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떡과 떡국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7/01/23 [14:0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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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1년을 24절기로 나누고, 절기마다 음식을 만들어 먹고 제사를 지내거나 풍류를 즐겼다. 절기에 맞춰 먹는 세시음식으로 떡을 빼놓을 수 없다.
우리 민족은 삼국시대 훨씬 전부터 떡을 만들어 먹었다고 여겨진다. 이 시기, 떡의 주재료가 되는 곡물이 이미 생산되고 있었고, 떡 만들기에 필요한 갈판과 갈돌, 시루가 출토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구려 안악3호분 벽화에는 시루에 무엇인가를 찌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신라 유리왕은 탈해와 왕위를 서로 양보하다가 떡을 깨물어 이빨이 많은 사람이 왕이 되기로 했는데 유리왕이 많아서 왕이 됐다고 했다. 자비왕 때 백결 선생은 너무 가난해 떡을해 먹을 처지가 안 돼 거문고 소리로 떡방아 소리를 연주해 아내를 달래줬다. 특히 백결 선생이 세모에 떡해 먹지 못함을 안타깝게 여겼다고 하니 그 당시 이미 연말에 떡을 먹는 풍속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 불교문화로 인한 육식의 억제와 차를 마시는 풍속의 유행은 떡이 더욱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고려시대에는 채소를 섞어 넣은 떡의 종류와 조리법이 크게 다양해졌다.
떡은 명절과 생일 그리고 제사나 잔치때 고른 영양소를 보충해 주는 합리적인 음식이기도 하다. 백설기의 흰색은 신성한 의미로 여겨져 제사나 잔치에 꼭 올렸으며, 백일에는 태어난 아기가 오래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백설기를 만들어 백 사람이 나눠 먹었다.
아기가 태어나 처음 맞는 생일인 돌에는 아기가 건강하라고 볼록하게 송편을 빚고 아기가 걸을 때 넘어지지 말라고 나쁜 기운을 물리치는 힘이 있다는 붉은 팥으로 수수경단을 만들었다. 글방에 다니는 아이가 책 한 권을 다 공부하면 책거리 때 오색송편을 나눠 먹었다. 아이들이 송편처럼 속이 꽉 찬 사람이 되기 위해 더 열심히 공부하길 바라는 기원이 떡 속에 담긴것이다.
조상들은 떡에 무늬를 새길 때 사용한 떡살에도 기원을 담았다. 모란무늬떡살에는 부자가 되는 소원을, 격자무늬떡살은 귀신을 막아내려는 의도를표현했다. 태극문양에는 좋은 일이 많이 생기고 자손을 많이 낳길 기원하는 뜻이 담겼다. 둥근 수레 모양의 떡살은 수레바퀴 굴러가듯이 모든 일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겨 있다.
절기음식 중 첫 음식은 음력 1월 1일 설날에 먹는 떡국이다. 떡국의 국물을 만드는 주재료는 원래 꿩고기를 으뜸으로 했다. 고려후기에 원나라 풍속에서 배워온 매사냥이 귀족들의 사치스러운 놀이로 자리잡으면서 매가물어온 꿩으로 국물을 만든 떡국이 대접받았다.
새해 첫날 밝음의 표시로 흰색의 떡국 떡을 먹은 우리 조상들은 태양처럼 떡을 둥글게 썰어 끓여먹으며 한 해를 시작했다. 아울러 떡국을 둥근 동전모양으로 잘라 끓여 먹으며 돈을 많이 벌기를 기원하기도 했다. 또한 떡국과 함께 가래떡을 뽑아 먹으며 돈이 쭉쭉 늘어나길 소망했다.
올해도 새해 첫날 떡국을 먹으며 가족간 화합을 기원하고, 꼭 이루고 싶은 소원을 빌어보자. 부자 되는 소원도함께….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