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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물가의 봄 전령사, 갯버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2/24 [15:0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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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칼하던 겨울바람이 산들산들 부드러운 봄바람으로 바뀌면서 여기저기서 봄기운이 완연하다. 키 작은 냉이가 부지런히 꽃을 피우고 숲에서 영춘화가 봄을 알린다. 그중 물가에 서서 봄을 알리는 전령사가 있다. 갯버들이다. 

갯버들은 버드나무과에 속하며 기껏해야 2m 정도 자라는 작은 키 나무다. 얕은 개울과 하천, 강의 가장자리에서 물소리를 들으며 자라나 봄에 잎이 나기 전 꽃을 피운다.
 
물가의 가장자리 갯가에서 흔히 자란다고 해서 ‘개의 버들’이라 불리다가 ‘갯버들’이 됐다. 추운 겨울에는 꽃의 싹을 털로 단단히 보호하는 갯버들은 강아지 꼬리털 같은 은빛 꽃눈을 산들산들 흔들며 봄이 왔음을 알린다. 그래서 ‘버들강아지’로도 알려져 있다.

풍매화인 갯버들은 암나무와 숫나무가 따로 있다. 암나무에 피는 꽃은 연노란색이며 수꽃나무에서 피는 꽃은 붉은 수술이 나오며 노란 꽃가루를 터뜨린다. 초봄에 막 자란 어린 가지는 연한 초록색을 띠고 있는데 황록색의 털이 나 있다.
 
어긋나기로 가지에 매달려 자라는 잎들도 뒷면에 부드러운 털이 덮여 있어서 하얗게 보인다. 꽃이 피고 난 뒤 바람에 의해 가루받이가 이뤄지고, 한참 지나면 깨알 같은 씨는 성긴 솜털을 달고 다른 버드나무처럼 봄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날아다니면서 새로운 자손을 퍼트린다. 잎과 열매, 꽃까지 털이 많은 까닭인지 ‘솜털버들’이라고도 부른다.
 
갯버들은 고구려의 어머니 나무이기도 하다. 주몽의 어머니는 물의 신 하백의 장녀 유화(柳花)다. 딸을 아꼈던 하백은 압록강가의 예쁜 갯버들 꽃을 보고 ‘유화’라는 이름을 붙여주었을 것으로 전해진다.

알고 보면 갯버들은 강한 나무이며 일상생활에서 쓸모 많은 나무로 꼽힌다. 몸체가 물속에 잠겨도 숨막히지 않으며 물속에서도 뿌리가 썩지 않고 녹아 있는 산소까지 흡수하면서 생명을 이어간다. 개울을 지켜주는 수호천사로 크고 작은 냇가나 강가에서 흙을 붙잡아줘 방수목의 기능을 톡톡히 한다.

갯버들은 실지렁이 모양의 잔뿌리가 체 같은 역할로 물에 떠내려오는 온갖 잡동사니를 걸러줘 수질정화용으로도 훌륭하다. 또 갯버들이 모여 자라는 곳은 버들붕어, 버들치,버들개 등 우리 토종 물고기들의 안식처가 돼 주기도 한다.
 
갯버들은 낭창낭창한 가지의 탄력성을 활용해 어린 가지들을 이리저리 휘고 엮어 키, 광주리, 반짇고리 등 생활용품을 만드는 요긴한 재료가 되기도 했다.
 
갯버들과 비슷한 종류로 선조들이 생활용품을 만드는 데 널리 쓴 키버들은 고리버들이라고도 불렸다. 갯버들과 섞여 자라는 키버들은 털이 없고 가끔 마주보기로 달리는 잎이 섞여 있다.

봄이 되면 선조들은 갯버들 가지를 꺾어 항아리에 한아름 담아두고 봄을 감상하곤 했다. 탄천 여기저기서도 물오른 갯버들이 꽃을 피워 산책길을 나선 시민들에게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
 
성큼 찾아온 봄. 볼 것이 많아 봄이란 이름을 가졌다고 한다. 겨우내 움츠렸던 몸과 마음의 기지개를 펴고 미뤄둔 일을 시작하며 활기차게 봄맞이를 해보자.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