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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민 독서릴레이 ⑮ 한영준 송림고 교장] 자신의 길을 잃지 않고 잘 가고 있습니까?

지적이고 아름다운 삶을 위한 《라틴어 수업》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2/24 [15:0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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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동일 지음. 흐름출판 펴냄.     © 비전성남


《라틴어 수업》은 라틴어를 통해 삶을 깊이 있게 통찰하는 한 교수의 이야기입니다. 읽는 동안 정신없이 살고 있는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3월이면 늘 새로운 기대와 또 다른 만남으로 긴장하는 학교의 학생들이 생각났습니다.

책이 주는 위로가 생각보다 묵직하게 삶의 깊은 곳을 건드립니다. 실제 강의하듯이 써진 문체는 때때로 우리를 어느 봄날의 강의실로 데려다 놓습니다. 칠판에는 라틴어 문장이 쓰여 있고 고지식하게 생긴 교수님은 조근조근한 말투로 언어보다는 종교를, 종교보다는 철학을, 철학보다는 본인의 삶을 들여다보라고 이야기합니다. 그 모든 학문들이 결국은 ‘나’라는 한 우주를 가리키고 있다고, 나가서 운동장의 아지랑이를 보라고, 그 속에서 ‘나’를 찾으라고, 꼭 그렇게 하라고 첫 수업은 언제나 휴강인 ‘라틴어 수업’.

점수와 경쟁에 연연해 있는 우리에게 어디로 가고 싶은지 알고 있느냐고 물어주는 어른이 있었다면 우리들의 인생은 조금 달라져 있을 겁니다. 입시 경쟁 속에서 무기력한 아이들에게 ‘왜’라는 물음에 답하지 못하는 사회 구조와 어른들의 욕심이 안타까웠습니다.

“‘아지랑이(nebula 네불라)’라는 단어가 억겁의 시간 속에서 형성되었다는 것을 생각하며 쉽게 포기하지 말고 시시때때로 그렇게 우리 마음을 보아야 합니다. 자, 이제 봄날의 아지랑이를 보러 운동장으로 나가십시오. 공부한다는 것, 살아간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의 아지랑이를 보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 단어가 원래 의미하는 대로 ‘보잘것없는 것’, ‘허풍’ 과 같은 마음의 현상도 들여다보길 바랍니다. 이것은 힘들기는 하지만 꼭 필요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했던 이야기고 인문학 서적을 통해 흔히 마주할 수 있는 그런 문장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라틴어 수업》, 이 책의 울림이 남다른 이유는 언어에 담겨 있는 시간의 무게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랜 시간을 지나는 동안 정제되고 추려진 삶의 정수들이 저자만의 통찰과 선한 영향력을 거쳐 지금 시대의 사람들을 감동시킵니다. 하나의 문장이 대중에게 위로와 감동으로 다가오기까지 그가 기울였을 학문적 노력은 순수한 욕망 그 이상의 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저자가 소개한 라틴어 성적 표기법(최우등-우수-우등-좋음/잘했음)도 참 인상적입니다. 저자의 견해에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한국의 교육 현실에서 제일 어려운 점은 ‘평가’인 듯합니다. 특히 요즘 입시제도 개편의 문제는 참 말이 많고 탈이 많습니다. 우열을 가리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성장에 중점을 두는, 스스로의 배움과 성장을 축하하고 격려해 주는 평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교육자로서 간절히 바라봤습니다.

우리의 배움이, 우리의 교육이 길을 잃지 않고 선한 방향으로 흘러가도록 모두 노력해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성남형교육 사업을 통해 학생 모두가 성장하는 교육이 배움의 깊이를 더하며 조금씩 커나가는 것을 보면 우리의 노력이 결코 헛되이 가지는 않을 거라는 믿음도 가져 봅니다.

“무엇보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타인의 객관적인 평가가 ‘숨마 쿰 라우데 Summa cum laude(최우등)’라고 하지 않아도 우리는 ‘숨마 쿰 라우데’라는 존재감으로 공부해야 한다는 겁니다. 우리가 스스로 낮추지 않아도 세상은 여러모로 우리를 위축되게 하고 보잘 것 없게 만드니까요. 그런 가운데 우리 자신마저 스스로 보잘것없는 존재로 대한다면 어느 누가 나를 존중해 주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스스로에, 또 무언가에 ‘숨마 쿰 라우데’입니다.”

책 속에 담긴 삶의 지혜와 우리가 잃고 있었던 느림의 미학을 얻어가는 것은 진정한 삶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일 것입니다. 늘 곁에 두고 아껴가며 읽고 싶은 《라틴어 수업》은 이렇게 묻습니다.

“여러분은 자기 자신의 길을 잃지 않고 잘 가고 있습니까? 그 길을 걸으며 무엇을 생각합니까?
길 위에서 지치지 않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길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우리가 걷는 긴 인생의 길에서 생각 없이 걷는 게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의미와 성찰을 놓치지 않고 주어진 길을 걸을 수 있기를….

성남시민 독서릴레이 4월 주자는 성남교육지원청에서 몽실(夢實)학교를 담당하고 계신 이동배 장학사님! 꿈을 실현하는 몽실학교에서 성남 학생들의 꿈이 더 성장하기를 기대해 봅니다.
 
성남시민 독서 릴레이
시민과 시민이 책으로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⓵ 은수미 성남시장 『건지 갑자껍질파이 북클럽』
⓶ 노희지 보육교사 『언어의 온도』
⓷ 일하는학교 『배를 엮다』
⓸ 이성실 사회복지사 『당신이 옳다』
⓹ 그림책NORi 이지은 대표 『나의 엄마』, 『어린이』
⓺ 공동육아 어린이집 ‘세발까마귀’ 안성일 선생님 『풀들의 전략』
⓻ 구지현 만화가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⓼ 이무영 영화감독 『더 로드(The Road)』
⓽ 김의경 소설가 『감정노동』
⓾ ‘비북스’ 김성대 대표 『단순한 진심』
⑪ 스토리텔링 포토그래퍼 김윤환 『포노 사피엔스』
⑫ 김현순(구미동) 『샘에게 보내는 편지』
⑬ 주부 유재신 님 『정원가의 열두 달』
⑭ 황찬욱 학원장 『위험한 과학책』
⑮ 한영준 송림고 교장 『라틴어 수업』
⑯ 성남교육지원청 이동배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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