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73년, 성호시장에 자리를 잡고 온갖 어려움을 이겨내며 40여 년 삶의 터전을 일궈온 아름다운 부부의 성호시장 이야기를 들어본다. 3년만 기다리라는 말을 남기고 군에 입대한 남편을 면회 갈 줄도 모르고 기다려서 결혼식을 올렸다. 정읍 신태인읍이 고향인 정순규(67)·김정애(65) 씨 부부는 어린 아들을 데리고 지금의 성남동 2020번지에 자리를 얻어 장사를 시작했다. 처음엔 화신상회라는 이름을 걸고 3년 동안 잡화상을 하다가 신화상회로 상호를 바꾸고 닭을 팔기를 15년! 그 후 진영식품으로 상호를 바꾸고 순대를 직접 만들어 팔기 시작한 지 어느새 22년째가 됐다. 가게에 딸린 방에서 먹고 자며 옆을 쳐다 볼 시간적 여유가 없었다. 어렵고 힘들었던 지난날, 아이들 뒷바라지를 제대로 못해 힘들기도 했지만 새벽같이 마장동 중부시장으로 장을 보러 다녔던 부인은 생선 해물 장사도 마다않았다. 단속반이 나오는 날이면 한바탕 실랑이가 벌어지고, 단속반의 발길질에 그릇은 그릇대로 물건은 물건대로 내동댕이쳐지고, 겨우겨우 그날 장사를 할수밖에 없었던 서러웠던 시절도 삶의 일부분이라 생각하고 감사하며 산다. 한창 장사가 잘되던 시절엔 성호시장 골목이 사람들로 붐벼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피해가며 순대를 팔기도 했다. 화신상회에서 신화상회로, 그리고 순대집인 진영식품으로 이름이 바뀌면서 서서히 형편도 좋아졌고, 성호시장 사람들도 밝아졌다. 언니, 형님 하면서 반찬 한 가지 순대 한 줄 나눠 먹으며 성남 사람들과 함께해온 부부의 애환도 진달래 꽃물만큼 짙었다. 성격이 곧은 남편과 무엇이든 겁내지 않고 밀어붙이기로 일했던 부인은 삶의 전쟁도 많이 했지만 지내놓고 생각하면 아무것도 아닌 일로 다투었다는 안타까웠던 이야기도 털어놓았다. 남편은 힘들어도 주문받은 물품은 성실하게 배달했다. 그런 남편을 믿고 서로 의지하며, 시집간 딸까지 온 가족이 신앙생활을 하며 “베풀면 돌아온다는 긍정의 힘”을 믿고 산다고 한다. “그날그날 만들어서 팔기 때문에 우리 집 순대 맛이 좋아서 하남이나 문정동, 광주에서뿐 아니라 인도, 베트남에서도 와서 냉동시켜 가지고 가고 미국에 있는 가족에게 갈 때도 가지고 가는 고객들이 있어서 마음 뿌듯하다”고 했다. 지난날 힘들고 어려웠던 시절을 생각하며, 매월 두어 군데 후원금을 보내고 있다는 아주머니는 영락없는 여사장이다. 직원 중에는 큰아들 역할을 해주는 김시연(42) 씨와 아들 정의성(40) 씨가 있어서 이제는 든든하다. “하루도 쉬지 않고 성호시장을 지켜온 아버지 어머니 세대가 있었기에 지금의 성호시장도 존재한다고 생각한다”는 아들 의성 씨! 오늘도 부부는 이곳저곳 빈 가게가 자꾸 생겨나고 지저분해지는 공간이 많아 불안한 마음도 있다고 한다. 바람이 있다면 주차장이 완비된 깨끗한 전통시장으로 탈바꿈됐으면 좋겠다고 간절하게 말했다.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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