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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이야기] 천재건축가, 벌

  • 비전성남 | 기사입력 2022/09/06 [12:59] | 본문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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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과 벌집. 사진 제공: 김혜경

 

보통 벌집 하면 육각형 구멍이 잔뜩 나 있는 벌집이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는 모습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집의 재료와 겉모습이 상당히 다양하다.

 

꿀벌은 바위나 나무 틈새에 밀랍 재질의 집을 만드는 등 집을 짓는다. 말벌은 주로 나뭇가지에 매달린 목질의 집을 만드는데 주재료는 나무다. 일벌들이 씹어서 연하게 한 뒤 다닥다닥 붙여서 만든다. 그래서 말벌집은 종이 같은 느낌을 준다. 단독생활을 하는 말벌류는 땅굴을 파거나 진흙으로 집을 짓기도 한다.

 

뱀허물쌍살벌의 나뭇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린 집은 뱀허물처럼 아래로 축 늘어진 모습을 하고 있다. 뱀허물쌍살벌은 처음 집을 짓기 시작해 방을 만들고 알을 낳고 부화한 애벌레가 번데기를 거쳐 성충이 되고 나면 그 집을 다시 사용하지 않는다.

 

헌 집을 그대로 놓아둔 채 새로운 방을 계속 연결하다 보니 뱀허물처럼 길게 늘어진 집이 지어진 것이다. 풀줄기와 나무줄기의 섬유질을 잘라내고 자신의 분비물을 접착제처럼 이용해 집을 만든다고 하니 곤충계의 훌륭한 목수라고 해도 좋겠다.

 

형태와 재료가 다양해도 벌집은 육각형의 구조를 가진다. 벌집 연구가들은 벌집을 공학적 걸작으로 여긴다.

 

▲ 벌집. 사진제공: 김혜경

 

꿀벌들은 육각형 구조를 활용해 방을 만드는데 그 덕분에 주어진 공간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최소한의 밀랍으로 가볍고 튼튼한 집을 만들 수 있다.

 

게다가 한정된 공간에 최대한의 꿀을 저장할 수 있다. 방벽의 두께는 0,1정도며 그 안에 자체 중량의 30배 가까이 꿀을 저장할 수 있으며 입구는 위로 9~14도 정도 치켜올려 있어 꿀이 흐르지 않는다.

 

강도가 높고 공간 활용도가 뛰어난 벌집을 모방한 사례는 다양하다. 예를 들어 항공 기계 공학자들은 벌집 구조를 본떠 만든 패널을 사용해 더 견고하고 가벼우며 연료 효율이 높은 비행기를 만들었다.

 

벌집 구조가 숨어 있는 고속철도의 충격완화장치는 물체가 벽에 충돌했을 때 물체가 받는 충격의 80%까지 흡수한다. 이는 시속 300km로 달리는 고속철도가 700kg의 장애물과 정면으로 충돌해도 객실에는 충격이 없을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에게 많은 영감을 준 벌집이지만 선선해진 가을엔 주변 숲에 가거나 추석을 맞아 벌초를 하다가 벌집을 건드려 위기의 순간을 맞는 경우가 많아진다.

 

꿀벌에 쏘였을 때는 꿀벌 독이 산성임에 착안해 응급처치로 암모니아수 등 염기성 물질을 바르면 중화가 된다. 하지만 말벌 독은 반대로 염기성이므로 오히려 레몬즙이나 식초 등의 산성물질로 중화시켜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말벌에 쏘이면 최대한 빨리 병원에 찾아가는 것이 원칙이다. 등산이나 벌초하러 가기 전에는 약국에서 말벌 쏘일 때를 대비해 말벌 독으로 인한 알레르기 반응을 막아주는 항히스타민제를 준비해가는 것도 좋다. 말벌 쏘일 때를 대비해서 항히스타민제 사러왔다고 하면 된다.

 

취재 김기숙 기자 tokiwif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