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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민 독서 릴레이 ⑦ 구지현 만화가] 상상을 넘어 세상으로 나온 도서관

작은 힘이 모여 이뤄낸 따뜻한 공간, ‘구산동도서관마을’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06/24 [15:4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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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유승하 지음, 창비 펴냄  © 비전성남

 

▲ 구산동도서관마을 내부    ©비전성남

 
안녕하세요. 저는 성남에서 10년째 살면서 네 명의 아이를 키우는 구지현입니다. 비전성남 6월호 독서릴레이에서 안성일 선생님이 추천하신 『풀들의 전략』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집에 식물도감이 몇 권 있어서 ‘그런 종류의 책이겠지...’라고 생각했다가 같은 생명으로서 풀들도 인간 못지않게 자신이 처한 환경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새삼 생각해 보게 되는 좋은 책이더군요. 감사합니다.

성남시민 독서릴레이의 배턴을 받은 제가 여러분께 소개하고 싶은 책은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입니다.

이 책은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은 동네에서 아이들과 주민들이 어울릴 수 있는 도서관마을을 만들어 낸 엄마들의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재구성된 작품입니다. 따라할 엄두조차 낼 수 없는 엄청난 활동가는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평범한 엄마들이 내 아이를 조금이라도 안전한 환경에서 키우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으로 시작해 내 아이뿐 아니라 모두의 아이를 품을 수 있는 공간을 상상하고, 10년 넘는 시간 동안 자신이 가진 능력치 안에서 노력하고, 힘들어 쓰러지면 또 다른 사람이 이어가는 모습이 담담하게 때로는 짠하게 그려집니다.

사실 저는 아이를 낳기 전까진 제가 사는 동네에 도서관이 있든지 없든지, 아이들이 마음 놓고 뛰어놀 수 있는 곳이 있든지 없든지 관심이 없었습니다. 동네에 놀이터가 없어도 상관없고, 도서관에 가고 싶으면 버스나 지하철을 타면 그만이었으니까요. 제가 엄마가 아니었다면 지금보다는 건조하게 읽었을 것입니다. 인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집 앞 골목길에서 아이에게 급하게 “차 조심”이라고 외치는 한 장면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싸움조차 빨래를 개면서 해야 한다는 장면이 어떤 상황인지 공감하지 못했을 겁니다.

제가 혼자서 하는 일을 하다 보니, 사람들과의 만남에 능숙치 못합니다. 그래도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작은 일이라도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이 항상 가슴 속에 있었지요. 하지만 출산과 육아를 만 나는 순간,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도무지 해낼 수가 없었습니다.
 
육아 하나만으로도 벅차, 다른 곳에 쏟을 힘이 남아있질 않았거든요. 제 이름을 사용하기보단 누구의 엄마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적절하다고 생각되는 삶이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아, 엄마가 된다는 것은 이런 것일까... 그래서 많은 엄마들이 경력 단절을 겪는 걸까...’ 하면서 씁쓸해하던 저에게, 저와 같은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끈질기게 이뤄 내신 선배 맘들의 멋진 결과물은 가슴 벅찼습니다.

‘나는 못 해냈지만, 해내신 분들이 분명 있구나!’ 부끄럽고, 부럽고, 감사했습니다.

사실 이런 성공의 결과는 실제의 삶 속에서 많지 않을 수 있습니다. 아직도 세상 여러 곳에서 이런 노력들이 이어지고 또 어디선가는 그냥 끊어지고 많이 묻히기도 합니다. 그렇기에 좋은 선례를 읽기 쉽게 만들어 주신 작가와 출판사에 감사의 마음을 표합니다.

날마다 도서관을 꿈꿨던 분들이 꿈을 이루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가지게 되길 바랍니다. 희망은 고통 속에서 피어나는 꽃이라고 했던가요. 그래서 세상 나쁜것이 다 나왔다는 판도라의 상자 안에 희망도 들어있던 거겠지요. 희망이 희망으로만 끝난다면 우리는 계속 절망 속에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결국 희망이라는 씨앗으로 아름다운 결실을 맺은 구산동도서관마을. 이제 남은 것은 지키기 위한 새로운 노력이겠지요. 기존 도서관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며 나아가야 하는 쉽지 않은 과제를 짊어진 도서관마을 지킴이들께 아낌없는 박수를 보냅니다.

여러분 모두가 참 아름다운 별입니다.

우리는 일상에서 많은 별을 만납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죠. 그런 별들을 스크린으로 옮겨 사람들과 만나게 하는 영화감독 이무영 씨에게 성남시민 독서릴레이 8월 주자를 부탁드립니다. 감독님이 발견한 별은 어떤 빛을 가졌을지 기다려 봅니다.

기고 : 만화가 구지현
 

 
▶ 성남시민 독서 릴레이는 시민과 시민이 책으로 만나고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은수미 성남시장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노희지 보육교사 『언어의 온도』
일하는학교 『배를 엮다』
이성실 사회복지사 『당신이 옳다』
그림책NORi 이지은 대표 『나의 엄마』, 『어린이』
공동육아 어린이집 ‘세발까마귀’ 안성일 선생님 『풀들의 전략』
구지현 만화가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이무영 영화감독(동서대학교 영화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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