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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로 희망을 이야기한다

아름다운 동행 | 소망재활원 전정숙, 김은복 씨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3/11/27 [16:1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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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름다운 동행 | 소망재활원 전정숙, 김은복 씨     © 비전성남

전동휠체어에 의지한 29년의 삶!

성남에 소망재활원이 개원하면서 9살이던 정숙(38) 씨와 17살이던 은복(46) 씨는 지체장애1급 중증장애를 안고 소망재활원에 입소했다.

신체적·정신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자신들의 삶을 아름다운 ‘시(詩)’로 승화시키며 꿈을 키워가는 눈물겨운 재활의 노력은 아름답고 용감하기까지 하다.
 
집에 보내달라고 떼쓰며 매일 울기만 했던 9살의 기억을 떠올리며 자신이 ‘울보’였다는 정숙 씨와 용인 시골에서 태어난 ‘촌닭’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은복 씨 때문에 한바탕 웃음판이 벌어졌다. 이렇게 호탕하게 웃을 수 있고, 자신들을 꺼리낌 없이 드러내놓을 수 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이제는 세상 앞에, 사람들 앞에 자연스럽게 서고 싶다고 한다.

2년 전 장애인 민들레음악회 가요제에서 정숙 씨의 ‘보도블록 인생’이라는 시에 곡을 붙여서 남훈이라는 락커가 노래를 부르고 정숙 씨가 시를 낭송했는데 대상을 수상했다. 그 인연으로 지난해 재활원에서 열린 뜨락음악회에 기꺼이 와준 가수 남훈의 노래에 맞춰 자신의 시를 직접 낭송했던 정숙 씨는 그 감동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코스모스, 어릴 적 기억이 샘물처럼 솟아오른다’는 은복 씨는 고향과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글을 쓴다.
“많이 행복할 때, 너무나 슬플 때 시상이 더 떠오른다”는 두 사람은 떠오르는 시상을 핸드폰에 녹음했다가 자원봉사자들의 도움을 받아 대필하기도 하고 더디고 힘들지만 본인들이 직접 쓰고 수정하기도 한다.

원에서 둘이 제일 많이 싸웠을 거라며 웃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박은희(42) 선생의 입가에도 웃음이 번진다. 싸우고 나면 서로 사과하기보다는 그냥 웃고 또 말하고 함께 어디든 간다는 두 사람. “우리는 천생연분인 것 같다”며 서로를 의지하고 서로 투정부리며 언제까지나 함께 갈 것이라고 했다.

올 4월엔 체험홈 해피빌에서 함께 원외생활을 하게 됐다.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자립을 한 것이다. 8월부터는 ISF net 코리아 ‘하모니’ 홈페이지에 글을 쓰는 장애인 일자리를 얻게 돼 재택근무도 할 수 있게 됐다. 이렇게 이들의 생활에도 큰 변화가 왔다.

그동안 경원사회교육원에서 4년, 현대수필에서 3년, AK플라자에서 4년째 글쓰기와 동인 활동을 해 온 그녀들은 매주 목요일이면 문화센터로 향한다. “12번째 이야기 때부터 동인지(창시문학) 활동을 시작해 올해로 16번째 공동 작품(창시문학)집을 낼 수 있게 됐다”며 시화전과 시낭송의 꿈에 부풀어 있다.

오전 6시에 일어나 아침을 시작한다는 ‘노처녀들의 핑크빛 방안’ 해피빌 이야기를 엮어가는 정숙 씨와 은복 씨의 희망이야기는 계속될 것이다.

각자 시집을 내는 것이 꿈인 그들은 오늘도 티격태격 싸우며 전동휠체어에 몸을 의지하고 시민이 행복한 성남의 보도블록 위를 열심히 달릴 것이다.

<비전성남 명예기자> 이화연 기자 maekra@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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