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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도시 성남 - 아낌없이 주는 진짜나무, 참나무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4/09/24 [15:5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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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대표하는 열매인 도토리는 마지막 빙하기가 끝나고 시작된 1만 년 전 신석기시대 인류의 소중한 식량이었다. 암사동 신석기시대 집터에선 도토리를 가는 데 사용됐을 갈판과 갈돌 그리고 탄화된 도토리가 발견돼 이를 입증한다.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를 ‘나무 중의 진짜나무’라는 뜻에서 참나무라고 부른다. 참나무 여섯 형제는 신갈·떡갈·상수리·갈참·굴참·졸참 나무인데 신갈나무는 ‘신발’이라는 이름이 숨어있다.
 
옛날 나무꾼들이 짚신 바닥이 닳아서 구멍이 나거나 떨어지면 신갈나무 잎을 따서 바닥에 깔았는데 구멍난 짚신바닥을 대신해 나뭇잎을 신발깔개로 사용한 셈이다.
 
떡갈나무는 떡을 쌀 만큼 넓은 잎을 가진 나무라는 뜻을 가졌는데 떡갈나무에는 음식이 썩는 것을 막는 물질이 많이 들어있다고 한다.

상수리나무는 본래 이름이 토리였다. 임진왜란 때 선조는 의주로 피난을 갔고 먹을 것이 궁해 토리나무 도토리로 묵을 쑤어 먹게 됐다. 전란이 끝나고 궁궐로 돌아온 뒤에도 선조는 토리나무 열매로 만든 묵을 즐겨 먹었고 임금님의 수라상에 자주 올랐다고 해서 ‘상수라’라고 부르다가 좀 더 말하기 편한 ‘상수리’라고 부른다고 한다.

굴참나무의 경우 나무껍질이 골짜기처럼 세로로 깊게 파여 있어 골짜기라는 뜻의 ‘골’을 붙여 골참나무로 부르다가 굴참나무로 변했다. 코르크층이 잘 발달된 굴참나무의 껍질은 포도주 병의 코르크마개로도 쓰이고 나무껍질을 이용해 기와 대신 굴피 지붕도 만든다. 졸참나무는 잎도 가장 작고 도토리도 가장 작아서 졸병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라 한다.

그런데 참나무 잎은 자랄수록 단단해지고 강력한 화학물질인 탄닌 성분을 갖는데 그 맛이 아주 써서 동물들이 먹을 수 없기 때문에 영양분을 빼앗아먹고 온갖 부위를 공격하는 곤충들 속에서도 여름 동안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한다.

그렇게 여름을 보낸 큰 떡갈나무는 가을에 많이 열리면 한그루에 8만 개 정도의 도토리가 열려 많은 숲속동물들을 먹여 살린다. 우리가 즐겨먹는 도토리묵과 표고버섯도 참나무가 준 선물이고 나무껍질은 검정 물감, 도토리의 깍정이는 밤색 물감을 들이는 천연염료다.

옛말에 ‘참나무는 가을들판을 보고 열매를 맺는다’고 했다. 흉년이 들면 도토리를 많이 맺어 사람들에게 좋은 먹을거리를 주기 때문이었다. 벼와 도토리는 열매맺기 좋은 날씨가 서로 다르다. 벼는 모내기철인 5월에 비가 오지 않으면 그해 농사를 망치지만 참나무는 날씨가 맑으면 꽃가루 받이가 잘 돼서 그해 도토리 열매는 풍성하게 열린다.
많은 것을 베푸는 참나무는 버릴 것이 하나도 없는 정말 나무 중의 진짜나무다.

요즘 성남의 가까운 숲이나 공원을 걷다 보면 후두둑 떨어져 또르르 굴러가는 도토리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띈다. 짓밟히지 않도록 주워 숲으로 던져주며 겨우내 동물들의 소중한 먹이가 되길 바라는 것도 나눔의 가을을 제대로 보내는 한 방법일 듯하다.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