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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료원 사람들] 카메룬의 심장을 뛰게 한, 중환자의학과 전문의 정중식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2/24 [15:29]

▲ 개원준비위원회     © 비전성남

 

▲ 우물에 빠졌다 소생한 아이     © 비전성남

 

▲ 기도삽관     © 비전성남


성남시의료원 중환자의학과 정중식(49·분당동) 전문의는 작년 12월, 제15회 대한민국 해외봉사상 시상식에서 국무총리상을 수상했다.

 
해외봉사상은 2006년부터 세계 각지에서 헌신적인 봉사활동으로 국격 제고에 이바지한 해외봉사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외교부가 주최하고 KOICA(한국국제협력단) 및 KCOC(한국개발협력민간협의회)가 주관하는 정부 포상이다.
 
2013년 11월부터 6년 8개월 동안 카메룬에서 KOICA 파견 글로벌협력의사로 국립 야운데 응급의료센터(이하 야운데 응급센터)를 진두지휘한 공로가 인정됐다.
 
그는 카메룬 응급의료진 양성에 앞장선 공로로 ‘이태석상’도 받았다.
 

▲ 최초의 뇌경색 혈전용해술 성공     © 비전성남

 

▲ 외과계중환자실 정중식 전문의와 의료진들     ©비전성남

 
#정중식 그는 누구인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병원에서 인턴과 응급의학과 2기 전공의로 수련을 했다. 이때 우리나라에서 응급의학과의 태동을 지켜보며 전공의 생활을 한 경험은 카메룬의 야운데 응급센터를 만드는 데 큰 자산이 됐다.

정중식 전문의는 환자의 생명을 최전선에서 다루는 다이내믹한 응급의학과의 전문의가 된 후 서울시립병원의 행려구역에서 행려자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세상의 선입견과 부당한 시선에 맞서 진료했다.
 
또 필리핀에서 가난한 아이들을 돕는 봉사활동을 하다가 국제보건과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체계적 공부를 위해 늦은 나이에 존스홉킨스대학원에서 보건학 석사과정을 밟았다.
 
그때 KOICA가 건립하고 있는 카메룬 국립 응급의료센터에서 한국인 원장을 구한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국토는 우리나라의 약 2배지만 보건체계가 매우 취약한 카메룬은 야운데 응급센터가 개원을 준비하던 2014년 당시 기대여명이 57.4년으로 세계 223개국 중 202위였다(한국 82.7년).
 
#카메룬에서 이룬 성과
 
카메룬 최초의 진정한 응급의료기관을 개원했다.
국제개발협력(ODA)을 통해 한 나라의 국립응급센터를 개원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사례가 없던 일이다.
 
파견 후 1년 반이 넘도록 단원들과 함께 노력한 끝에 2015년 6월, 야운데 응급센터가 개원했다.
 
전에는 치료에 필요한 약과 주사기, 의료진이 착용하는 장갑, 심지어 의무기록지 종이까지 전부 환자가 약국에서 구매해 와서 의료진에게 전해 줘야 치료가 시작됐다.
 
예를 들어 머리에 다량의 출혈을 하는 환자가 혼자 병원에 오면 생명을 잃을 수밖에 없는 열악한 구조였다.
 
그는 수많은 반대 의견을 뿌리치고 환자의 치료에 중점을 둔 후불제를 추진했고 이후 응급실 사망률 역시 크게 감소했다. 

국가응급의료체계의 선도적 역할을 담당했다.
2016년 야운데를 출발해 두알라로 가던 열차가 전복돼 629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600명 정원 열차에 1,300여 명이 탑승한 무리한 운행에 기인했다.
 
야운데 응급센터의 다른 의사와 간호사 4명은 현장으로 헬기를 타고 가 응급처치한 환자들을 이송하는 동안 정중식 의사는 응급센터 내 병상을 최대한 확보한 후 환자들을 진료했다.
 
현장과 이송 단계 응급서비스를 강화한 덕분에 사고 환자들  중 최고의 중증환자를 받았는데 한 명의 사망자도 나오지 않은 것은 기적에 가까웠다.
 
야운데 응급센터는 철도재난의 의료대응을 주도해 인명 피해를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해 카메룬 국가응급체계의 구심점이 됐다.

응급의료의 접근성을 향상시켰다.
비용지불 및 조달체계의 혁신으로 경제적 문턱을 낮춰 야운데 응급센터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진정한 응급의료기관이라는 인식을 주민들이 갖게 됐다.
 
한국에서 후원금을 모금해 371명에게 약 8천만 원(현지 소득 고려 시 약 8억 원)의 치료비를 지원해 준 일은 후불제 유지에 크게 기여했다.

포괄적 응급의료체계 개발 계획을 태동하게 하는 베이스캠프가 됐다.
카메룬 응급의료는 야운데 응급센터를 바탕으로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인력 배치와 교육, 접근성 향상, 전원 체계를 수립했고 2019년부터는 응급구조원 양성과 이송, 평가 체계 등 보다 완결성 높은 체계로 발전하고 있다.
 

▲ 중환자실 정중식 전문의의 진료모습     © 비전성남

 
#성남시의료원의 최전선에서 다시 싸우다
 
한국과 카메룬 정부에서는 병원장을 맡기려 했고 그도 병원장의 역할을 했지만, 개원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돌이켰다.
 
언젠가 떠날 가능성이 있는, 현지어도 서툰 외국인보다 책임감 있는 현지인이 책임자가 되는 게 옳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대신 부원장을 맡아 각종 행정 업무와 진료 조언, 현지 의료인 교육과 연구 지도 등을 수행했다.

야운데 응급센터가 개원한 지 열흘 뒤 우물에 빠져 죽어가는 아이를 살린 일, 뇌동맥 일부가 풍선처럼 부풀어 있다가 터져 ‘지주막하 출혈’을 일으킨 카메룬의 축구 영웅 리고베르 송을 응급처치해 안정된 상태로 프랑스 병원으로 전원시킨 일 등은 평생 기억에 남을 사례다. 

카메룬에 있는 동안 자신은 말라리아에 5번 감염되고 아들은 4번 감염되는 혹독한 일을 치렀는데도 그는 돌아와 다시 코로나19 대응의 최전선에 섰다.
 
현재 그는 성남시의료원의 중환자병동에서 코로나 중증환자들과 일반 중환자진료를 전담으로 하고 있다.

“아프리카를 향한 마음의 조각이 심장에 박혀 있는 사람이 있다면 가난과 생명이 만나는 곳, 카메룬의 야운데 응급센터를 꼭 기억해달라”고 당부하며 세상을 향해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정중식 전문의는 오늘도 한 명의 생명이라도 살리려고 중환자실로 들어간다.
 
취재 구현주 기자 sunlin1225@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