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광고

성남 백배 즐기기 l 벌봉에 깃든 한 편의 이야기를 찾아가는 산행

  • 관리자 | 기사입력 2011/06/22 [13:26] | 본문듣기
  • 남자음성 여자음성

이배재 ~ 남한산성 벌봉까지

병자호란 때 청나라 태종이 지도의 한 지점을 가리키면서 말하기를, “이곳은 벌봉이라는 바위가 있는 곳이다. 이 바위는 천상 벽력성의 정기가 깃든 바위다. 벌봉을 안에다 두고 성을 쌓았더라면 쉽게 남한산성을 공격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했다.

하지만 그의 손에 들려진 지도에, 벌봉은 분명 성 밖에 있었다. 역사 이야기를 품은 채 숨어있는 한 점 그림을 찾아 나선다는 기분으로 산행을 시작한다. 지난 호와 마찬가지로 이번 호 역시 이배재 고개를 들머리로 삼지만 발걸음은 검단산 방향을 향한다. 산행인들 대부분이 찾아가기 어려워한다는 남한산성 벌봉까지의 길을 안내하기로 한다.

산행코스 | 약 3시간 소요 

이배재 입구 → 왕기봉 → 만수천약수 → 검단산 → 산림초소 → 지화문(남문) → 로터리(종각터) → 현절사  암문 → 벌봉 → 암문 → 북문 → 로터리(종각터)



잔잔한 숲길을 걷는 느낌

‘절을 두 번 하는 고개’라는 뜻이 담긴 이배재 고개는 조선 유학자 이황이 관직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에 마지막으로 임금을 향해 절을 두 번하고 떠난 데서 유래했다는 등 여러 이야기가 전해온다. 고개 향한 교통편은 모란역 6번 출구에서 3-3번 버스를 이용하면 된다.

길은, 산행 초보자도 무리 없이 오를 수 있을 만큼 험하지 않으며, 널찍하고 시원스럽게 누워 있다.

산의 능선을 탄다기보다는 잔잔한 숲길을 걷는 느낌이다. 왕기봉 정상까지 오르는 동안 서너 번 오르막을 올라야 하지만 나무계단의 도움으로 안전한 산행길이 이어진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는 계절이지만 산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그곳에서만 느낄수 있는 체감과 그 여유를 알고 있을 것이다.

왕기봉을 지나 검단산 방향으로 향하는 길가의 나무들은 따가운 햇살을 온몸으로 흡수한 후 거르고 걸러 산뜻한 기온만 숲에게 토해주기에 한창이다. 산행중에 만난 신용현(하대원동) 씨는 “산새가 좋고 아기자기하게 놓여 있는 길이 지루하지 않아서 이 산을 20년 동안이나 오르고 있다”고 말한다. 

검단산 정상을 안내하는 화살표의 지시에 따라 숲길을 걷는다. 갈림길에 서있는 화살표의 방향이 애매하다 싶을 경우엔 넓은 길을 선택해서 걸어야 천수샘 약수터를 지나 검단산 정상 오르는 길이 편리하다.

하늘이 열린 것 같은 검단산 정상 

검단산 정상에 다다르니 ‘하늘이 열렸다’는 느낌이다. 울창한 숲과 짙어가는 녹음으로 시원스레 드러내 보이지 않던 하늘이 검단산 정상에서 환하게 열린 것이다. 

아스팔트길을, 열려진 하늘과 함께 걷는다. 산불초소가 있는 곳에 다다르면 발걸음을 좌측 숲으로 들여 놓는다. 

지화문(남문)이 몇 발작 앞에 있음이 느껴진다. 로터리(종각터)에서 광주 방향으로 10여 분 걸었을까. 나무로 만든 화살표가 병자호란 때 순절한 삼학사(홍익한·윤집·오달제)를 기리기 위해 세워진 현절사를 가리키고 있다. 

현절사 앞에서 잠시 우국충절을 기리는 마음을 가져본다. 현절사를 우측에 두고 야트막한 오솔길을 오르니 벌봉을 향한 암문이 보인다. 병자호란을 겪은 이후 숙종(12년) 임금이 쌓았다는 봉암성이 세월의 흔적을 견뎌내는 듯 아슬아슬하게 놓여 있다.

벌봉(512.2m), 수어장대(497m)보다 높고 암문 밖에서 보면 벌처럼 생겼다는 바위, 청 태종이 산성을 굴복시키기 위해 바위를 깨트릴 때 위로 연기가 나면서 벽력성의 정기가 벌떼와 같이 하늘로 올라갔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산행의 하산길은 벌봉을 향했던 암문으로 되돌아 온 후 북문을 향한 성곽을 따라 걷는다. 북문에 인접해 있는 로터리에서 은행동(남한산성 입구)을 향하는 9번 버스에 몸을 싣는다.

윤현자 기자 yoonh1107@hanmail.net