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동요 ‘반달’의 노랫말엔 계수나무가 등장한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실제로 계수나무를 보지 못했음에도 계수나무를 친근한 나무로 생각하고 있는 듯하다. 동요에서는 계수나무가 달나라에 산다고 하지만 본래는 중국과 일본이 원산지인 나무다. 중국인들은 달나라에는 토끼가 살고 있다고 믿었다. 중국인들의 달 토끼 전설에 따르면 ‘부처님이 전생에 매우 가난해서 주린 배를 움켜쥐어야만 했는데 그런 그의 배를 채워주기 위해서 토끼 한 마리가 스스로 불 속에 뛰어들어 부처님을 배부르게 해 주었다. 부처님은 토끼의 은혜를 갚기 위해서 토끼의 영혼을 달나라로 보내주고 이 토끼는 달나라의 계수나무 아래에서 신비한 절구에 불멸의 선약을 넣고 오늘도 약을 만들기 위해 절구질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 역사 속에서 계수나무와의 첫 만남은 <삼국유사> 가락국기다. 김수로왕이 허황후를 모시러 바다 가운데로 신하를 보낼 때 좋은 계수나무로 만든 노로 저어가게 했다는 내용이 들어 있다. 그런데 계수나무는 뭐니 뭐니 해도 하트를 닮은 잎이 매력적인 나무다. 하트 모양으로 생긴 잎은 나오기 시작할때는 적자색이지만 다 자라면 녹색으로 변하고 잎이 질 때쯤 노란색이나 주홍빛으로 물든다. 가을에 고운 색으로 단풍이 들고 낙엽이 돼 떨어진 계수나무의 잎은 색깔은 볼품없이 갈색으로 퇴색돼 말라버리지만 이때 솜사탕의 달콤한 냄새를 풍긴다. 잎 속에 들어 있는 탄수화물의 일종인 엿당의 함량이 높아지면서 기공을 통해 발산되는 것이다. 덕분에 무심코 계수나무를 지나치다 갑자기 코끝에 전해지는 달콤함에 코를 킁킁거리게 된다. 가을 계수나무 낙엽은 달콤한 냄새를 풍기지만 여름의 그 잎은 지독한 쓴 맛을 가진다. 어떤 사람들은 이런 계수나무 잎의 쓰기도 하고 달콤하기도한 특성을 생각하며 계수나무는 사랑을 상징하는 나무라고 한다. 조경수로 많이 심어 조금만 신경 쓰면 계수나무를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찬바람에 우수수 떨어져 뒹굴면서 우리에게 마지막 달콤한 향기를 선물하는 계수나무 낙엽을 모아보는 것도 깊어가는 가을을 제대로 느껴보는 한 가지 방법일 듯싶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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