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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칼럼] 첫눈을 기다리며… 드뷔시 ‘눈이 춤을 추네’ & 리스트 ‘눈보라’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19/11/13 [00:00]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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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막바지, 겨울로 접어드는 시기다. 뚝 떨어진 기온과 몸을 움츠러들게 만드는 바람에 외부 활동보다는 따뜻한 실내에 머무르고 싶은 계절이다. 이런 추운 계절에도 사람들을 밖으로 내모는 마법이 있다. 바로 첫눈이다.

첫눈은 왠지 모를 기분 좋은 설렘이다. 첫눈 오는 날엔 없던 약속도 만들고 싶어지고 추위에 아랑곳없이 돌아다니고도 싶어진다. 이런 마력을 지닌 눈을 음악으로 표현한 작곡가들이 있다. 리스트와 드뷔시다.
 
드뷔시의 ‘눈이 춤을 추네’와 리스트의 ‘눈보라’는 ‘눈 snow’을 주제로 한 피아노 작품이다. ‘눈’이라는 소재를 함께 사용하지만, 작품명에서 알 수 있듯이 이 두작품의 눈 묘사 방법은 다르다.
 
드뷔시의 ‘눈이 춤을 추네’는 허공에서 춤을 추며 내려오는 눈송이를 바라보는 천진난만한 아이의 시선이 느껴지는곡이라면, 리스트의 ‘눈보라’는 점점 거세지는 눈의 위력이 어둡고 무섭게 다가오는 작품이다.

 


두 작품이 ‘눈’에 대한 해석이 다른 데는 이유가 있다. 드뷔시의 ‘눈’은 자신의 사랑하는 딸 슈슈를 위해 만든 작품이고, 리스트의 ‘눈’은 자신의 메피스토적인 피아노 연주 기교를 보여 주기 위해 만든 작품이기 때문이다.

드뷔시는 딸 슈슈를 위해 <어린이 세계 Children’s Corner>라는 작품집을 만들었다. 당시 3살이 채 안된 슈슈는 영국인 보모의 돌봄을 받았는데 이 작품집에 수록된 여섯 작품 모두에 영어 제목이 붙은 이유다.

네 번째 수록곡인 ‘눈이 춤을 추네’도 ‘The Snow Is Dancing’이라는 제목이 붙어 있다.

리스트는 <초절기교 연습곡>을 만들고 12번째인 마지막 작품으로 ‘눈보라 Chasse-neige’를 넣는다. 이작품은 ‘트릴’(두 음을 빠르게 반복해 연주하는 테크닉) 연마를 위한 연습곡이지만 단순한 연습곡을 뛰어 넘어 매서운 바람에 휘날리는 ‘눈보라’를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두 곡을 듣다보니 올겨울 첫눈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드뷔시와 리스트의 ‘눈’을 들으며 기다리는 올겨울은 낭만 한 스푼 가미된 겨울이기를 바란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음악칼럼 눈’을 입력하면 위 두 작품의 연주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