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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남시민 독서릴레이 21 서정림 공연연출가] 동서양 생각의 차이를 탐색하는 지적 여정 『생각의 지도』

인간과 세상을 넘나드는 통찰로 시각 재구성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08/24 [16:1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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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처드 니스벳 지음,김영사 펴냄     © 비전성남
 
어떤 공간에 들어가 발을 디디면 발소리가 울려 금방 돌아오는 공간도 있고, 끝을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울려 퍼지는 공간도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사람을 만나 대화를 나눠보면, 어떤 생각과 목적으로 지금의 말을 꺼낸 건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는 사람이 있는 반면, 그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깊어 그 사람의 경험의 세계가 궁금해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니체가 스스로를 다이너마이트라 부른 이유도, 니체의 그 말이 어린 시절 제 마음속에 다이너마이트처럼 큰 폭발을 일으켰던 것도, 그 공간이 너무나 광활해 감히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사람마다 지닌 공간의 깊이, 이는 곧 세상을 보는 해상도가 다른 것이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TV 화면이 고작 2개의 전구(혹은 픽셀)로 이루어졌다고 하면, 그 화면이 나무를 비추더라도 흑갈색 점 위에 초록색 점으로 읽힐 뿐입니다. 누군가는 더 많은 픽셀을 가진 시야로 나무를 보고, 심지어 누군가는 그것이 떡갈나무이며 울렁거리는 잎사귀가 참 예쁘다고 말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듯 삶의 해상도라는 것은 살면서 당연하게 일반화해버릴 수 있는 생각을 더 쪼개고 쪼개어 같아 보이는 것들 사이에서 분명히 다른 것들을 찾아내는 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한 ‘지적(知的) 해체’의 과정을 즐기는 분들이라면 이 책을 무척 흥미진진하게 읽을 것이라 여겨집니다.
 
전 예일대 심리학과, 현 미시간대 심리학과 교수인 리처드 니스벳의 『생각의 지도』는 동서양의 사고방식 차이를 이야기합니다. 첫 장을 넘길 때에는 ‘서양의 사고방식을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리라’ 하는 기대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그러한 ‘동양인으로서 나’의 사고방식, 즉 ‘인간이라면 모두 나처럼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무의식적인 편견을 하나하나 부수어 가는 성찰의 과정을 경험하게 해 주었습니다. 이를 통해 당연하거나 또는 어이없게 여겼던 내 삶의 픽셀들이 더 잘게 쪼개지며, 기억에도 없는 나의 유전자를 유추하게 했고, 세계의 현상을 보다 선명하게 바라보게 했습니다.

이 책을 추천하는 까닭은 비단 그 결과에만 있지 않습니다. 그러한 특별한 성찰을 얻어가는 과정이 무척 쉽고 흥미롭게 쓰인 책이라는 것 때문입니다. 이 책을 이해하기 위한 배경지식은 심리학이나 사회학적 도구가 아닙니다. 그저 동방의 세계에서 살아온 우리의 삶 자체가 이 책의 영감을 얻어내는 중요한 도구입니다.
 
나아가 자연을 이용한 광고가 동양에서 더 효과적인 이유, 동양에서는 침술이 발전하고 서양에서는 수술이 발전한 이유, 같은 법이 동양과 서양에 다르게 적용되는 이유, 과학, 교육, 인권 문제 등 구체적이고 흥미로운 질문들을 해결해 나가는 여정을 즐기다 보면 어느새 여러분도 저와 같은 소중한 통찰의 경험을 얻게 되리라 여겨집니다.

이 책의 묘미는 그러한 통찰에서 끝나지 않습니다. 책의 끝부분에는 책 전체에서 이야기하는 동서양의 차이가 어떤 이유로 생겨났는지에 대한 리처드 니스벳의 견해가 담겨 있습니다. 최소한 몇 만 년을 상정하는 진화적인 시간관에서, 왜 동서양이 이렇게 다르게 사고하게 됐는지에 대한 그의 설명은 꽤 흥미로웠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묘미는 그 이후에 시작됐습니다.

책을 끝냈음에도 한동안은 잠자리에 눕거나 길에서 한적하게 걸을 때마다 ‘나는 왜 이렇게 사고하게 됐는가’에 대한 상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여러분에게도 이러한 상상은 잠깐의 휴식 시간에 생각해볼 생각의 장난감이자, 잠들기 전 라디오처럼 틀어 놓을 자장가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AI는 점차 인간의 사고, 언어 등의 문화를 이해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그런 AI의 발전에 걸림돌이 되는 것 중 하나는 ‘모르는 것을 처리하는 능력’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AI는 모르는 것을 모른다고 처리하지만 인간은 떡갈나무를 몰라도 나무라고, 또는 자연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해석의 틀이 있습니다. 이는 AI와 달리 인간은 무의식적 사고, 문화에 의해 누적된 집단적 사고방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리라 짐작합니다.

이 책은 AI의 마지막 과제가 될, 인간의 집단 무의식에 대한 통찰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훗날 여러분과 그 어딘가에서 만나, AI와는 나누지 못할 이 책에 대한 대화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을 최장섭 변호사님께 독서릴레이 10월 주자의 기회와 함께 선물합니다.
 
성남시민 독서 릴레이는 시민과 시민이 책으로 소통하는 공간입니다
① 은수미 성남시장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② 노희지 보육교사 『언어의 온도』
③ 일하는학교 『배를 엮다』
④ 이성실 사회복지사 『당신이 옳다』
⑤ 그림책NORi 이지은 대표 『나의 엄마』, 『어린이』
⑥ 공동육아 어린이집 ‘세발까마귀’ 안성일 선생님 『풀들의 전략』
⑦ 구지현 만화가 『날마다 도서관을 상상해』
⑧ 이무영 영화감독 『더 로드(The Road)』
⑨ 김의경 소설가 『감정노동』
⑩ ‘비북스’ 김성대 대표 『단순한 진심』
⑪ 스토리텔링 포토그래퍼 김윤환『포노 사피엔스』
⑫ 김현순(구미동) 『샘에게 보내는 편지』
⑬ 주부 유재신 님 『정원가의 열두 달』
⑭ 황찬욱 학원장 『위험한 과학책』
⑮ 한영준 송림고 교장 『라틴어수업』
⑯ 성남교육지원청 이동배 장학사『두려움과 배움은 함께 춤출 수 없다』
⑰ 김혜원 호서대학교 교수 『죽음의 수용소에서』
⑱ 정소영 세계동화작은도서관장『가재가 노래하는 곳』
⑲ 홍의택 가천대학교 교수『명묵(明黙)의 건축』
⑳ 김진엽 한국미술평론가협회장 『장하석의 과학, 철학을 만나다』
21  서정림 공연연출가 『생각의 지도』
22  최장섭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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