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생태도시 성남] 임금님의 익선관에 내려앉은 매미 이야기

  • 관리자 | 기사입력 2013/07/26 [14:46]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소나기처럼 쏟아지는 매미 울음소리는 여름을 대표하는 것 중의 하나로 꼽히곤 한다. 그런데 매미는 시끄러운 울음소리와 달리 일생 대부분을 침묵 속에서 살아간다. 게다가 매미는 덧없는 목숨의 대명사가 될 만큼 수명이 짧다. 매미의 성충기간은 보통 10~20일간이지만 유충기는 매우 길어 수년에서 17년 동안을 땅에서 보낸다. 

그런데 우리 조상들은 매미를 다르게 바라봤다.
우리 조상들은 매미를 일컬어 임금이 지녀야 할 5가지 덕을 지닌 생명체라 생각했고 그래서 임금님의 익선관(임금이 평상복인 곤룡포를 입고 정무를 볼 때 쓰는 관)에 매미의 날개를 표현했다. 

그 5가지의 덕 중 첫 번째는 ‘문(文)’이다. 문은 일단 배움이다. 매미의 곧은 입이 마치 글 읽는 선비의 늘어진 갓끈과 비슷하다고 여긴 우리 조상들은 익선관을 쓴 왕이 배우고 익혀서 백성들에게 선정을 베풀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매미가 지닌 두 번째 덕은 ‘깨끗함’이다. 매미는 이슬이나 나무의 진액과 같은 깨끗한 것을 먹고 사는데 왕은 사념과 탐욕을 버려야 한다는 뜻이 익선관에 담겨 있다. 

매미의 세 번째 덕은 ‘염치’다. 매미는 농부가 가꾼 곡식이나 채소를 헤치지 않는 곤충이다. 익선관을 쓴 왕은 체면을 차릴 줄 알고 부끄럼을 아는 마음인 염치를 잊지 말라는 의미다. 

네 번째로 꼽히는 매미의 덕은 ‘검소함’이다. 매미는 다른 곤충과는 다르게 자기 영역을 정하거나 집을 짓지 않는다. 그 모습을 통해 왕은 검소함을 배우고 실천해야 하는 것이다. 

다섯 번째 덕목은 ‘신의’다. 늦가을이 되면 매미는 때를 맞춰 머뭇거림 없이 죽으니 신의가 있다는 것이다. 

한편 옛날 중국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죽은 이의 입안에 매미 모양의 옥을 넣었다. 왜 매미였을까? 허물을 벗고 다시 태어나는 매미처럼 사후세계로 떠나는 여행에서 죽은 사람의 영혼이 건강하기를 바라고 다시 환생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낸 것이라고 한다. 

매미는 옛 사람들에게 참 많은 영감을 준 곤충인 듯하다.

올해는 7월 중순까지도 매미의 울음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물론, 늦털매미와 같이 늦여름에 나타나 가을을 지내다 가는 매미도 있지만 들려야 할 매미 소리가 들리지 않으니 어쩐지 아직 여름이 오지 않은 것도 같았다. 그렇다면 왜 매미가 늦게 출현하는 걸까? 

매미는 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곤충이다. 마른장마와 기후변화로 생태분포가 달라져 매미의 출현시기가 늦어지고 있다고 한다. 

일반적인 6월의 경우 장마나 잦은 강수로 지면에 물기가 차 있어 매미 부화에 적합한 습도와 온도가 형성된다. 매미는 부화하기 전 지면 위에 5~10㎝ 높이의 탑을 쌓는데, 이 시기 지표면이 건조한 상태가 지속되면 땅을 쉽게 뚫을 수 없어서 늦어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올 여름 매미의 삶이 가르쳐주는 5가지 덕을 떠올리며 ‘매앰매앰’ 정겨운 매미소리를 감상해보면 어떨까.

사진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