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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책방] 그림책과 사람이 만드는 이야기, NORi

그림책을 매개로 다양한 문화예술콘텐츠 구현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3/23 [17:30]

 

▲ 01 김태호 작가 강연 02 지하 극장에서 열린 마임극 공연 03 그림책문화공간 노리 04 작가와 함께하는 ‘밥 한끼 & 그림책 한끼’     © 비전성남


실은 오랜만에 쓰는 글이라 손에 힘이 들어가네요.

어여쁜 편지지에 좋아하는 글귀와 노래를 곱게 써서 친구와 주고받던 추억도 떠오릅니다. 다시금 친구에게 고운 글을 띄워 보내고 싶네요. 가슴 설레는 아름다운 새벽을 보내게 되어 감사합니다.
- 『은밀한 글쓰기』 후기
 
그림책문화공간 ‘NORi’의 이지은 대표는 지난해 혼자 있지만 혼자가 아니고 단절되지 않았다는 걸 경험 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사람들이 이어가며 글을 쓰는 ‘은밀한 글쓰기’와 누구나 겪는 사춘기를 소재로 나와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는 ‘사춘기가 사춘기들에게’를 진행했다. 참가자들은 두근거린다, 짜릿하다, 코로나로 힘들지만 코로나로 이어지는 새로운 연결이었다는 후기를 남겼다.

읽는 이가 자신의 생각과 이야기로 여백을 채워가고, 읽을 때마다 만나는 지점과 느낌이 달라지는 그림책. 이지은 대표(이하 덩더쿵)가 그림책의 이런 매력을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어 노리를 시작한 지 올해로 12년째다.
 
그동안 그림책을 매개로 다양하고 많은 문화예술콘텐츠들이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함께했다. 초기에는 책이 잘 팔리는 것도 아닌데 저런 걸 왜 하지 하는 의아한 시선과 무심한 듯한 반응에 힘을 잃기도 했다. 6,7년이 지나자 노리를 이해하기 시작한 사람들이 호응하고 의견을 보내주면서 교감이 시작됐다.

당혹스럽고 우왕좌왕했던 지난해에도 노리는 변함없이 사람들의 온기로 채워졌다. ‘듣고 맛보고 기억하는 팔도 옛이야기’, ‘밥 한끼 & 그림책 한끼’, ‘호시탐탐 동네탐험’ 등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이어졌고 지하 코딱지극장에서는 공연과 전시가 열렸다.

노리의 프로그램을 경험한 사람들은 자존감이 높아졌다는 소감을 자주 남긴다. 몇 주든 몇 달이든 노리가 여는 콘텐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나’를 느끼는것이다. 그래서 과정마다 그 이유와 본질을 생각하고 거기에 집중하려 한다.

12년 동안 노리에는 재밌고 유쾌한 일들이 많았지만 덩더쿵 마음에 남는 것은 ‘사람’이다. 노리가 버틸 수 있는 힘도 ‘사람’이다.

엄마 배 속에 있던 아이가 초등학생이 되고, 초등학생이었던 아이는 고3 수험생이 됐다. 아이들의 성장과 삶을 같이 바라볼 수 있는 건 아이들이 처음 만나는 그림책이 주는 큰 특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림책이라 아이가 자라서 떠나는 아쉬움도 크다.
 
덩더쿵은 사람들과 편하게 대화할 수 있는 그림책들로 노리의 서가를 채운다. 가치, 마음, 감정에 관한 책들이 많다. 마음과 생각을 얘기하고 스스로 이야기를 찾을 수 있는 책을 소개한다. 읽고 싶은 내용이나 책이 필요한 상황을 알려주면 거기에 맞는 책을 골라준다.
 
봄볕 가득한 4월. 노리는 한국작가회의가 주관하는 ‘작가와 함께하는 작은서점 지원사업’을 시작한다. 노리에서 꾸준히 독자들을 만나고 활동을 해 온 그림책, 아동문학 작가들이 10월까지 프로그램을 연다. 올해는 기획부터 작가들이 주축이 되고 덩더쿵은 작가들의 기획이 잘 구현되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노리에 사람들이 모이는 날이면 한적한 언덕길 동네에 생기가 돌고 시끌벅적해진다. 작은 축제처럼 덩달아 두근거린다. 그림책과 함께하는 두근거림이 오래이어지길 기원한다.
 
INFORMATION
그림책문화공간 NORi
경기 성남시 분당구 발이봉남로39번길 1(수내동)
010-4283-8440,  blog.naver.com/unirevo 
월~토 10:30~18:00, 일요일·공휴일 휴무
※ 방문 전 사전예약 권장, 행사 진행 시 오픈시간 연장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