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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을 소환하다] 금광1동에 위치한 일신철물점

3만 가지가 넘는 물건, 철물에 관한 만물상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10/25 [09:2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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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신철물점 이경희 사장과 아들 준호 씨     ©비전성남

 

“수도꼭지 주세요. 못 500원어치, 수도 파이프도 주세요.”

 

겨울에 수도는 왜 그렇게 잘 얼고 터지는지, 노후화된 주택은 시도 때도 없이 보수 신호를 알렸다. 낙후된 환경에서 철물점은 꼭 필요한 곳이었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철물점은 주택가 골목에서 쉽게 찾을 수 있었다.

 

[철물점: 철물을 파는 가게]. 국어사전에 나오는 설명이다. 그렇지만 철물점에는 철물 외에도 많은 것을 판매한다. 그야말로 만물상이다.

 

“일신 철물점에 있는 물건이 몇가지나 돼요?”라고 물으니 “철물 외에도 접착제, 방수액,전기용품, 마대, PVC관 등 건축에 관련된 물건이 3만~4만가지 정도 돼요” 이경희(64) 사장이 말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계절별로 잘 팔리는 물건도 달랐다. 겨울에는 바람을 막아주는 문풍지와 툭 하면 터지던 수도때문에 수도꼭지나 보온재를 많이 찾았다. 석유 보일러로 난방을 하던 때는 석유통도 잘 팔렸다. 눈삽과 넉가래도 철물점에 갖춰 둬야 하는 겨울철 필수 품목이었다.

 

▲ 건설 공구는 기계나 쓰임에 따라 호수가 다르다.    ©비전성남

 

▲ 옛날엔 대충, 한 주먹씩 팔던 것을 지금은 소분해서 판매하고있다.     ©비전성남

 

▲ 철물, 그 수를 헤아리기가 버거울 정도다.     ©비전성남

 

기억 속에 있는 철물점 

어릴 적 기억 속 철물점에는 빗자루, 양철로 만든 티받이, 부지깽이, 집게, 석쇠가 입구에 놓여 있었다. 초등학생 때 무슨 일 때문인지 철물점에서 집게를 샀던 기억이 있다.

 

연탄불에 석쇠를 올려 생선을 굽던 기억도 있지만 지금 철물점에서는 찾아볼 수 없다. 철물점만큼 다양한 물건을 파는 만물상 매장이 생겨서인지 빗자루, 먼지털이개, 변기 커버 등 많은 물건이 철물점에서 사라졌다.

 

요즘은 일반 가정에서 잘 쓰이지 않는 톱, 톱질하는 아버지 옆에서 거치대에 올려진 널빤지 한쪽을 잡고 있던 기억, 양쪽으로 갈라진 고무호스를 석유통과 석유곤로, 석유난로에 한 개씩 끼우고 펌프질하며 석유를 옮겨 담던 기억이 난다. 어디에 있던 기억인지 이 사장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하나씩 떠오르기 시작했다.

 

부르는 사람마다 다른 이름을 가진 철물

남편과 가게를 운영하던 이경희 사장은 남편과 사별 후 혼자서 20여 년을 운영해 왔다. 철이나 건축 기계를 다루는 곳이다 보니 손님들은 여자 사장을 못 미더워했다.

 

“남자 사장님 안 계세요?”라고 물어오기 일쑤였다. 지금은 손님들이 가져오는 물건을 척척 수리하고 찾는 물건을 쓰임새와 모양만 말해도 척척 찾아낸다. 주택 자가 보수를 시도하는 손님에게는 필요한 물건과 공사 방법을 일러줄 만큼 전문가가 됐다.

 

“마르다, 고마쓰(방수액) 주세요. 똥가리(파이프 이음 토막) 주세요.” 도무지 알아들을 수 없는 주문이다. 손님은 “도시스 컷 날 주세요” 하고, 이 사장은 “네, 톱날 몇 날(사이즈) 드릴까요?” 하며 물건이 있는 위치로 이동한다.

 

부르는 사람마다 다른 철물용품의 이름 모두를 알아듣는다는 것, 3만~4만 가지나 되는 물건의 위치나 가격을 기억한다는 게 마냥 신기했다.

 

▲ '그땐 그랬지' 추억 이야기를 하는 이경희 사장과 아들 준호 씨     ©비전성남

 

일신철물점 어머니와 아들

“아들 준호가 고등학교 2학년 때였어요. 1만2천 원 하는 줄자를 아들은 1,200원으로 계산하는 거예요. 물건에 12라고, 암호 형식으로 가격표를 붙여놨더니 그걸 보고 그렇게 대답한거죠.”

 

밑지는 장사를 할 뻔했던 기억이다. 이제는 그 아들이 다 커서 3년 전부터는 본격적으로 함께 운영하고 있다. 아직 엄마만큼은 못해도 엄마만한 전문가가 되려는 자세로 일을 돕는 믿음직한 아들 준호 씨다.

 

금광1동, 일신철물점 뒤편으로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건설 중이다.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소소한 일상용품의 판매가 줄고 있긴 하지만 철물점은 여전히 만물상으로, 찾는 이의 목적에 따라 꾸려지고 있다.

 

취재 윤해인 기자  yoonh1107@naver.com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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