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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여유, 문화를 교류하는 문화살롱을 꿈꿉니다

책을 매개로 다양함을 나누는 ‘그래더북’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8/18 [13:57]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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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늑함과 고요함이 만들어 내는 평온함이 다른 세계에 온 듯 몸과 마음을 환기시키는 공간, ‘그래더북(still_books)’. 읽고 싶었던 책을 골라 소파에 앉지만 멀리 바라보이는 전망이 먼저 눈에 들어온다. 풍경을 바라보는 동안, 잔잔히 차오르는 기분이 괜스레 좋아진다.

 

▲ 그래더북(still_books)

 

동네책방 그래더북은 올해 7월 초 성남시 창곡동 위례푸르지오6단지 상가 2층에 문을 열었다. 들어가자 마자 테이블과 책꽂이에 가지런한 책들이 먼저 반긴다.

 

▲ 그래더북이 고른 책들

 

▲ 그래더북이 고른 책들

 

▲ 그래더북이 고른 책들

 

고미숙 대표는 책방을 준비하면서 책을 읽지 않는 이들이 책을 읽고, 바쁜 엄마와 주부들이 편히 쉬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기에, 장르와 분야에 제한을 두지 않고 편하고 손이 쉽게 닿는 책들을 선정한다. 동식물, 에세이, 그림, 육아 서적 등을 많이 고르려 했다.

 

엄마들의 경제 공부에도 관심이 많고, 20여 년 은행에서 자산관리사로 근무한 경력으로 재테크 서적도 많이 구비하고 있다. 서점은 도서관과 달리 유행에 민감하고 시대 트렌드를 빨리 접할 수 있는 곳이라 신간도 꾸준히 들여온다.

 

▲ 직접 쓰는 메모는 책방과 독자들을 이어주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그렇게 선정한 책들을 일일이 소개할 수 없어 책을 고른 이유, 좋은 글귀, 어떤 상황에 읽을지, 어떤 이들에게 선물하면 좋을지 등을 이야기하듯 메모지에 써서 책에 붙인다. 손님들은 메모가 책을 고르는 데 도움된다고 한다. 책을 사면서 메모지를 함께 가져가기도 한다.

 

메모는 대형서점에는 없는 독서가이드이자, 책방지기와 독자, 운영자와 손님을 이어주는 연결고리다. 고 대표는 아직 메모를 달지 못한 책에도 부지런히 붙여나갈 계획이다.

 

▲ 고미숙 대표가 출간한 '명동부자들'

 

고미숙 대표는 은행 근무 경력을 바탕으로 두 권의 책을 출간한 저자이기도 하다. 10년 전 둘째 아이를 낳고 육아 휴직 중 인근 엄마들과 영어 공부를 했다. 그때 스티브 잡스의 스탠포드 대학교 졸업식 축사를 읽었다.

 

‘If you haven’t found yet, keep looking. Don’t settle. As with all matters of the heart, you’ll know when you find it.’

 

꿈을 계속 찾아라. 모든 일이 그렇듯 찾고 나면 알게 된다.’

 

뭔가 두들겨 맞은 듯했다. 은행원은 꿈은 아닌 듯했다. 처음에는 나만의 꿈을 찾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다. 계속 생각해보니 그 꿈은 글을 쓰고 다른 사람들에게 좋은 영향을 끼치는 거구나 싶었다.

 

그걸 알기까지 4년이 걸렸고, 다시 3년 후 첫 번째 책 명동부자들, 얼마 후에 출판사의 제안으로 자녀의 자산관리 바이블도 출간했다.

 

▲ 그래더북

 

책을 쓰기 위해서는 그 이상 읽어야 했다. 직장 생활과 육아에 책을 읽을 시간은 거의 없었지만, 손이 닿는 여기저기 놔두고 3~4권을 동시에 읽어나갔다새로운 정보와 트렌드에 관심이 많아 도서관보다는 서점을 자주 이용했고 사기도 많이 샀다.

 

책방은 읽고 싶은 책을 실컷 읽고 아이들에게도 읽을거리를 마음껏 제공할 수 있어 좋았다. 읽고 좋았던 책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하고 싶었다.

 

고미숙 대표가 생각하는 은 인터넷이나 SNS와는 다른 깊이가 있다. 책이 한 권 나오기까지 저자는 지식과 경험 등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붓는다. 저자의 인생이 축적된 책을 읽는 것은 인터넷 매체에서의 정보를 얻는 것,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 그래더북이 고른 책들

 

“TVSNS를 보는 것은 관심이 자신이 아닌 콘텐츠 속 다른 사람, 외부로 향하는 것이다. 물론 그 속에서도 자신을 돌아볼 수 있지만, 독서는 그보다 집중된 상태에서 자신을 깊고 넓게 돌아볼 수 있다. 아무리 여러 매체들이 범람하더라도 책은 버릴 수 없으며 더욱 자주 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책방 이름도 여전히 책을 읽어야 한다, 그래도 책이야!’라는 생각을 담아 그래더북(still_books)’으로 했다.

 

책방을 통해 엄마들이 엄마가 아닌 오로지 자신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다.”

 

워킹맘으로서 분 단위로 움직이며 바삐 살았던 고 대표 자신의 삶에서 우러나온 바람이다. 아이들도 제대로 돌보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잠이 너무 모자라 쉬는 날은 24시간 내내 잠만 자고 싶을 만큼 몸과 마음이 힘들었다.

 

육아는 끝이 없고, 쳇바퀴 같은 생활에 자신을 돌아볼 겨를이 없었다. 책을 읽든 글을 쓰든 식탁에서 했다. 자신만을 위한 공간이나 책상이 없었다. 다른 엄마나 주부들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여유가 생겨도 책을 들춰 보기보다는 TVSNS를 보는지도 모르겠다.

 

고 대표는 책방이 책이 아니더라도 엄마들의 일상과 내면에 자신만의 것을 찾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 그래더북

 

그래더북은 현재 책읽기, 글쓰기 모임이 진행 중이다. 모이기는 하지만 각자 글을 쓴다. 시간이 끝날 무렵에 어떤 글인지, 어떤 마음으로 썼는지 정도를 자유롭고 편하게 이야기한다.

 

책 읽기는 고 대표가 공지해서 모이지만 책을 읽고 와서 토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읽는 시간이다. 공간만을 이용하는 독서모임도 있다.

 

고 대표는 앞으로 다양한 방식의 독서모임과 북토크, 자신의 경력을 살려 재테크나 아이들을 위한 경제 등의 강좌도 마련할 계획이다.

 

▲ 고미숙 대표가 추천하는 '긴긴밤'과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

 

고미숙 대표에게 미리 함께 읽고 싶은 책 추천을 부탁했다. 고 대표는 긴긴밤(루리)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강맑실)을 추천했다.

 

긴긴밤은 코뿔소가 펭귄을 키워내는 이야기다. 이들의 삶이 아름답지만은 않고 특히 인간은 잔혹하다. 그런 잔인한 삶 속에서도 둘은 서로 연결돼 있다. 펭귄은 코뿔소가 지켜봐 준 그 모습 그대로 치열하게 살아나가고 두렵지만 모험을 떠난다. 수없이 부서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모습에서 우리의 모습을 찾을 수 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 동네책방는 사계절출판사 강맑실 대표는 23곳 책방 풍경을 한 장 한 장 그림에 담아서 숫자로는 환산할 수 없는 신기한 일이 끝없이 이어지는 곳이라고 안내한다. 계산적인 셈법이 난무하는 세상에 과연 어떤 동네책방들이 존재하는지 알려준다.

 

▲ 그래더북

 

고미숙 대표는 프랑스어에 salon이라는 말이 있다. 응접실, 사교, 모임을 의미한다. 그래더북을 책을 읽을 뿐만 아니라 문화와 지식, 생각과 경험을 나누는 살롱 같은 공간으로 운영하려 한다. 공간도 그 점을 염두에 두고 안쪽 창가는 소파와 테이블을 비치해 응접실 분위기를 만들고, 반은 서점으로 꾸몄다. 책을 통해 개방적이고 다양한 관계를 맺고 싶다. 상상할 수 있는 모든 것이 실현가능하도록 기획할 예정이다.

 

그래더북(still_books)

* 위치: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위례광장로 12, 202(창곡동, 위례역푸르지오 6단지)

* 문의: 0507-1322-8087, @still_books

* 운영: ~, 오전 11:00~13:00, 18:00~21:30,

이외 시간 이용은 DM으로 예약 가능함.

 

취재 전우선 기자 foloj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