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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는 꽃과 같다”

창간호 잡지수집가 김효영 씨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5/05/20 [16:1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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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간호 잡지수집가 김효영씨     © 비전성남

야생초 같은 잡지,
열흘 피는 꽃!
100일 피는 꽃!
 
그래서 “잡지는 꽃과 같다”는 김효영(70·수진동) 씨는 창간호만을 고집하는 잡지 수집가다. 농업경영학을 전공한 선생은 농사를 짓다가 시작한 성남시 공무원 생활 30년, 조상때부터 성남에 살아온 70년지기 성남토박이다.

1964년 대학을 들어가면서 그 시대 젊은이들처럼 두툼한 《사상계》 잡지 한 권쯤 옆에 끼고 다녔다. 그해 신동아 복간호를 갖게 된 것을 계기로 420여 권의 신동아를 모으게 됐다.


1913년 발행된 100년이 넘은 《경학원》을 비롯해 그동안 모은 창간호는 7천 권(종)에 이른다. ‘육군의 거울이 되라’는 축하메시지를 담은 《육군》창간호가 발행된 지 300호가 넘었는데 유일하게도 육군 창간호를 가지고 있다.


선생이 소장하고 있는 창간호의 종류는 다양하다. 선생은 성경찬송 300종 외에 상록수 관련 잡지 40여권을 보유하고 있고, 기독교 100년사와 관련된 1,800권(외국 150권)은 소중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공개하지 않았던 1945년에 창간된 월북 문인들의 작품이 실려 있는 《인민(人民)》, 1946년 발행한 《우리문학》과 남조선노동당 당수였던 박헌영(1900~1955)이 ‘송구영신에 대하여’라는 글을 기고한 《적성(赤星)》 등의 잡지는 창간호를 발행한 후 속호를 발행하지 못한 것 같다며,해방공간에서 발행된 잡지를 보물처럼 상자에서 꺼내 보였다. 실제로 적성(赤星) 창간호에 찍혀 있는 붉은도장(불온간행물)을 보여 주며, 그시대 상황을 설명하기도 했다.
 

선생은 “광복 이후 많은 잡지가 쏟아져 나왔지만 경제적 사정으로 창간호가 종간호가 된 경우의 잡지를 많이 봤다”며 “광복과 6.25전쟁 사이의 잡지들은 귀하기 때문에 구하기도 어렵고, 특히 언론 통폐합으로《뿌리깊은 나무》와 같은 인기 있던 잡지들이 사라지게 됐다”고 한다.

 

“꽃이 피면 언제 시들지 모르듯 종교, 문화 목적으로 붐이 일 때 나왔다가 사라지는 잡지의 운명이 수집가로서는 아쉽기만 하다”고 했다.

 

그만큼 잡지가 전하는 그 시대의 메시지는 여러 측면에서 강한 전달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어린 시절 한 번쯤 읽었을 두툼한 《보물섬》, 《학원》 등의 창간호를 보여줬다. 볼수록 심장을 뛰게 하는 오래되고 희귀한 제목의 창간호들이 선생의 반 지하 보관실을 가득 채우고 있다.

 

지난 1993년 성남문화원 주최로 구 시청 시민회관에서 전시를 한 적이 있다는 선생은 “전시회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만 여의치 않아 망설이고 있다”며 귀한 ‘창간호’ 가 공개된다면 관심있는 여러 사람의 연구 자료로 활용되길 바란다고 했다.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