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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성남]가을 탄천의 원앙 이야기

  • 관리자 | 기사입력 2013/09/23 [14:15]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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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탄천 주변이나 판교 운중천에서 올 여름 태어난 어린 원앙들과 털갈이를 한창 진행하고 있는 어른 원앙 모습을 자주 만날 수 있다.
원앙은 오리과에 속하는 물새로 우리나라 천연기념물 제 327호다. 번식기의 원앙은 암수의 깃털차이가 커 중국 고대에서는 서로 다른 새로 인식해 수컷을 ‘원’, 암컷을 ‘앙’이라 이름을 따로 붙였다.
진나라 장화가 지은 <금경>이란 책에서 원앙은 짝을 지어 사는 새인데 날아오를 때 수컷은 왼쪽에서, 암컷은 오른쪽에서 어깨를 나란히 해 날개를 맞대어 날고 만일 불행히 짝을 잃게 되면 남은 한 마리는 결코 따로 다른 새 짝을 찾지 않는다고 묘사됐다. 
원앙은 부부의 정다움을 상징했고 그래서 원앙깃털로 이불을 만들거나 베개에 원앙을 수놓았다.
원앙은 그림에도 자주 등장했는데 이때는 귀한 아들을 뜻했다. 사이좋은 부부에게서 똑똑한 자식이 나온다 해서 그런 뜻을 가지게 된 것이다. 보통동양의 그림에서 연못에 화려하게 핀 연꽃과 원앙이 같이 그려진 것은 ‘연생귀자도’라 해 ‘대를 이어 귀한 자식을 낳으라’는 뜻이다.
고려시대 ‘청자 원앙 뚜껑 향로’는 향로 뚜껑에 원앙새 수컷을 조각해 연기가 입으로 나오도록 만들었다. 이런 향로는 부부의 사랑에서 출발하는 가정의 행복과 평화에 대한 바람을 담고 있다.
그런데 오늘날 연구에 따르면 원앙은 한 쌍이 함께 다니다가 암컷이 알을 낳아 품으면 수컷은 바로 다른 암
컷에게 가버리므로 원앙이 새 중에서 가장 바람둥이라고 한다. 수컷 원앙은 매우 화려해서 적의 눈에 잘 띄기 때문에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아무튼 이 사실을 알고나면 원앙에게 느껴지는 묘한 배신감은 어쩔 수 없다.
그러나 생태적으로 맞지 않는 말일 수도 있고 원앙에 대한 무지일 수도 있지만 조상들은 원앙이 알을 낳고 서로를 위해주면서 사랑하는 과정에 주목해 금실 좋은 부부의 상징으로 원앙을 꼽은 것이리라.
예로부터 우리는 원앙과 같은 금실을 바라는 마음에서 신혼부부에게 나무로 만든 원앙 한 쌍을 주곤 했는데 이 목각 원앙인형은 원앙의 머리가 좌우로 돌아간다고 한다. 상대방으로 인해 기분이 상한 날이면 서로 바라보고 있는 원앙의 머리를 반대로 돌려 상대방이 이를 눈치 챌 수 있도록 해서 부부간의 대화와 화해를 이끌어내도록 하기 위해서란다.
또 여자는 하고 싶은 말을 될 수 있으면 아껴서 하라는 의미로 암컷 원앙의 주둥이는 항상 실로 묶여 있다고 한다.
이제 털갈이를 마치고 나면 원앙 수컷은 화려한 깃털로 옷을 갈아입을 것이다. 비록 일편단심을 보이지 않아 아쉽지만 원앙 목각인형 속에 경솔한 말을 삼가고 상대방의 마음을 읽으며 살아야 함을 담아 두었던 우리 조상들의가르침을 생각해보며 원앙을 바라봐도 좋을 듯하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