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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둥근소나무입니다

고등동 주민센터에서 성남시청으로 승진 이동한 둥근소나무 이야기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7/08/23 [14:4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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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민 사랑방’ 성남시청 광장에 자리잡은 둥근소나무   © 비전성남
 

작년 6월 시청 마당에 소나무 한 그루가 이사를 왔다. 가지를 뻗은 생김새가 둥그런 이 둥근소나무는 수정구 고등동 주민센터 청사 앞에 있던 나무다. 그런데 고등지구 공공주택지구 사업이 진행되면서 주민센터가 철거되고 빈터에 남아있게 됐다. 소나무 최초 기증자의 뜻에 따라 인근 초등학교에 영구기증 방안을 검토했지만 조건이 맞지 않았다.

 

이때 성남시 공무원이 시청사 내에 이식하는 안을 적극 추진했다. 마침 성남시청 공원에서 4회 경기 정원 문화 박람회개최가 예정돼 있어 둥근소나무도 시청 광장에 뿌리를 내릴 수 있었다. 소나무가 자리 잡은 곳은 세월호 잔디밭 위쪽이다. 햇빛 좋아하는 소나무가 햇빛을 듬뿍 받을 수 있는 탁 트인 곳이다. 잘 자라서 넓은 그늘을 만들고 시민들의 좋은 휴식처로 시민들의 사랑을 받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이사를 한다는 것은 사람에게나 나무에게나 쉬운 일은 아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시기가 필요하고 때로는 적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생긴다. 지난 1년 동안 잘 적응하고 뿌리를 내려 건강하게 서 있는 둥근소나무가 기특하다. 지금 둥근소나무는 작은 솔방울을 달고 서 있다. 옹기종기 모여 달려 있는 솔방울이 앙증맞다.

 

시청에는 장난감 도서관이 있어 어린 아기가 찾아오고, 자전거를 타고 노는 등 시청 로비와 분수광장은 시민들의 휴식처와 모임 장소로 자리 잡았다. 둥근소나무는 심신을 안정시키는 피톤치드를 시민들의 사랑방에 퍼뜨리며 함께 호흡하게 될 것이다.

 

공공주택 개발로 시청 광장에 자리를 잡게 된 둥근소나무는 자신의 삶의 터전을 시민들에게 내어 주고 더 많은 시민들과 만날 수 있는 곳에 뿌리를 뻗었다.

 

사람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소나무와 함께 한다는 말이 있다. 아기가 태어나면 솔가지를 이용해 삼칠일 동안 금줄을 치고 소나무 가지로 밥을 짓고 소나무로 만든 집에서 살다 소나무로 만든 관에 들어가 솔밭에 묻혔기 때문이다. 지금은 금줄을 치지도, 솔가지로 밥을 하지도 않지만 소나무는 우리의 정서에 깊이 새겨져 있다. 둥근소나무, 늘 푸른 소나무가 오래도록 시청을 지키며 시민들의 마음에 남는 소나무가 되길 바란다.

 

고등동 주민센터에서 마을 주민들을 맞이하던 둥근소나무가 이제는 시청사 앞마당에서 뿌리를 내리고 많은 시민들을 맞이하고 있다. 1년 동안 잘 살아내고 이제 이사 인사를 하려고 한다.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