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책 속에 흐르는 선율] 산도르 마라이 『열정』 & 쇼팽 <환상폴로네즈, 작품번호 61>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1/24 [21:38]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헝가리 작가 산도르 마라이의 『열정』(솔출판사, 2001)은 사십일 년 만에 다시 만난 두 친구의 하룻밤의 대화로 이루어진 소설이다.
 
서로 다른 두 부류의 인간이 운명처럼 만나 ‘우정’과 ‘사랑’이라는 다른 두 종류의 ‘열정’을 겪으며 맞닥뜨리게 되는 인간 존재의 문제들이 200페이지 가까이 되는 긴 대화 속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대화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한 친구의 독백 같은 대사들은, ‘다르다’는 것이 내포하는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다른 두 극이 서로를 끌어당긴다는 삶의 비밀스러운 법칙과 함께, 우정과 사랑, 이성과 정열, 행위와 의도, 사실과 진실, 삶과 죽음 등 인간이 부딪히게 되는 수많은 이원론적 문제들을 다룬다.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이해 못 하고 그럼으로써 결국 고독해질 수밖에 없는 인간의 문제는 친구가 연주하는 음악을 통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이 이해할 수 없는 선율의 언어, 특정한 사람들만이 서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이 언어를 나는 증오하네.”
 
소설 속 ‘이 이해할 수 없는 선율의 언어’는 쇼팽의 <환상폴로네즈, 작품번호 61>로, 20세에 조국 폴란드를 떠나 파리 정착 후 다시는 고국에 돌아가지 못한 쇼팽이 폴란드를 그리워하며 만든 작품이다.
 
‘폴로네즈(3/4박자의 폴란드 민속춤) 리듬’이 곡 전체에 흐르며 폴란드 색채를 강하게 풍기는 이 작품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의 왈츠와 함께 소설 속 상반되는 두 친구를 나타내는 음악으로 사용된다.
 
“삶을 더 쾌적하고 즐겁게 하기 위한 음악”과 “마음속 깊이 파묻혀 딱딱하게 굳고 곰팡이 핀 것이 모두 일시에 살아나고, 삶의 특별한 순간에 운명적으로 강하게 울리기 시작하는 치명적인 리듬”을 지닌 음악을 서로 이해할 수 없었던 두 친구.
 
모국어인 헝가리어로 글을 쓰는 것에 소명의식을 느꼈던 작가가 ‘다름’, ‘이원성’을 풀어나가는 데 인간의 또 다른 언어인 ‘음악’을 사용하는 것이 흥미로운 소설이다.
 
소설 속에 흐르는 음악 쇼팽 <환상폴 로네즈>를 들으며 독자들도 “존재의 이원성”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한번 느껴보길 바란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책속선율 열정’을 입력하면 관련 음악과 영상을 찾을 수 있다. 책 『열정』 보유 도서관은 중앙·중원·판교·분당 도서관이다.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