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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꽃의 왕, 5월의 모란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4/28 [16:3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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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이 되면 탐스럽고 화려한 모란꽃이 수줍은 꽃망울을 맺고 어느새 만발해 사람들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신라 신문왕이 설총에게 재미있는 이야기를 부탁하자 설총이 왕에게 들려준 화왕계(花王戒)에서 모란이 등장하는데 ‘백화의 왕 모란’으로 표현됐다. 옛사람들은 탐스럽고 커다란 모란꽃을 꽃의 왕으로 꼽았고 부귀의 상징으로 여겼다. 모란은 장식화나 병풍, 상감청자와 분청사기, 나전칠기, 방석, 기와의 마무리장식 그리고 화문석 등 일상생활 속 다양한 물건 속에 그려졌다.

경복궁의 자경전(慈慶殿) 꽃담에도 모란은 등장한다. 22세에 요절한 효명세자의 부인 신정왕후는 흥선군의 차남을 양자로 삼아 고종으로 즉위시켰다. 고종의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은 경복궁을 재건하면서 신정왕후의 거처를 자경전이라 부르고, 화려하고 세심하게 만들어 은혜에 보답했다. 이 자경전에 아름다운 꽃담이 세워지는데 신정왕후의 부귀영화를 기원하는 마음을 꽃담 속 모란에 표현했다.

모란의 고향은 중국이다. 모란은 중국인들도 아끼고 좋아하는 꽃이었다. 중국에서는 모란꽃 그림에 나비를 그리지 않았다. 모란꽃은 부귀를 뜻하고 나비는 질수(耋壽, 80세)를 뜻하기 때문에 부귀질수, 즉 80세가 되도록 부귀를 누리기를 기원한다는 뜻이 돼, 나비를 그려 넣는 것이 오히려 영원히 부귀를 누리라는 의미를 제한하기 때문이었다.

모란은 당나라 여황제 측천무후에게 낙양으로 추방당한 꽃이어서 ‘낙양화’라고도 부른다. 692년 한겨울, 즉위식을 마친 측천무후가 겨울이라 꽃이 피지 않은 정원 모습에 서운해했다. 측천무후에게 잘 보이려는 부하가 ‘측천무후의 명령이 있다면 꽃의 신이 왕명을 받들어 꽃을 피울 것’이라고 아첨했다.
 
꽃들의 신에게 개화명령을 내린 측천황후는 다음날 아침 매화를 비롯한 꽃들이 밤사이에 꽃을 피운 걸 확인하고 기뻐한다. 그런데 정원의 모란만은 꽃을 피우지 않았다는 보고를 받자 측천무후는 불을 지펴서라도 모란꽃을 꼭 피게 하라고 명령한다. 그러나 아무리 불을 지펴도 모란이 꽃을 피우지 않자 화가 난 측천황후는 정원의 모란을 모두 낙양으로 추방해버렸다는 것이다.

모란은 중국과 우리나라에서 참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는 꽃이다.

코로나19가 예상보다 오랫동안 이어지면서 모두가 조금은 지친 상태로 4월을 보냈다. 부귀를 상징하며 5월에 만발하는 모란꽃을 보며 마음의 위로를 얻고 코로나19도 슬기롭게 극복해 모든 성남시민들이 이전의 경제활동을 활기차게 이어가며 5월을 보낼 수 있길 기대해본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