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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자갈밭을 좋아하는 탄천의 흰목물떼새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4/21 [16:53]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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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천의 중간중간엔 자갈이 쌓여 형성된 자갈톱이 보인다. 무심히 지나치기 쉽지만 자갈톱의 가장자리를 자세히 살펴보면 자갈과 구분이 어려운 새를 가끔 만날 수 있다. 자갈밭을 좋아하는 흰목물떼새다.

 

흰목물떼새는 우리나라 전역의 하천에서 번식하는 텃새다. 암수 차이가 거의 없는 흰목물떼새는 몸길이가 20cm 정도다. 이마에 검은 가로줄무늬가 있고 머리꼭대기는 옅은 갈색이며 턱 밑과 목 부위는 희다. 목과 가슴 사이에 검은색 목띠는 목덜미까지 이어져 마치 검은색 목걸이를 한 듯 보인다. 부리는 검고 배는 희며 눈두덩(눈테)은 옅은 노란색이다. 눈가에 진한 노란색 테두리를 가진 여름철새 꼬마물떼새와 생김새와 사는 곳, 습성 등이 매우 닮았다.

 

흰목물떼새는 천적에게 언제든 공격을 받을 수 있어 위험해 보이는데도 자갈톱의 탁 트인 공간에 둥지를 튼다. 3~7월에 번식하는데, 둥지에 3~4개 알을 낳은 후 28~29일간 포란기간을 거쳐 태어난 새끼를 키우며 살아간다. 베짱 두둑히 탁 트인 공간에 둥지를 마련하는 흰목물떼새는 의상행동(擬傷行動: 일부러 부상을 당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을 통해 새끼를 보호하는 독특한 전략을 가지고 있다.

 

자갈밭에는 어린 새끼가 숨을 곳이 많지 않아 천적의 공격이라도 있게 되면 위험천만하다. 흰목물떼새는 새끼 곁에서 경계를 서다가 포식자가 나타나거나 위급한 상황이 생기면 새끼에게 위험을 알리는 경계음을 낸다. 어미의 소리를 들은 새끼는 즉시 주변의 자갈들 사이로 머리를 파묻고 숨어서 꼼작도 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포식자가 새끼쪽으로 향하게 되면 어미는 재빨리 포식자 앞에서 다친 새처럼 행동한다. 다친 새는 손쉬운 사냥감이므로 포식자의 관심을 자신 쪽으로 끌어서 새끼를 보호하려는 행동이다. 포식자가 방향을 돌려 새끼에게서 충분히 멀어지면 어미는 그제야 멀리 날아가 위험을 벗어난다.

 

흰목물떼새는 동아시아와 동남아시아, 남아시아 일부에 걸쳐 널리 분포하지만 서식 밀도는 매우 낮아 세계적으로 약 1만 마리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서식지 파괴와 감소로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 우리나라에선 흰목물떼새를 멸종위기 야생동물 2급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다.

 

흰목물떼새의 서식지 파괴의 주범으로 꼽히는 것이 준설작업과 구불구불한 물길을 곧게 하는 직강화 공사다. 준설공사와 하천의 직강화 공사는 흰목물떼새가 살아가는 하천변의 자갈밭과 모래밭을 물에 잠겨 사라지게 해 흰목물떼새의 개체수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

 

흰목물떼새를 보전하려면 자연과 공존하려는 사람들의 노력과 지혜가 그만큼 더 절실하다. 성남시가 탄천을 자연하천으로 복원하고 수질을 개선해 다양한 물속생물들이 살아갈 수 있게 노력을 기울인 덕분에 탄천엔 흰목물떼새의 개체수가 점차 증가하고 있다.

 

5월은 탄천의 자갈톱에서 올해 태어난 흰목물떼새 새끼들을 많이 볼 수 있는 시기다. 이들이 탄천의 자갈톱에서 안전하게 잘 커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