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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버 바리스타' 일하는 즐거움을 맛보다

  • 관리자 | 기사입력 2010/04/21 [14:3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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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원노인종합복지관(성남동) 1층에 위치한 실버 카페 ‘지음(知音·친한 친구의 듣기 좋은 말)’. 그곳에 들어서니 그윽한 커피향 내음에 걸맞은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아담한 공간에 어울리는 작은 샹들리에의 은은한 조명 아래 어르신 두 분이 원두를 갈고 기계에서 막 뽑은 커피에 하얀 생크림을 얹는다. 자신만의 ‘카페모카’를 만들고 있는 은발의 새내기 바리스타 윤상묵(65·정자동), 김순단(63·상대원2동) 씨는 이곳 지음에서 직업인으로서 인생의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지난해 재취업을 원하는 어르신을 대상으로 ‘제1기 실버 바리스타’를 모집, 사회활동 경험과 커피관심도가 높은 14명을 선발했다. 이들 어르신이 작년 12월부터 3개월간 커피 만드는 이론과 실습을 거친 후 지난 3월 10일 카페 지음을 열고 직접 운영하고 있다.

“하루 100~120잔 정도를 만들고 있어요. 동료들과 즐겁게 어울리며 오전 오후 교대로 근무하다 보니 건강하고 기쁘게 삽니다.” 윤상묵(사진 오른쪽) ·김순단 어르신이 받는 수입은 시간당 5천원, 많고 적음을 떠나 직업인으로서 새로운 것에 도전하며 맛보는 성취감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크나큰 행복이라고.

카페에는 다양한 음악, 어르신들의 배려와 환한 미소, 게다가 즉석에서 만드는 신선한 커피와 다양한 전통차가 준비돼 있어 어느새 아늑한 사랑방이 되고 있다. “복지관 하모니카 수업을 마치면 꼭 카페에 들린다”는 박성운(64·상대원2동) 씨는 “가격도 저렴하고 좋은 사람들과 대화도 나눌 수 있어 좋다”고 말한다.

복지관 후원으로 시작해 자원봉사로 이곳과 인연을 맺게 된 박환오(30·재무설계사) 씨는 바리스타 경험을 살려 매주 수요일 오전 9시~오후 1시 카페 매장관리를 비롯해 반복학습과 실습을 통해 실버 바리스타들의 자질향상에 도움을 주고 있다.

“항상 따뜻하게 반겨 주시는 어르신들에게서 삶의 연륜이 묻어나는 조언을 듣는 등 많지 않은 봉사시간이지만 제가 도움을 받는 게 더 많다”는 박 씨는 “어르신들이 일자리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일반 커피전문점에 가서 시음도 하며 좋은 커피 만들기에 노력하는 적극적인 모습을 뵐 때 ‘최고의 노인복지는 일자리’라는 말을 절감한다”고 말했다.

카페 ‘지음’은 복지관 이용자면 누구나 월~금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이용할 수 있으며, 5월부터는 토요일에도 운영할 예정이다. 중원노인종합복지관은 앞으로 ‘카페 2호’ 개점을 비롯해 ‘바리스타 2급’ 자격증 (한국커피교육협의회 발급) 취득을 위한 심화반 운영, 일반 커피전문점으로의 재취업 등 노인들의 취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작은 발걸음이지만 복지관 ‘실버 바리스타’ 사업이 부족한 노인일자리 욕구를 해소할 방향을 제시하고 노인들의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

※ 바리스타란? 즉석에서 커피를 가장 맛있게 만들어 주는 사람, 즉 커피전문가를 뜻한다.

고정자 기자 kho6488@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