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입구에 들어서면 후각이 먼저 발길을 재촉한다. 코끝에 전해지는 고소함을 따라 걸음을 옮기다 보니 문득 ‘이곳은 혹시 민속 박물관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든다. 한 거리에 카페나 옷 가게가 즐비한 풍경은 익숙하지만 한 골목에 43년 역사를 지닌 기름집이 40여 군데나 모여 있으니 민속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게 당연한 일인 듯하다. 초등학생이었던 아들은 부모의 대를 이어 골목을 지키고 있고, 새색시 때 이곳에서 기름을 짜가던 손님은 골목의 참기름 맛에 반해 나이 지긋한 할머니 단골이 돼 지금도 이 골목을 찾는다. 충청도에 단골을 둔 가게에서부터 바다 건너 제주도는 물론 더 멀리 해외에서 운영하는 식당에 참기름·들기름을 공급한다는 가게도 이곳에선 흔하게 볼 수 있다. 갓 수확한 참깨와 들깨를 착유하기 위해 지방에서 올라오는 손님도 있다니 ‘이곳에서만 낼 수 있는 특별한 고소함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김용현(부자기름집) 상인회장은 “음식을 만들 때 같은 재료로 만들지만 다른 맛을 내는 것을 손맛이라고 하는 것처럼 기름을 착유하는 과정 또한 음식을 만들어 내는 것과 같다”며 “양에 따라 볶아내는 시간과 온도에 정성이 겸해져야 최고의 맛을 짜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어느 곳보다 질 좋은 재료를 엄선해 당일 착유하는 것은 물론 저렴한 가격 또한한 몫 한다”고. 아마씨, 달맞이꽃씨, 해바라기씨, 고추씨 등 식물의 씨앗을 들고 와 착유해가는 사람들도 보이고, 오메가3가 풍부해서 몸에 이롭다는 저온 압착 들기름을 구입해 가는 손님들 모습도 눈에 띈다. 요즘엔 박물관을 연상케 하는 골목이 가진 특별함을 눈에 담고, 렌즈에 간직하기 위해 일부러 찾는 발걸음 또한 잦다고 한다. 정부에서 정식 허가받은 업체로부터 입찰을 받은 참깨·들깨를 수북이 실은 5톤 트럭이 하루 평균 서너 대씩 골목 안으로 들어온다. 그 많은 양이 유통될 수 있을까 의아하지만 추석을 앞두고 골목은 더 분주해지고 더 고소해질 것이다.전국 최대 규모, 우스갯소리로 탱크만 없지 있을 건 다 있다는 ‘모란민속5일장’ 옆에 위치한 ‘모란기름시장’, 이 골목엔 이곳만의 고소한 역사가 고스란히 보존돼 있다, 오랜 세월 삶과 사람이 어우러진 모습과 함께. 윤현자 기자 yoonh1107@naver.com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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