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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어가 느낀 성남, 성남 사람들 “시민이 살아있음을 느껴… 성남이 부럽습니다”

기고 김중배(글랜스미디어 편집이사, 전 연합뉴스 기자)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08/25 [14:42]

 

“제안을 드리고 싶은 인터뷰집 건이 있는데….”

 

오래 알고 지내온 출판사 대표가 말꼬리를 흐렸다. 직감적으로 뭔가 흥미로운 얘기를 들을 것 같다는 ‘촉’이 발동했다.

 

성남시가 내후년 시 승격 50주년을 앞두고 의미 있는 홍보물 발간을 고민하고 있다는 것. 대표는 성남 시민 50명을 인터뷰해서 진솔하게 풀어내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원도심과 분당, 판교 등 성남의 세 지역 특성을 각자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풀어내고 이를 하나의 책자 안에 담아낸다면 그 자체로 성남의 정체성, 또 성남시가 지향해야 할 여러 가치를 자연스럽게 녹여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잠시 살펴보니 성남시 발전사는 대한민국의 축약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우리 현대사가 걸어온 여정을 고스란히 품고 있었다. 청계천 판자촌 철거에 따른 이주 정책으로 조성된 원도심, 개발 시대의 서울 인구 이주 정책에 따른 신도시 분당 조성, 나아가 혁신 벤처 기업들의 요람이 되고 있는 판교에 이르기까지 영락 없는 ‘축소 모델’이다.

 

“시민 각자의 삶을 개성 있게 풀어내면 그게 모여서 성남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시에서도 다른 시도를 해봤으면 하는 거고요. 인터뷰 대상 섭외를 도와드리는 일 말고는 인터뷰와 글 구성 등 자유롭게 해주시면 돼요”라는 말에 길게 말할 것 없이 수락했다. 17년 기자 생활을 하는 동안 통상의 기사 작법, 객관적인 ‘팩트(facts)’ 위주로 쓰는 글의 한계를 절감해온 터였다. 인터뷰 양식은 그런 면에서 팩트와 의식 너머의 주관의 경계를 넘나드는 독특한 양식이다. 질문을 통해 답을 끌어낼 수 있다는 자유도가 매력적이며, 묻고 답한 내용 자체가 ‘팩트’이니 자의성 부담도 자동적으로 덜 수 있다. 해보고 싶은 일이었고,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해서 지난 3월 10일 처음 인터뷰를 하게 된 분이 성남 수정구 태평동에서 공공미술 사업을 하는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김은영 대표다. 김 대표와 부군인 이돈순 작가는 지역성을 살리는 문화적 실천을 공공미술이라는 형태로 구현하는 분들이다. 이들의 대표작은 ‘에코밸리커튼(Echovalley Curtain)’. 지역의 초등학생들과 예술가, 미술대학 학생들이 공동으로 만든 그림을 모은 이미지 장막을, 원도심 골목길에 내리쬐는 햇볕을 차단하는 커튼으로 활용하는 프로젝트다.

 

공공미술은 어쩌면 우리 일상과 별 관련이 없는 예술을 우리 삶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기획과 실천의 주체가 지역에 기반하지 않는다면 일회성, 전시성으로 그치는 건 어쩌면 당연한 귀결이다. 성남 원도심 토박이인 이 작가와 김 대표는 그 점에서 진정성을 갖고 진지한 실천을 이어가고 있다. 부부는 태평동 곳곳의 반지하, 옥탑방을 두루 경험했다고 했다. 중국 유학 중인 딸 또한 공부를 마치면 블록스 활동에 동참한다고 하니, 더 이상 그 진정성을 의심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출발점부터 가슴이 두근거리는 흥분을 느꼈다. 아마 인터뷰에 응해주신 모든 분들에게도 그러한 마음이 전해졌으리라 감히 생각해본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동안 성남시 공보실로부터 여러 차례 재미있는 인터뷰였다는 반응을 전해 들었다. 너무나 감사했다. 나 스스로도 진지하게 임했지만, 모든 분들이 성의를 진정성 있게 받아주시고 진솔하게 인터뷰에 응해주셨기에 가능했던 일이라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꼭 전하고 싶다.

 

개인적으로는 성남에 연고가 없다. 하지만 스며든다고 해야 할까? 한 분 한 분을 인터뷰하면서, 원도심과 분당, 판교 곳곳을 찾아다니면서 매번 신선한 발견에 즐겁고 스스로 깨닫는 것들이 많은 시간이었다.

 

“서울보다 살기 좋은 곳.” 인터뷰집 말미에 실은 좌담회에 함께한 성남시민들은 자부심, 자연스러움, 당연함이 가득 묻어난 톤으로 합창하듯 말했다. 나는 서울시민으로서 “대한민국에서 제일 살기 좋은 곳” 이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을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과정에서 좀 복잡한 심경이 됐다. 인터뷰 진행 전이었다면 솔직히 질투심이나 반발심이 더 앞섰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성남시민만큼이나 나는 성남이 자랑스럽게 느껴진다. ‘시민’이 살아있음을 느꼈기 때문이다. 부끄럽게도 내 주변엔 이웃이 없다.

 

전통적 의미의 한국사회 공동체는 해체되고 급속도로 도시 공동체로 재편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전통 사회의 상호 부조, 이웃에 대한 배려 등의 긍정적 가치를 상당 부분 잃었다. 옮겨 심은 나무가 새 토양에 적응하기까지에는 시간이 걸린다. 새로운 토양 환경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잔뿌리가 자라나 환경과 조화 혹은 동화되기까지에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활동가 이화연, 양재연 님을 비롯, 주부 이병오, 소현숙, 서지영 님 등은 모두 성남을 사랑하고 성남을 살기 좋은 공동체로 만들기 위해 기꺼이 힘을 모으는 분들이었다. 그런 면에서 ‘성남’은 행정구역상 명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시민 공동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 성남이 보여줄 미래상에 희망과 기대를 걸어보고 싶다. 

 

▲ 기고 김중배(글랜스미디어 편집이사, 전 연합뉴스 기자)     ©비전성남

 

성남시는 홍보브로셔 『성남 사람들 이야기』를 최근 발행했다. 10대부터 60대까지 성남시민 50명에게 각 연령대가 생각하는 ‘성남다움’에 대해 묻고,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가는 다양한 성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인터뷰해 실었다. 성남시민 3인과 함께한 방담 ‘성남다움은 무엇?’을 비롯해 화보로 보는 성남, 성남의 역사도 만나볼 수 있다. 홍보브로셔(국판, 264P)는 성남시 공공도서관에서 빌려볼 수 있다.

 

성남 사람들 이야기

한경숙 탄천초 수석교사

김원근 전 성남형교육지원단장

박규태 운중고 1학년

양재연 마을공동체 시민활동가

이길여 가천대 총장

안현주 청소연구소 대표

박민제 중앙일보 판교팀 기자

장현영 NC 상무

최현석 FNS홀딩스 대표

김수련·주장현 청년 소방관

김하종 안나의집 신부

이중의 성남시의료원장

이기행 성남시 주무관(기행집 출간)

강민호 작가

김성대 예비역 대령(비북스 대표)

소현숙 주부

금난새 성남시립예술단 예술총감독

강호면 독립운동가 웹툰 참여 작가

● 오픈스페이스 블록스

    김은영 대표·이돈순 작가 부부

이화연 시민활동가

배금용 나전칠기 장인

서지영 열정적인 엄마

오홍대 슈퍼마켓 사장

이병오 농부의 아내

손성립 국장, 공무원 40년

오해봉 8·10 성남민권운동 참여자

김남일 성남FC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