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학중앙연구원(원장 안병욱)은 4월 25일부터 8월 17일까지 경기도 성남 소재 본원 장서각에서 ‘오백 년 조선왕조의 지혜’와 ‘천자문, 천 개의 글자를 읽다’라는 제목으로 두 건의 기획전을 개최한다. 적상산사고에 보관된 『조선왕조실록』은 일제강점기에 구황실문고로 옮겨 보관되다가 6․25 전쟁 때 북한군이 북으로 반출했다고 전해진다.
장서각에서 소장하고 있는 낙질본 3책(『성종대왕실록』, 『인조대왕실록』, 『효종대왕실록』)은 이 적상산사고본 실록의 일부로 추정된다. 봉모당본 실록은 첫 면에 [봉모당인(奉謨堂印)]이라는 소장인이 찍혀 있는 실록으로, 주로 역대 국왕의 생애에 관한 글을 수록하고 있다. 봉모당(奉謨堂)은 1776년 정조의 명으로 창덕궁 후원에 지어진 건물로 역대 국왕의 글과 글씨 등 국왕과 관련된 자료를 별도로 봉안한 건물로, 이곳에 소장된 자료들은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이관되어 보관하고 있다.
선왕의 행장과 지문을 비롯하여 시책문과 애책문을 수록한 실록의 부록은 당시 편찬된 실록의 일부로 사고에 봉안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장서각 소장 봉모당본 실록은 별도로 인쇄하여 봉모당에 봉안한 것이다. 실록을 포함한 ‘오백 년 조선왕조의 지혜’ 전시는 조선의 국왕이 나라의 근간인 백성을 소중히 여기고, 그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며 고단한 삶을 어루만지려는 노력을 담은 장서각 소장 자료를 엄선하여 전시한다.
‘애민’에 중점을 둔 본 전시에는 백성과 소통하기 위한 통로인 신문고 제도의 부활과 상언·격쟁(상언: 국왕에 대한 상소, 격쟁: 억울한 일을 당한 사람이 징·꽹과리 등을 쳐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사연을 왕에게 호소하는 행위) 의 실제 사례를 소개하고, 암행어사를 파견하며 전달했던 지시서 등이 전시된다. 백성의 먹을거리를 걱정하며 조선 산업의 근간인 농사가 잘 되기를 기원하는 의례를 담은 의궤들과 왕실 재정을 낭비하지 않기 위해 마련한 다양한 규범들을 담은 전적들도 만나볼 수 있다.
또 다른 기획전인 ‘천자문, 천 개의 글자를 읽다’는 장서각에 소장되어 있는 왕실의 『천자문』에 집중하여 책의 한 글자 한 글자를 모두 읽어볼 수 있는 ‘책 읽는 전시’로 기획됐다. ‘책 읽는 전시’는 책의 모든 면을 원본과 같이 복제하여 전시하고, 내용과 그 속에 숨어있는 다양한 이야기를 함께 소개하여 대중들이 쉽게 고전을 접할 수 있도록 기획되어 향후 새로운 장서각 고전으로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장서각의 『천자문』은 왕실이 아니면 만들 수 없을 만큼 장정이나 종이, 글씨 등이 매우 아름다운 책으로 주목받아 왔다. 『천자문』은 6세기 중국 양(梁)나라 무제(武帝)의 명령으로 주흥사(周興嗣)가 지은 책으로, 고전(古典)에서 내용을 뽑아 각기 다른 한자 1,000자로 사언고시(四言古詩) 250구로 구성했다.
장서각의 『천자문』은 옅은 녹색 비단으로 표지를 만들고 붉은 테두리를 친 비단에 ‘천자문’이라는 제목을 써서 붙였으며, 본문은 여섯 가지 색지(적·청·황·홍·녹·백색)를 사용하고, 단정한 글씨로 한자와 그 뜻과 음을 정서했다. 이 책은 세자나 왕자의 돌상에 붓, 실 등과 함께 놓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화려한 색상으로 돌을 맞는 아기의 시선을 끌어 손으로 집게 유도함으로써 자라나면서 학문을 가까이하고 좋아했으면 하는 왕실의 바람이 담긴 책으로 이해된다. 이번에 개최되는 2개의 기획전은 월~토요일 오전 10시~오후 6시까지 운영되며, 일요일 및 공휴일은 휴관이다. 한국학중앙연구원 031-730-8820 저작권자 ⓒ 비전성남,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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