 않은 전통시대에는 가족들이 참여해 노인들을 봉양(奉養)했던 구체적 실현 모습이 위빙계의 설립과 운영이었습니다. 이때의 봉양은 부모의 뜻을 받드는 것이 첫 번째였고, 위빙계와 같이 경제적 뒷받침을 하는 것이 그 두 번째였습니다.

사위 여러분! 음력 설날이 얼마 남지 않았네요. 설날 가족이 모이거든 위빙계, 위친계를 만들어 운영해 보십시오. 부모의 얼굴, 부인들의 얼굴색이 달라지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