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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각에서 찾은 조선의 명품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국가·시·도 지정문화재 특별전.. 내년 1월 21일까지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11/21 [20:00]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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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까지.. ~토요일 09:30-17:30 열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은 조선 왕조의 국가 전적과 민간에서 수집하거나 구입한 자료 25만 점을 소장하고 있다. 장서각 설립 40주년을 맞아 장서각의 국가··도 지정문화재 45종 전체를 최초로 전면 공개하는 자리를 열었다.

 

이번 전시는 역사 문화적 가치와 희귀성을 인정받은 국가지정문화재 국보 6종과 보물 30, ·도유형문화재 9종과 관련 자료를 총 3부로 나누어 구성했다.

 

▲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전경

 

박물관처럼 유물을 전시한 곳에 가면 그것에 담긴 이야기를 알 수 없어 모르는 글자들이 써 있는 서책을 눈으로 둘러보고 그 물건의 쓰임새를 추측하고 그림을 훑어볼 뿐인 경우가 많다. 전시가 보여주고 말하고자 하는 것을 관람객은 이해하기 어렵다.

 

이번 전시는 좀 다르다. 전시물에 친절한 설명글이 붙어 있어 전시 자료에 담긴 이야기를 머릿속에서 비교적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서책의 펼쳐 놓은 부분에서 전시자의 세심함을 느낄 수 있기도 하다.

 

7명 이상이 모여 미리 전화 신청하면 전시해설을 들을 수 있다. 기자는 취재 당일, 전시해설을 듣는 팀을 따라다니며 같이 이야기를 들었다. 실제 전시장보다 공간이 더 넓게 느껴질 만큼 생생하고 재미있는 해설이었다.

 

▲ 전시 해설을 듣는 관람객과 자유 관람객

 

▲ 전시 해설을 듣는 관람객과 자유 관람객

 

1. 조선왕조의 역사와 문화를 기록하다

 

▲ 조선왕조실록 봉모당본, 봉모당본임을 알려 주는 도장이 찍혀 있다.

 

▲ 조선왕조실록 봉모당본-정종대왕실록부록 봉모당인

 

조선왕조실록 적상산사고본과 봉모당본이 제일 먼저 관람객과 마주한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조선왕조실록. ‘정종대왕실록이라는 큰 한자 아래 부록이라는 작은 글자가 덧붙어 있다. 부록에는 행장, 지문, 애책문, 시책문 등 국왕의 생애와 관련된 글을 실어 실록 뒤에 첨부했다. 펼쳐진 책 위에 봉모당본이라는 빨간 도장이 선명하게 찍혀 있다.

 

▲ 숙종인현왕후 가례도감의궤, 의녀가 검은 가리개를 하고 가마 주변에 있다.

 

이 의궤는 행사 전에 그렸을까요? 행사 중에 그렸을까요?” ‘숙종인현왕후 가례도감의궤앞에서 해설자가 관람객에게 물었다. “그림은 행사 전에 그려 참석자들이 자신의 자리를 알 수 있도록 했어요.”

 

행사를 보며 열심히 그림을 그리는 화원을 떠올리곤 했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림 안의 가마에 인현왕후가 타고 있고 머리에 검은 가리개를 한 사람들이 의녀라는 것도 해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 전시실 한쪽을 채운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

▲ 글자를 붉은 천으로 가린 부분이 있다. 숙종의 이름을 가린 붉은색의 휘지가 보인다.

 

▲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

 

벽면 한쪽을 차지한 이십공신회맹축-보사공신녹훈후’(1694, 숙종 20)는 보물에서 올해 국보로 승격된 문화재다. 32일에 걸쳐 만든 당시 최고급 비단에 회맹제에 참석한 공신들의 이름을 적은 것으로 길이 25m, 폭이 1m. 25m의 길이에 틀린 글자 하나 없고 화원이 직접 그려 넣은 긴 붉은 선은 끊김 없이 일정한 굵기로 바르게 이어지고 있다.

 

▲ 아국여지도, 조선에서는 볼 수 없는 빨간 양철 지붕이 묘사돼 있다.

 

아국여지도’(1884, 고종 21)는 청나라와 러시아 국경을 정탐한 후 고종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지도다. 지도에 보이는 붉은 지붕, 푸른 지붕이 눈길을 끈다.

 

2. 조선의 공신과 명가의 역사를 보존하다

 

▲ 여러 인물의 초상화가 전시돼 있다.

▲ 이제 개국공신화상, 원본에 덧 그려진 부분을 제거하고 전시했다.

 

공신교서와 공신화상이 눈길을 끈다. 오랜 시간을 지나며 윤곽이 사라진 부분도 보이지만 당시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 이조년 초상, 고려 말 원나라의 영향을 받은 복식을 볼 수 있다.

 

이조년 초상, 고려 말 원나라의 간섭을 받던 때임을 알 수 있다.

 

▲ 공신화상_이충원 호성공신화상

 

▲ 이충원 호성공신교서를 쓴 한호의 이름이 보인다.

 

사진을 찍으면 포토샵을 해 주는 요즘과 달리 인물을 매우 사실적으로 그렸다는 것도 알 수 있다. 얼굴의 점과 그 점에 난 털까지 표현돼 있다이충원 호성공신교서는 당대의 명필 한석봉, 한호가 썼다.

 

▲ 월인천강지곡

 

▲ 윌인천강지곡

 

또 하나 눈길을 끄는 자료는 월인천강지곡’(1447, 세종 29)이다. 한글이지만 무슨 뜻인지 알기 어렵다. 국어시간에 한 글자 한 글자 뜻을 새겨가며 배우던 초창기 한글이다. 지난 6월 서울 인사동에서 무더기로 발견된 갑인자 금속활자본이다.

 

3. 민간의 희귀 전적을 구입하다

 

▲ 국조정토록

 

▲ 국조정토록

 

전문적 안목을 가진 애서가로부터 구입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불경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국조정토록’(1614, 광해군 6)이 색다르다. 1419(세종 1) 대마도 정벌부터 1510(중중 5) 삼포왜란까지 조선 전기 7차례에 걸친 왜구와 여진에 대한 정벌기록을 정리한 책이다.

 

▲ 정조어필-시국제입장제생(正祖御筆-示菊製入場諸生)

   

전시장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전시물은 1정조어필-시국제입장제생’(1798, 정조 22)이었다. 전시해설을 들으며 정조의 글씨를 보니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전지만큼 큰 종이에 뭉개진 글씨, 손자국, 종이를 이어 붙인 흔적, 마음의 요동이 느껴지는 글씨가 그대로 나타나 있다.

 

이 글은 정조가 낸 과거 문제를 유생들이 풀지 못하고 백지를 냈다는 말을 듣고 쓴 글로 유생의 학문 수준을 질책한 글이다. 글을 쓴 후 성균관 벽에 붙여 두었다.

 

▲ 동의보감

 

▲ 월중도

 

이 외에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인 동의보감, 단종 유배지인 영월과 그의 충신들과 관련한 주요 사적을 그린 월중도, 어머니인 숙빈 최씨를 향한 마음을 담아 영조가 쓴 소령묘갈문원고와 소령묘를 소령원으로 승격시킨 뒤 조성된 묘를 왕에게 보고용으로 그린 소령원도 등 여러 귀한 문화재를 볼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장서각이 소장한 지정문화재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기록문화유산의 특성과 가치를 파악할 수 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내년 121일까지 월~토요일(09:30-17:30) 진행된다(공휴일은 휴관).

 

한국학중앙연구원 031-730-8820, 누리집(www.aks.ac.kr)

취재 박인경 기자 ikpark9420@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