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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물을 좋아하는 여름꽃, 수국 이야기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6/24 [00:25]

 

여름이면 줄기 끝에 작은 꽃들이 모여 동그란 꽃 뭉치를 이루는 수국(水菊)이 탐스럽게 만발해 보는 이의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한다. 수국의 한자 이름은 비단으로 수를 놓은 것 같은 둥근 꽃이란 의미를 가진 수구화(繡毬花)였다.

 

옛날 중국의 시인 백낙천은 탐스럽고 고운 꽃이 피어 있는 상태로 여름을 나는 수국을 가리켜 보라빛 태양의 꽃이라는 의미로 ‘자양화(紫陽花)’라고도 했다.

 

축축한 땅에서 잘 자라는 수국은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물(hydro)과 용기(angeion)의 합성어인 학명(hydrangea macrophylla for otaksa)에서 알 수 있듯이 수분 흡수와 증산이 매우 활발하며 수국은 장마철에 피는 꽃이다 보니 직사광선을 싫어해 큰 나무 아래와 같은 반그늘에서 잘 자란다.

 

수국의 꽃은 처음에는 연한 보라색이던 것이 푸른색으로 변했다가 다시 연분홍빛으로 바뀐다. 그래서인지 수국의 꽃말은 ‘변심’인데 수국의 학명 안에 포함된 otaksa에는 네덜란드인 주카르느와 그의 변심한 애인 이야기가 숨어 있다.

 

18세기 초 식물조사단의 일원으로 일본에 와 있던 주카르느는 오타키라는 기생과 사랑에 빠졌다. 오래지 않아 변심한 오타키가 다른 남자에게 가 버렸다. 이후 떠난 애인 오타키로 인해 가슴앓이를 하던 주카르느는 색깔을 바꾸는 꽃을 피우는 수국의 학명에 오타키의 높임말을 서양식으로 표기한 otaksa를 넣었다는 것이다.

 

변심한 애인처럼 표현되는 수국 꽃잎의 변화가 심한 이유는 토양의 산도(ph) 때문이라고 한다. 토양이 중성이면 흰색이지만 산성이면 청색으로, 알칼리성이면 분홍색으로 변한다. 그래서 꽃 주위에 명반을 묻어두고 물을 주면 흰색이던 꽃색이 청색으로 변하고 또 잿물이나 석회가루를뿌리고 물을 주면 분홍색으로 변한다.

 

수국의 원산지는 중국이다. 중국 수국은 일본으로 건너가 이리저리 교배돼 원예품종 수국으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암술과 수술이 모두 없어졌고 씨를 맺을 수 없는 무성화가 됐다. 수국은 주로 포기나누기와 꺾꽂이를 이용해 번식한다.

 

우리 조상들은 음력 6월 1일에 수국을 꺾어 집에다 걸어두며 잡귀를 쫓기도 했다는데 그때쯤이면 장마철이니 집안에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하는 수국꽃을 걸어 둬 위로를 받았을 것 같다.

 

성남 곳곳에서도 여름이면 수국을 쉽게 볼수 있으며 신구대식물원에선 7월 15일까지 수국꽃길산책행사에서 수국을 만날 수 있다. 수국을 감상하며 불쾌지수가 높아지는 무더운 여름과 긴 장마를 건강하고 즐겁게 보내면 좋을 것 같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