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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여름의 시작을 알리며 은꽃·금꽃을 피우는 인동덩굴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5/24 [15:36]

 

제주도에서부터 중부지방에 걸쳐 초여름에 꽃을 피워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식물이 있다. 약간 수분이 있고 햇빛이 잘드는 길가나 숲 가장자리에서 잘 자라는 인동덩굴이다.

 

북쪽지역에서는 잎의 일부가 남아서 반상록 상태로 겨울을 넘기는데 남쪽에서는 겨울에도 거의 잎을 달고 겨울을 넘긴다. 인동이란 이름은 남쪽지방에서 겨울에도 푸르름을 유지하며 겨울을 보내므로 그만큼 어려운 환경이 닥쳐도 잘 버틸 수 있는 강인한 식물이라는 뜻이다.

 

우리 조상들은 인동덩굴의 절개를 숭상해 인동주를 빚어 마시고 선비의 기개를 잃지 않기 위해 인동꽃 무늬의 책보자기를 사용했다. 인동초로 불려 풀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인동덩굴은 여러해살이 나무다.

 

선조들은 인동덩굴을 좋은 일만 생기는 길상화로 여겼다. 또 덩굴이 뻗어나가는 모양을 문양으로 형상화한 당초문은 바로 인동덩굴을 모델로 한 것이다. 옛 건축물을 비롯해 장식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곳에서 당초문를 만날 수 있다.

 

고구려 강서대묘의 천장 굄돌과 발해의 도자기 그림을 비롯해 백제 무령왕의 관식, 천마총의 천마도 둘레에도 당초문이 등장한다. 조선시대 경복궁 자경전의 굴뚝에도 등장하는 당초문에는 인동덩굴처럼 조선왕실이 뻗어나가 번성하길 바라는 소원이 담겨 있다고 한다.

 

귀신을 쫓는 벽귀초라고도 불린 인동덩굴은 차로 즐길 뿐아니라 한방에서 쓰임새가 많은 귀중한 약재로도 쓰인다.

 

인동덩굴은 초여름에 특별한 모양의 꽃을 피운다. 다섯 장의 꽃잎 중 네 개가 합쳐져 위로 곧추서고 나머지 한 장만 아래로 늘어지며 그 사이에 다섯 개 수술과 한 개 암술이 혀를 내밀듯이 길게 뻗어 있다. 서양에서는 꽃모양이 트럼펫 같다고 트럼펫플라워(trumpet flower)라고도 한다.

 

꽃을 피운 인동덩굴은 밤에 달콤한 향기를 내뿜어 야행성 나방을 통해 수정된다. 두 가지 색의 꽃을 피우는 것처럼 보이는 인동덩굴은 갓 피기 시작해 꽃봉오리가 벌어질 때는 흰색이다가 시간이 지나면 노란색을 띄기 때문에 금은화라고도 불렀다. 꽃이 피고 난 뒤 노랗게 변한 꽃잎을 따다가 그늘에 말려서 뜨거운 물에 우려내면 인동차가 된다.

 

우리나라와 일본, 타이완, 중국을 고향으로 하는 인동덩굴은 미국으로 이민 간 후 그곳 초원을 온통 덩굴로 뒤덮어 지배하면서 유해식물로 지정되고 천덕꾸러기가 되기도 했다. 유럽으로 건너간 인동덩굴은 꽃에 꿀이 많아 꿀젖이라는 뜻의 ‘허니서클(honey-suckle)’이란 이름을 얻었다.

 

초여름이 시작되고 있다. 인동덩굴은 올해도 남한산성 야생화공원을 비롯해 성남의 여기저기 숲 가장자리에서 세워둔 야구방망이 같은 꽃봉오리를 품고 있다가 은꽃·금꽃을 피우며 여름맞이를 하고 있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