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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 성남을 그리다] 호랑이의 해를 맞으면서

윤종준 성남문화원 부설 성남학연구소 상임위원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1/12/23 [23:08]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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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壬寅)년은 호랑이의 해다. 단군의 고조선 건국 이야기에도 등장하는 호랑이는 신선을 호위하는 영험한 동물이다. 사람에게 가장 무서운 존재이면서도 가장 가까운 관계이기도 하다. 호랑이는 보통사람이 제압하기 어려운 동물이긴 하지만 곶감 하나로 물리칠 수도 있다.

 

호랑이는 3재(災)를 물리치는 힘이 있어서, 새해가 되면 축복하는 뜻으로 대문에 그림을 걸거나 붙이는 문배(門排)로 호랑이 그림을 사용했다. 또한 입춘 때에도 용(龍)과 호(虎)를 쓴 글씨를 대문에 붙이기도 했다. 남자아이의 돌이나 명절 때 쓰는 호건(虎巾), 베갯모, 까치호랑이그림, 절에 가면 산신각에 걸려 있는 신선도뿐 아니라 무관 벼슬하는 관복의 흉배(胸褙)에도 호랑이를 장식했다.

 

옛날이야기 속에서 호랑이는 어리석기도 하지만 사람의 말을 알아듣는 영물이기도 하다. ‘효자 호랑이 이야기’에서 호랑이를 만난 사람이 울면서 “어머니가 형님을 잊지 못하고 슬퍼하십니다” 하는 말을 믿고 호랑이가 수시로 늙은어머니를 위해 산토끼나 노루를 잡아다 주기도 한다.호랑이를 주인공으로 하는 속담도 많다.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고, 범 가는 데 바람 간다고 한다.

 

중국 한(漢)나라의 명장인 이광(李廣)이 사냥을 나가서 바위를 호랑이로 착각하고 화살을 쏘았더니, 화살이 바위에 그대로 꽂혔다고 한다. 어떤 어려운 일이라도 침착하게 대응하고, 정신을 한곳에 모으면 안 되는 일이 없다는 뜻이다.

 

호랑이해를 맞아 우리 성남시에 거는 기대가 크다. 우리나라 도시발전사에서 성남시는 호랑이가 질주하듯이 변화 발전해왔다.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부터 한적한 농촌과 산촌이던 마을이 50여 년 전, 광주대단지라는 이름의 천막촌으로 바뀌었고, 지금은 황금알을 낳는 도시가 됐다.

 

그 과정에서 안타까운 것은 오랜 역사와 문화유산이 사라졌다는 것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호랑이보다 무섭던 시절인지라, 문화유산 보존과 전승에 마음 둘 경황이 없었기는 하다. 2023년 시 승격 50주년을 1년여 눈앞에 두고 있는 새해에는 도시발전 과정에서 잃었던 역사적 정체성을 되찾기 위한 노력이 조금씩 열매를 맺어간다.

 

성남역사박물관 개관 준비가 착착 진행되고, 다가오는 여름에는 교육동 건물이 우선 개관한다는 소식이다. 1971년 ‘8·10성남(광주대단지)민권운동’ 당시 주민의 요구사항을 전격 수용한 성남 역사의 현장인 제1공단 부지가 그 현장이다.

 

아울러 원도심 재개발이 추진되는 과정에서 도시역사문화아카이브 구축사업도 착실하게 추진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