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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에 흐르는 선율] 무라카미 하루키 『기사단장 죽이기』 & 모차르트 오페라 '돈 조반니'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8/25 [10:37]

 

 

뛰어난 이야기꾼인 일본작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작품은 간결한 문체, 가독성 높은 문장력, 현실과 비현실의 세계를 오가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줄거리가 특징이다. 흥미롭게도 글쓰기에 있어서 문체를 중시하는 하루키의 작품을 가장 하루키답게 만드는 또 한 요소는 음악이다.

 

한때 재즈바 운영자이기도 했던 하루키는 그의 모든 작품에 재즈, 팝, 오페라, 클래식 등 다양한 종류의 음악을 집어넣어 작품의 분위기를 제시하고 인물의 심리를 나타낸다.

 

특히 그의 작품 속 클래식 음악은 특정 장면 분위기나 인물 심리를 나타내기 위한 장치를 뛰어넘어 작품 전체를 끌고 가는 소재로 쓰이거나 작품 주제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기사단장 죽이기』(문학동네, 2017)의 경우엔 모차르트의 오페라 <돈 조반니>가 작품의 중요한 소재로 사용되며 오페라 1막의 한 장면은 소설의 제목이 된다.

 

오페라의 주인공 ‘돈 조반니’는 난봉꾼의 대명사인 ‘돈후안’을 모델로 한 인물이다. 1막 시작과 함께 여주인공‘돈나 안나’를 희롱하던 돈 조반니는 딸을 보호하려는 기사장과의 결투에서 그를 칼로 찔러 숨지게 한다. 소설의 제목이자 소설에 등장하는 그림인 <기사단장 죽이기>는 바로 이 장면을 담고 있다.

 

소설이 차용한 또 다른 부분은 오페라 2막 끝부분에 등장한다. 돈 조반니가 장난스런 마음으로 무덤에 세워진 기사 석상을 저녁 식사에 초대하는 장면과 오페라 마지막, 기사장의 유령이 나타나 돈 조반니를 지하로 끌고가는 장면이다.

 

소설 속 주인공이 아내와 헤어진 후 살게 된 집에서 발견한 그림으로 시작해, 집 뒤뜰 돌무덤 아래에서 들리는 방울소리, 돌무덤 아래 구덩이에서 나온 기사단장, 기사단장을 자신의 집으로 초대한 이웃집 남자 ‘멘시키’, 그리고 지하 동굴을 거쳐 구덩이로 떨어진 주인공이 임신한 아내와 재결합하기까지, 현실의 이야기에서 ‘이데아’, ‘메타포’의 세계를 거쳐 다시 현실의 이야기로 마무리되는 소설 『기사단장 죽이기』는 모차르트 오페라 외에도 흥미로운요소가 많이 들어있다.

 

일본 설화 문학 속 영원한 깨달음을 얻기 위해 산 채로 관 속에 들어간 승려 이야기, 하루키가 번역한 작품 『위대한 개츠비』에 대한 오마주, 독일 나치와 얽힌 역사, 중일전쟁, 난징대학살,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폭발까지, 좀처럼 정치적 견해를 드러내지 않는 작가가 작품을 빌어 던지는 메시지가 그의 문체와는 달리 꽤 묵직하다.

 

※ 유튜브에 ‘비전성남 책속선율 기사단장죽이기’를 입력하면 관련 음악을 찾을 수 있다. 책 『기사단장 죽이기』는 복정도서관을 제외한 모든 성남시 도서관에서 보유 중이다.

 

▲ 유튜브 연결      

 

취재 조윤수 기자 choyoonso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