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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민 독서릴레이 17 김혜원 호서대 교수] 인간의 자유와 책임, 그 위대한 능력

인간 존엄성의 승리를 보여주는 『죽음의 수용소에서Man’s Search for Meaning』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4/28 [16:5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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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빅터 프랭클 지음청아출판사 펴냄     © 비전성남

 
『죽음의 수용소에서』는 나치 강제수용소에서의 생사를 넘나드는 참혹한 체험을 바탕으로 자신의 독특한 정신분석 방법인 로고테라피(의미치료)를 세상에 내놓은 빅터 프랭클 박사의 자서전적 체험수기다.

저자는 ‘강제수용소에 있던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주제로 책을 시작한다. 특별한 사람이 아닌 보통 사람들이 비극적 상황에서 보여준 일상을 관찰하며 기록했다는 점을 밝힌 것이다.

저자는 자신을 포함한 보통 사람들의 경험 속에서 매우 특별한 점을 발견한다. 결국 인간이 마지막까지 사수할 수 있고 타인에 의해 절대 훼손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라는 점이다. 이 책, 그리고 이후 세상에 소개된 의미치료에서는 니체가 말한 다음 문구가 전체를 관통한다.
 
“‘왜(why)’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그 ‘어떤(how)’ 상황도 견뎌낼 수 있다.”
 
저자의 메시지를 좀 더 자세히 이해하기 위해 책의 부분을 인용한다.
 
“강제수용소에서는 모든 상황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상실하도록 만든다. 평범한 삶에서는 당연했던 모든 인간적인 목표들이 여기서는 철저히 박탈당한다. 남은 것이라고는 오로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자유 중에서 가장 마지막 자유’인 ‘주어진 상황에서 자신의 태도를 취할 수 있는’ 자유뿐이다.”
 
하루아침에 최악의 삶으로 내동댕이쳐진 경우,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에 걸맞은(!) 삶의 태도를 취한다. 절망, 분노, 공포, 무기력, 자포자기, 굴종…. 이러한 감정과 이에 따른 태도는 스스로에게도 당연하게 여겨지고 그 외의 선택지는 없다고 믿게 만든다.
 
하지만 저자는 그 조건들 속에서도 ‘자신의 시련을 가치있는 것’으로 만듦으로써 외형적인 운명을 초월하는 인간의 능력을 갖는 사람들을 발견한다. 누구보다도 저자 자신이 처참한 경험 속에서 이후의 삶의 목적을 뚜렷하게 유지하는 데 성공적이었다.

정신과 의사인 그는 수용소에서의 경험을 발전시켜 이후 어떻게 환자들에게 삶의 의미와 존엄성을 유지하도록 도울지에 대해 연구하기를 갈망했고, 이러한 삶의 목적이 그의 시련을 가치있는 경험이 되도록 바꾸는 전환점이 됐다.

유태인 수용소에 감금된 수용자의 삶은 단 한 개의 선택사항도 없다. 심지어 간수의 손가락 까딱거림에 따라 삶과 죽음이 한순간에 결정되는 최악의 자유박탈 상황에 놓인다. 그러나 저자는 말한다. 이 상황에서도 사람은 자기 행동의 선택권을 가질 수 있다고. 타인이 통제하고 결정권을 갖는 것은 육체에 대한 것일 뿐, 정신적 독립과 영적 자유는 스스로 ‘간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절망을 말한다. 그리고 그 절망이 필연적이라고 믿는다. 자신이 절망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절망적인 사건들이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프랭클 박사를 비롯한 많은 심리학자들과 상담학자들은 이러한 ‘자동적 연결’에 의문을 던진다.

과연 인간이 그렇게 단순할까. 우리는 그렇게 조건화될 수밖에 없는가. 우리는 자극에 따른 ‘반응적인’ 감정과 삶의 태도를 취하는 존재임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우리는 또한 (이 부분이 인간 고유의 존엄성을 가름할 것이다)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고, 자신 고유의 특성대로 심리적 결과를 만들어내는 매우 ‘비조건적인’ 존재이기도 하다. 저자는 다시 강조한다.
 
“삶의 의미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을 중단하고, 대신 삶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있는 우리 자신에 대해 매일 매시간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답은 말이나 명상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과 올바른 태도에서 찾아야 한다. 인생이란 궁극적으로 이런 질문에 대한 올바른 해답을 찾고, 개개인 앞에 놓여진 과제를 수행해 나가기 위한 책임을 떠맡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우리는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을 선택할 자유가 있고, 삶을 올바로 살아내야 할 책임도 있다는 의미다. 프랭클 박사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이 두 가지 점을 멋지게 실천했고, 그 결과를 세상에 발표함으로써 우리에게 인간 모두가 지닌 위대한 특성을 믿을 수 있도록 했다.
 
저자의 책에 자주 인용되며 필자의 삶에도 큰 영향을 준 철학자 니체의 말로 글을 맺으며 절망이 절망적 상황에 따른 필연이라고 믿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한다.
 
“나를 죽이지 못하는 것은 오히려 나를 강하게 할 뿐이다.”
 
독서릴레이 18번째 주자는 아이들의 꿈이 자라는 마을을 실천하는 정소영 세계동화작은도서관장님입니다.
 
성남시민 독서 릴레이는 시민과 시민이 책으로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① 은수미 성남시장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② 노희지 보육교사 『언어의 온도』
③ 일하는학교 『배를 엮다』
④ 이성실 사회복지사 『당신이 옳다』
⑤ 그림책NORi 이지은 대표 『나의 엄마』, 『어린이』
⑥ 공동육아 어린이집 ‘세발까마귀’ 안성일 선생님 『풀들의 전략』
⑦ 구지현 만화가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⑧ 이무영 영화감독 『더 로드(The Road)』
⑨ 김의경 소설가 『감정노동』
⑩ ‘비북스’ 김성대 대표 『단순한 진심』
⑪ 스토리텔링 포토그래퍼 김윤환 『포노 사피엔스』
⑫ 김현순(구미동) 『샘에게 보내는 편지』
⑬ 주부 유재신 님 『정원가의 열두 달』
⑭ 황찬욱 학원장 『위험한 과학책』
⑮ 한영준 송림고 교장 『라틴어수업』
⑯ 성남교육지원청 이동배 장학사 『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⑰ 김혜원 호서대학교 교수 『죽음의 수용소에서』
⑱ 정소영 세계동화작은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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