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7월 이달의 절기 - 어느덧 7월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06/25 [10:02]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일 년의 반을 넘긴 7월, 달력을 들여다보니 정해진 날짜들이 많다. 7일은 소서(小暑), 11일은 유두절(流頭節), 18일은 초복(初伏), 23일은 대서(大暑), 28일은 중복(中伏)이다.
 

작은 더위 소서 무렵은 장마철이다. 여름비는 일손을 놓고 낮잠 자기 좋아서 ‘잠비’, 가을비는 풍성한 곡식으로 떡해 먹기 좋으므로 ‘떡비’, 겨울비는 농한기라 술을 마시기 좋아서 ‘술비’, 봄에는 비 온 뒤에 농사일이 바빠지므로 ‘일비’라고 했다. 자연을 낙관적으로 바라보는 옛사람들의 태도가 잘 드러난 말들이다.

‘장마가 길면 보은 색시들이 들창을 열고 눈물을 흘린다’는 옛말이 있다. 대추 명산지인 보은은 대추가 유일한 혼수 밑천인데 장마가 길어져 삼복(三伏) 때도 비가 내리면 대추가 여물지 않는다. 이와는 반대로 함경도 갑산 처녀들은 장마가 짧게 끝나면 삼(麻)대를 잡고 울었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장마가 짧아서 삼이 덜 자라면 삼베 몇필에 팔려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장맛비가 그치면 뙤약볕 아래 과일은 단내를 물씬 풍기고, 곡식은 쑥쑥 자라며 여물어 간다. 잡풀도 마찬가지라논으로 밭으로 번갈아 다니며 김매기에 바쁘다. 한여름 농사일에 지친 이들도 유둣날 하루는 시원한 계곡에서 물맞이를 하며 몸을 쉰다. 이날 동쪽으로 흐르는 물에 들어가면 나쁜 기운을 쫓을 수 있고, 한여름에도 더위를 먹지 않는다고 한다. 몸 안으로 들어온 동류(東流)의 왕성한 기운 때문이다.

소서가 지나면 삼복지간이다. 옛사람들은 일 년 중 가장 더운 시기에 날짜를 정해 놓고, 사람(人)이 개(犬)처럼 엎드린 모습의 굴복, 복종의 뜻을 지닌 ‘伏’을 써서 ‘삼복(三伏)이라 불렀다. 누가 무엇을 굴복시켰을까? 가을의 차가운 금(金)기운이 일어나려다가 여름의 불기운에 눌려 무릎을 꿇은 것이다. 그것도 세 번씩이나 무릎을 꿇었으니 삼복더위의 기승을 알 만하다.

7월 23일 대서는 여름의 끝이다. 올해는 여름의 시작을 느낄 사이도 없었다. 우리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 하늘과 땅은 벌써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 어쩌면 천지만물 중에 인간이 가장 둔할 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7월, 바쁜 일상은 잠시 접어두고 지나온 시간을 잘 갈무리하고 연초의 계획들을 점검해 보는 것도 좋겠다.

전우선 궁궐 문화유산 체험 학습지도사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