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득기소(各得己所)
모든 사람이 자기 위치를 알고 그 위치에 있어야 한다” 성남의 역사와 함께한 사람. 3.1 독립운동가 송헌 한백봉 선생의 손자 한동억(68·분당구 이매동) 소장은 경기도 향토문화연구소장, 성남문화원 이사, 한민족전통연구회 연구소장, 성남향토문화연구소장을 역임하면서 지역사회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발굴해 내고 본래의 지명 찾기에 온 힘을 기울이고 있다. 17대째(532년) 대대로 성남 율동(율리)에 터를 잡고 살아왔다. 율동공원 안에는 서당 터가 있고 그때 사용했던 교재만도 80여 권이 전해지고 있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할아버지 무릎에서 글을 배우고 역사 이야기를 듣고 자란 한 소장은 어릴 때부터 ‘역사 박사’라는 별명을 얻었고, 늘 “나라가 있어야 한다”는 할아버지의 말씀을 뼈 속 깊이 새기며 살았다고 한다. 농업·산림·원예기술이 남달랐던 부친은 학교에서 돌아온 시간에도 일을 돕도록 했다. 쟁기질, 써레질, 가래질 등 상일꾼 소리를 들을 만큼 일을 잘했다. 몇 가지 기술자격증을 가지고 서울에서 생활했던 한 소장은 1992년 성남으로 돌아와서 할아버지께서 남겨놓으신 발자취를 잊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으로 성남의 지명 찾기에 발 벗고 나섰다. 1914년 일제가 세부측량지도를 만들면서 망아지 구(駒)자를 써서 ‘구봉’이라고 불렀던 일본식의 매이지봉(매지봉)을 성남문화원과 재조사해 원래의 ‘영장산’으로 이름을 되찾았다. 분당은 옛날 도자기 점포들이 있던 분점리와 제방이 길게 이어져있던 당우리가 합쳐진 지명이다. 백궁동은 백현동과 궁내동, 내정동은 수내동과 정자동, 초림역은 수내역, 백궁역은 정자 역으로 본래의 이름을 되찾았다. 지명에 얽힌 아름다운 일화와 전설을 토대로 ‘판교’ 신도시 이름과 봇들마을, 산운마을 등 수많은 동네이름을 찾아내는 일을 해온 한 소장은 “지명이 바뀌면 민족정기가 사라져 우리의 아픈 과거와 역사를 쉽게 잊어버리게 되기 때문에 성남 역사의 근간을 찾는 것은 성남지역의 정체성을 찾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낙생행궁, 음촌참 등의 새로운 이야기와 백현‧수내‧정자‧금곡‧구미 등 5개 거리에 긴 장터가 형성돼 그 시절 유통시장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했다는 이야기 등 한 소장의 성남 역사 이야기는 끝이 없다. 매년 1월부터 홀수 달 둘째 월요일 오후 3시에는 역사, 문화, 예도, 민속, 한문을 배우고자 한민족전통연구회 회원들이 율동연구소에서 만난다. 율동공원 청주 한씨 문정공 사당 제실에서는 매주 화요일·목요일 오후 1시부터 5시까지 초·중급 한문을 가르치며, 문화해설사 교육을 통해 성남은 장구한 세월 백제문화가 꽃피던 역사와 문화의 고장임을 알려주는 나눔 문화를 실천하고 있다. 지난 2009년 제17회 성남시문화상(학술부문)을 수상한 한 소장은 역사에 묻힌 지명스토리를 많이 발굴해서 성남의 지명총람을 만들고, 3.1운동 기념관이 건립돼 자라나는 학생들의 체험관이 됐으면 좋겠다고 한다. 성남향토문화연구소 031-756-1082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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