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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한바퀴] 호걸들의 피리 소리 흥겨웠던 상적동, 적푸리 마을

산과 물이 품고 있는 마을은 발걸음한 이들에게만 모습을 보여 준다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7/23 [09:54]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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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구대식물원 옥상 정원에서 바라본 풍경     ©비전성남

 

 

이번엔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 동네 한바퀴 취재는 늘 설렌다.

 

상적동에 처음 가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갈 때마다 같은 장소만 들렀다. 그래서였을까. 상적동 골목을 돌면서, 친한 것 같지만 데면데면한 친구가 진짜 친한 친구가 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대중교통을 이용해 상적동에 들어가기가 이전보다 쉬워졌다. 11-1번 마을버스만 오가던 길을 누리 2번, 341, 342번 버스가 다니고 있다. 자동차 도로 말고도 자전거 도로가 따로 있어 자전거 이용객들에게도 인기 있는 장소다. 상적동은 윗골, 아랫골, 적푸리를 합한 동네다.

 

윗골의 상(上)과 적푸리의 적(笛)을 합해 상적이라 불리게 됐다. 1882년 임오군란 때 피난 가신 명성황후가 이 마을에서 점심을 들고 갔다.

 

▲ 습지생태원     ©비전성남

 

제일 먼저 신구대식물원을 찾았다. 식물원에는 수국과 백합, 해바라기가 한창이었다. 진초록의 평온함에 보라, 노랑, 하양 꽃이 산뜻함을 더했다. 신구대식물원은 꽃이 피는 시기에 맞춰 여러 가지 꽃을 전시하고 있다. 꽃은 발길을 붙잡고 관람객은 사진기에 꽃을 담았다.

 

8월에 식물원을 찾으면 다양한 품종의 연꽃과 수련을 볼 수 있다. 식물원 내 어느 길을 가도 좋지만, 식물원을 크게 돌아 고층습지원으로 가까이 갈수록 한적하고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곳곳에 놓인 두꺼비 모형이 눈길을 끈다. 새끼 두꺼비를 업고 산으로 올라가는 두꺼비들도, 사진을 찍는 두꺼비도 있다. 두꺼비 모형을 만들어 놓은 것에는 도로가 건설되면서 서식지를 잃은 두꺼비에 대한 미안함과 생태계를 지키기 위한 식물원의 뜻이 담겨 있다.

 

식물원에 습지를 두고 양서류 생태관을 만들어 두꺼비가 번식할 수 있는 곳을 마련했다.

 

걸으면서 보는 풍경과 앉아서 보는 풍경은 어떻게 다를까. 걸으며 꽃 한 송이 나무 한 그루에 눈길을 보냈다면 앉아서 주변 풍경을 휘돌아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 문화가 있는 날에는 오후 1~6시 무료 입장할 수 있다(공휴일 제외).

 

식물원을 나와 먹거리촌 내 음식점에서 이른 저녁을 먹었다. “도로 옆 대왕저수지는 1958년에 준공됐다. 저수지가 생기기 전에는 그곳에 십여 가구가 살았다”는 이야기를 식사하러 들어간 손두부집 주인에게 들었다.

 

동네 안으로 쑥 들어가 보았다. 낮은 오르막길에는 주택들이 모여 있다. 여러 번 다녀왔지만 식물원과 먹거리촌 뒤에 마을이 있을 거란 생각은 못했다. 더구나 식당 뒤로 마실길이 연결될 줄이야. 찬우물골 농장 쪽으로 내어진 마실길은 또 다른 분위기다. 산 냄새가 난다. 이정표가 사방을 가리키며 인릉산, 심곡동, 고등동으로 길을 안내했다.

 

 

▲ 배나무     ©비전성남

 

심곡동 방향 내리막길 다음으로 펼쳐진 농촌 풍경에는 배나무에 배가, 호박 덩굴에 호박이, 포도송이가 몽글몽글 영글어가고 있었다.

 

도시에서의 바쁜 숨을 고르게 다듬어 준다. 산, 도시, 농촌의 모습이 한 동네에 다 들어 있다. 겉모습만 보고 어찌 알 수 있었을까. 온 모습을 한꺼번에 보여 주지 않는 상적동에 숨은 매력이 더 있지는 않을까, 행여 있는 것을 놓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다.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 04 마실길, 이 길에서 좌회전하면 인릉산에 오를 수 있다.     ©비전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