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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서각 산책] 새해맞이 신년운세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1/21 [15:56]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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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패영수>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 소장     ©비전성남

 

▲ <골패> 용인시박물관 소장     ©비전성남

 

집안에서 대대로 내려오는 고문헌을 정리하다 보면 유교 경전, 역사서, 의학서, 과거 시험용 수험서, 달력, 소송문서, 땅문서, 소식을 주고받은 편지 등 다양한 자료를 만날 수 있다. 집안마다 소장된 자료는 모두 다르지만 그래도 공통으로 나오는 것이 있다.

 

그중의 하나가 바로 점술과 관련된 자료다.

 

어렸을 적 꽃잎이나 아카시아 잎사귀를 뜯으며 사소한 궁금증을 풀었던 기억을 대부분 갖고 있을 것이다. 과거에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동식물로 점을 치거나 별자리, 바람의 방향, 눈이나 서리가 내리는 시기나 양과 같이 천문기상 현상을 관측해서 한 해의 풍흉을 점치기도 했다.

 

어떤 사람의 관상을 보고 기록한 자료나 태어난 사주를 분석해서 적어놓은 자료도 있으며, 그날그날의 운세를 점치기 위해 만든 전용 서적을 사용한 예도 볼 수 있다.

 

지금도 새해가 되면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연예인들의 사주를 보는 장면을 쉽게 볼 수 있고, 유명한 정치인의 당락을 점치거나 스포츠에서 우승을 점치는 장면도 전 세계에서 볼 수 있으니 점을 보는 행위는 한 시대, 한 지역에 국한된 문화는 아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운수를 점치는 것은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불안에 대비하고, 미래에 대한 호기심을 충족하는 행위인 것이다.

 

그중 장서각에 소장된 『아령슈(아패영수, 牙牌靈數)』는 뼈로 만든 주사위의 일종인 골패(骨牌)를 이용해 점을 보는 데 사용하던 책이다. 총 32개로 된 골패를 한 번에 세 쪽씩 뽑아 각각 더한 수가 1~3이면 하하(下下), 4~6이면 중하(中下), 7~9면 중평(中平), 10~12면 상중(上中), 13 이상이면 상상(上上)으로 나눈다.

 

골패 세 쪽을 더하는 것 외에도 쌍소는 6, 오포는 5, 본점은 4, 쌍사륙간준오·쌍오륙간준홍·쌍변·산일이삼·산아삼뉵·일이삼·쌍소삼간진아·산사오륙·쌍준홍·노인·양화동·쌍소소·쌍소삼·쌍준륙은 3, 이 외는 1로 하는 등 다양한 패의 값을 정해두었다.

 

이렇게 만들어 둔 골패의 점괘는 “상상 상상 상상”부터 “하하 하하 하하”까지 총 125개로 한 해의 운수를 미리 살펴볼 수 있다.

 

가지 점괘를 살펴보면, 가장 좋은 “상상 상상 상상”의 점괘에는 ‘하고자 하는 바가 있으면 그 마음을 좇아 스스로 이르게 되고 만사가 형통하여 쉽게 이루어지며, 공명과 이익이 따르고, 자식을 보고, 결혼하고, 재판에서 이기고, 금전적인 이득을 보고, 병이 낫는다’는 내용이 담겨 있어 모든 일이 잘 풀리는 운세라고 풀이할 수 있다.

 

중간에 해당하는 “중평 중평 중평”의 점괘에는 ‘모든 일이 형통하나 은총이 있다고 자랑하지 말고, 없다고 근심하지 말라’고 적혀 있으며, 가장 좋지 않은 “하하 하하 하하”의 점괘도 ‘세 번 연속 “하하”를 만나서 운수가 좋지 않은 것에 해당하나 때를 기다리고 정성을 다하면 나쁜 일이 물러난다.

 

병이 있는 사람은 좋은 약을 얻어야 효험이 있고, 혼인이나 후사는 보지 못한다’고 기록돼 있다.

 

결국 이 책을 읽다 보면 좋은 점괘를 뽑았을 때는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여러 해 공을 들인 일이 좋은 때를 만나 이루어지는 것이니 자만하지 말라는 가르침이 있고, 나쁜 점괘를 뽑았을 때도 나쁜 일이 지나가면 좋은 일이 오게 돼 있으니 원하는 바를 차분히 쌓아 나가면 언젠가는 기회가 온다는 것을 생각하게 한다.

 

신년운세의 점괘가 좋기만을 기도하지 말고 준비가 안 돼서 앞으로 내게 올 기회를 놓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하라는 선현들의 지혜를 엿볼 수 있다.

 

이혜정  연구원(한국학중앙연구원)     ©비전성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