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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흐르는 선율] 황시내 『황금 물고기』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작품번호 13> ‘비창’ 2악장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0/12/23 [16:02]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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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형태의 인생과 철학이 담긴 책 속에는 가끔 클래식 선율이 담겨 있기도 하다. 책 속에 숨겨진 음악을 발견하는 기쁨을 독자들도 느껴보길 기대하며 2021년 음악칼럼은 ‘책 속에 흐르는 선율’로 새롭게 문을 연다.
 
에세이집 『황금 물고기』(휴먼앤북스, 2007)를 쓴 작가 황시내는 단편소설 「소나기」로 유명한 소설가 황순원의 손녀이자 시인 황동규의 장녀다.
 
첫 에세이집을 내놓으며 3대를 잇는 문인 가족으로 주목받은 황시내 작가는 꽤 흥미로운 이력을 지니고 있다.
 
서울대학교 작곡 전공. 독일과 미국 유학 시절 작곡, 음악학, 미술사 전공. 그래서 그런지 에세이집 『황금 물고기』 속에는 그녀의 전공과 관련 있는 클래식음악 이야기가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황금 물고기』 속에 담긴 많은 음악 중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선율은, 그녀가 결국 작가로 모습을 드러내기 전까지 학창시절 대부분을 음악에 바치게 했을 거라 생각되는 그 어떤 순간에 대한 이야기, 「첫사랑」 속에 흐르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 작품번호 13> ‘비창’ 2악장이다.
 
어느 밤 아버지의 서재에서 흘러나오는 베토벤의 ‘비창소나타’ 2악장을 듣고 “음악이 처음 음악으로 느껴지는 순간”을 경험했다는 작가. 그녀의 ‘첫사랑’ 음악으로 묘사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8번은 베토벤이 20대 마지막 무렵 만든 작품이다.
 
곡이 지니고 있는 비애감으로 출판사에 의해 ‘그랜드 소나타 비창’이라는 표지 제목이 부여되고 이후 ‘비창 소나타’라는 이름으로 일반인들에게 더 잘 알려진 작품이다.
 
고향을 떠나 비엔나에서 활동하던 베토벤에게 대중적 성공을 가져다준 이 작품은 젊은 베토벤이 앞 시대 대가들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자신이 앞으로 펼칠 음악적 색깔을 확실히 보여준 첫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작가가 자신의 글 속에서 언급한 2악장 ‘아다지오 칸타빌레(느리게 노래하듯이)’는 천천히 부드럽게 오르내리며 흐르는 음들의 울림이 외로운 자들에게 보내는 위로의 속삭임처럼 느껴지는 곡이다.
 
황시내 작가의 표현처럼 ‘삶이 제공하는 수수께끼들 중 하나인, 언제 찾아올지, 어떻게 찾아오는지 알 수 없는 그런 순간’과 함께 독자들도 언젠가 ‘첫사랑’의 음악을 찾게 되길 희망하며 새해 첫 음악칼럼을 마친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책속선율 황금물고기’를 입력하면 관련 음악과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