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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바퀴] 성남의 지붕 같은 동네, 태평동

굽이굽이, 또 한 굽이 넘어서 만난 봉국사와 영장공원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12/23 [15:40]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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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구 태평동, 높은 파도가 치다가 순간 화석이 된 듯한 길이다. ‘성남시의료원’ 부근에서 시작한 발걸음은 살점 나간 글씨를 달고 있는 오래된 공판장과 떡방앗간 등을 스치며 언덕길을 넘는다.
 
하나를 넘었다 싶으면 또 하나의 언덕이 덤벼보란 듯 서 있다. 분출되는 숨을 턱밑에 달고 하늘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섰다. 마을의 가장 높은 곳에 서서 봉국사를 찾기 위해 눈길을 돌리다 보니 저 멀리 서울공항 활주로가 보인다. 그만큼 지대가 높다는 뜻이다.
 
늘 다니는 길만 다니고 매일 보는 사람들만 보는 시간을 벗어나 낯선 곳으로 들어섰다. 태평동은 어떤 곳일까. 봉국사를 시작점으로 태평동 주민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영장공원 길을 가보기로 했다.
 
봉국사는 영장산에 있는 사찰이다. 1974년에 수리하기는 했지만 고려 현종 때 지어진 고찰(古刹)로 알고 있었는데 봉국사 입구 건축물은 새로 지어져 윤기가 가시지 않은 모습이다. 편안함보다는 편리함이 느껴졌다.
 
입구를 지나 계단을 올라서면 보이는 풍경은 반전이었다. 세월이 배어 있는 대광명전과 삼성각이 편안하게 펼쳐졌다. 새로움이 오래됨을 보호하기 위해 울타리를 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안내문을 보니 대광명전에는 비로자나불을 모시는 것이 관행인데 봉국사에는 목조 아미타불이 모셔져 있다고 쓰여 있다. 관행을 어긴 그 시간이 궁금하다.
 
 
봉국사에서 나와 우측, 위브아파트 방향으로 발길을 옮겼다. 봉국사와 아파트 사이에 난 길을 따라 영장공원과 망경암을 찾아 나섰다.
 
‘초록이 한창일 때 오면 참 예쁘겠다’고 생각하며 계단을 올라 정자 근처에 가니 두 갈래 길이 나왔다. 흠…. 왼쪽으로 마음을 정하고 짧은 구름다리를 건넜다.
 
지나가는 이에게 망경암의 위치를 물으니 “저 위에 암자가 하나 있다”라고 말해준다.
 
하지만 망경암은 코로나19로 인해 일반인들의 출입이 차단된 상태였다. 서울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는 망경암, 암벽 위에 새겨진 불상과의 조우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구름다리를 뒤로하고 오르던 계단을 마저 올랐다. 어느새 영장산 정상이다. 빠른 걸음이면 20여 분 될까.

봉국사가 이미 높은 동네에 위치해 있어 잠깐 사이 정상에 다다랐다. 정상에 있는 산불감시탑은 매년 2월부터 12월 15일까지 개방한단다.
 
‘저 위에 올라가면 어떤 풍경이 펼쳐져 있을까’란 궁금증이 공중에 놓여있는 철계단을 올라야 한다는 두려움을 몰아냈다.
 
씩씩하게 오르다 어느 순간 아찔, 층계 사이로 허공이 보인다. 다리가 흔들리기 전에 난간을 잡고 다시 올랐다. 동행이 있어 다행이다. 감시탑 꼭대기에서 바라본 풍경은 이랬다.
 
“와~ 저기는 서울공항, 저 아래는 위례신도시, 스토리박스, 저 멀리로는 분당, 서울 롯데타워도 보여요.” 감탄사가 터져 나온다. 시내 구경을 한 번에 했다. 
 
▲ 조릿대 나무     © 비전성남
 
산불감시탑에서 내려와 맞은편 계단 길로 방향을 정했다. 길은 잘 정돈돼 있고, 체력단련 기구들이 곳곳에 놓여 있다. 잠시 쉬었다 갈 수 있는 정자도 마련돼 있다.
 
길가엔 초록이 진한 조릿대 나무 군락이 있어 잠시나마 겨울의 삭막함을 거둬준다. 내리막길 사이사이 갈림길이 많다.
 
산성역 방향, 현충탑 방향…. 목적지를 따라 들어서면 된다. 우리는 77번 마을버스가 다니는 길, 영장공원 입구를 선택했다.
 
또다시 태평동 언덕 위에 섰다. 성남의 굴곡이 보인다. 이 언덕을 내려가면 수월한 길이 나오겠지? 하지만 또다시 언덕이다. 어쩌면 ‘인간의 삶을 표현한 길일지도 모른다’란 생각이 들었다.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