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제가 독서를 좋아하는 거예요. 책 속의 작은 것 하나가 관심을 끌고, 그 작은 것이 다른 책으로 이어지고, 거기서 발견한 또 하나의 단편으로 다시 새로운 책을 찾는 거죠. 실로 기하급수적인 진행이랄까요. 여기엔 가시적인 한계도 없고, 순수한 즐거움 외에는 다른 목적도 없어요."
"제 책이 어쩌다 건지 섬까지 갔을까요? 아마도 책들은 저마다 일종의 은밀한 귀소본능이 있어서 자기한테 어울리는 독자를 찾아가는 모양이에요. 그게 사실이라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요."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중
여러분에게 책은 어떤 의미인가요? 책은 지식과 지식을 연결하고 현실과 상상의 간극을 메꿔 줍니다. 사람과 사람을 링크하기도 하고요. 비전성남 ‘성남, 책을 만나다’를 통해 사람과 사람이 책으로 연결되는 그 첫 포문을 열어 영광입니다. 안녕하세요. 은수미입니다.
지난 11월 제4회 성남시 청소년 정책포럼에서 만난 노희지 씨에겐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이 어떻게 다가갈지 모르겠습니다만 추천해 드리고 싶어요. 최근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은 책이거든요.
책 제목의 ‘건지’는 영국의 섬이랍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이 건지 섬을 점령합니다. 작가는 그 시기를 버텨낸 사람들의 이야기를 편지글로 그려냅니다.
특별할 것 없는 보통 사람들이 책과 우정으로 즐거움과 희망을 얻고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내용이 경쾌하게 이어져요. 고통과 슬픔을 긍정의 마인드로 극복하려는 줄리엣이 저와 많이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어 공감하는 부분도 많고, 긴 두려움 속에서도 서로를 깊이 이해하고 아끼는 마을사람들이 마음을 따뜻하게 합니다.
제게 독서는 한 끼 식사입니다. 말하자면 일품요리가 아니라 이것저것 먹을 수 있는 뷔페 식사. 읽을 책들 몇 권을 집 안과 사무실 여러 곳에 두고 짬나는 대로, 손이 가는 대로 읽어요. 동시에 여러 권을 읽는 셈이죠. 독서는 정리된 지식을 얻는 기쁨도 있지만 제겐 편견을 깨트리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편견의 근원인 사람의 공간적, 시간적 한계를 극복하려면, 알고 싶은 분야나 주제에 대해 다양한 지식과 견해를 접해야 해요. 그렇게 찾아 읽는 과정이 나의 편견을 깨트리고 생각을 넓히는 길이죠.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건 책을 딱 한 권만 읽고 그게 진리고 사실이라 여기는 굳건한 믿음입니다. 그분에겐 그 책이 전부겠지만, 편견과 고정관념을 심어주는 도구일 수 있기 때문이죠.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편견, 한부모 자녀에 대한 편견, 싱글남녀에 대한 편견 등등.
편견이 얼마나 위험하고 무서운지는 잘 아실 거라 생각합니다. 모든 걸 뒤덮기도 하고 때론 앞을 못 보게 하죠. 이러한 편견이 집단화되어 분열을 만들고 불평등과 양극화를 초래하기도 하고요.
한파를 이길 만큼 따스한 책들을 여러분과 함께 읽고,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고 알아간다면 편견과 불평등 없는 하나된 성남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믿는 대로 된다는 긍정의 힘으로 2019년 용기와 희망을 듬뿍 나눠드리고 싶습니다.
비전성남 독자 여러분, 감기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18. 12.
성남시장 은수미
▶ 새해에는 책으로 만나고 소통하는 성남시민 독서 릴레이를 펼칩니다. 시민 여러분의 많은 관심 바랍니다. 독서 릴레이 다음 주자는 정자동에 사는 청년 노희지 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